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 칼럼] 도마석상에 대한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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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규 박사(대신대학교 한국교회사)
▲박정규 박사(대신대학교 한국교회사)

경상북도 영풍군 평은면 왕유리 깊은 산골에 두상(頭像)이 없는 이상한 석상 하나가 역사학자 유우식 장로에 의해 1987년 8월 30일 발견, 크리스챤신문에 보도되었다. 이는 교회 사학자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기독교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필자는 최근 한기총 기독교문화재발굴보전운동본부 전문위원 자격으로 경북 봉화군 법전면 척곡리 883의 1에 소재한 100년 역사를 지닌 정사각형 예배당과 교회부속기관으로 세워진 명동서숙 건물을 답사차 방문했다.

대구로 내려가면서 동행한 전문위원이요 대신대학교 석좌교수요 계명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인 전재규 박사와 나는 평은면 왕유리도 방문, 산속 자연바위에 새겨진 도마석상을 다시 한번 답사했다.

이 석상 왼쪽 어깨 위에 새겨진 4개의 글자 중 히브리어 자음 ‘타우’와 ‘멤’자가 가로 30cm, 세로 30cm 정방형으로 새겨진 것을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했다.

처음 이 석상을 발견한 유우식 선생이 이 석상을 탁본한 그림을 보면, 도마를 일컫는 ‘타우’와 ‘멤’ 자음 뿐만 아니라 석상 우측하단에 나오는 칼 도(刀)자와 말 마(馬)자도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만일 열두 사도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도마의 후예 가운데 누군가가 인도를 거쳐 해로(海路)를 따라 조선 남단 제주에 도착했다면, 그리고 그가 남해안을 거슬러 이 깊은 경상북도 북부지역 산골에까지 들러 복음을 전한 사실이 확실하다면, 한국 기독교의 역사는 신라와 당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6세기~7세기까지 올라가는 격이 되니 생각만 해도 감격적이다.

그런데 실증주의 사관을 가지고 있는 어느 권위있는 역사가가 이 석상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서 어느 코미디언의 말을 인용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니, 그 말은 좀 지나친 말이 아닐까?석상에 대한 진위나 의미는 차치하고서라도 이 깊은 산 속에 히브리어 자음이 너무나 선명하게 육중한 바위에 새겨져 있는 사실 한 가지만 가지고 생각을 해도 동천동지(動天動地)할 사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직 이 석상의 가치를 인정할 만한 문헌(文獻)자료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두 손으로 한아름의 장미꽃을 감아쥐고 있는 모습과 샌달을 신은 듯 양발가락 10개가 선명한 이 석상은 유대인 형상을 지녔으며 입고있는 복장이 언뜻 보아도 기독교 성직자를 연상케 한다. 이는 너무나 상서로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석상이 세상에 알려진 당시엔 여러 지방에서 답사하러 오는 인사들로 인해 그 마을 전체 땅값이 폭등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벌어졌을 정도였다.

그리하여 영풍군 문화공보과에서는 한때 석상유적 보존을 위해 무단탁본행위 등을 금하는 경고문을 세우기까지 하였다.
필자가 이 석상에 대한 이야기를 새삼 들먹이며 되새기는 이유는 이와 같이 기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직한 문화유적에 대한 한국교회의 무관심을 깨우쳐 보자는 의도이다.

기독교대학들이나 기독교박물관 혹은 교회연합회 등이 나서서 본격적인 발굴 및 보전은 말할 것도 없고, 교회사학자들과 기독교계 일반사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이 힘을 합쳐 공동연구를 추진해야 한다.

문화재청이 지원하는 문화재 보수 내지 유지비가 불교문화재인 사찰과 유교문화재인 향교 보수비로 수십억씩 지출되고 있다고 한다. 가톨릭 교회 역사 220년, 개신교회 역사 120년은 아직 짧지만 그동안 사적지 혹은 근대건축 등록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문화유적과 선교유적지, 순교유적지들은 결코 적지 않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믿음의 후예들, 현대 그리스도인들은 언제까지 스스로의 역사를 멸시하거나 무관심하고만 있을 것인가?

뒤늦게나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난 8월 ‘한기총기독교문화재발굴보전운동본부(본부장 김수진 박사, 총무 필자)를 발족시킨 것에 대해 새삼 그 중요함을 생각하게 된다.

여기에는 학자들의 적극적인 연구와 더불어 기독교실업인 단체 등이 나서서 물질적 정신적인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공염불이 되고 만다.

현재 전국에 산재해 있는 등록문화재가 180개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는 유적지 및 유물이 상당수 있으리라고 보면 발굴, 보전, 연구과제는 더욱 시급하다.

박정규 박사(대신대학교 한국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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