[기자의눈] 종교개혁의 완성, ‘바울을 넘어서라’

류정희 기자  jhryu@chtoday.co.kr   |  
"예수가 가르친 하나님 나라의 개념은 명시적 기독론과 구원론 신학에 의해 주변으로 밀려났다. 그래서 예수는 가까이 온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으나, '하나님 나라'와는 동떨어진 그리스도교가 탄생했다"

지난 10월 21일 한국기독교학회에서 발제한 김희성 교수(서울신대)의 말이다. 김 교수는 당일 '예수와 하나님 나라'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하나님 나라는 초월적 시공간이나 죽음 이후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삶의 목적이 발견되고 실현되는 곳"이라고 역설하며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을 강조했다.

매년 10월 마지막 주일은 한국 개신교회 전체가 개혁주일로 지키는 기간이다. 이 기간 어김없이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수많은 행사들이 개최된다.

그러나 한국 신학계의 양대산맥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한국기독교학회에서 종교개혁 주일을 앞두고 바울의 신학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로 기록할만 하다.

지금으로부터 488년 전인 1517년 10월 31일, 당시 타락한 교회를 향해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치며 교회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95개조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대학 정문에 붙인 독일의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종교개혁은 바울의 명시적 기독론과 구원론 신학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당시 바울의 신학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와 은총을 인간의 행위적 의(義)로 대체하려 했던 중세교회의 대척점에 서서 투쟁했던 루터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488년이 지난 오늘도 바울의 신학은 수난을 겪고 있다. 중세와 같은 억압에서는 풀려났지만 바울의 구원론을 신주단지와 같이 모셔놓고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 개혁교회의 육중한 체중은 '담대히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께 관한 것을 가르쳤던(사도행전 28:31)' 바울의 신학을 또다시 짓누르고 있다.

이제 개혁교회는 바울의 구원론을 넘어서서 이 땅 가운데 이루어야 할 하나님의 나라는 어떠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때를 맞이하였다.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을 통해 열려진 은혜의 세계를 진정으로 체험한 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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