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은성 칼럼]천국의 네비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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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은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http://eunra.com)
▲라은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http://eunra.com)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도시들을 뽑으라면 서울을 빼놓을 수 없다. 멕시코시티, 방콕, 뉴욕, 도쿄, 런던, 파리 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서울거리는 손가락으로 꼽힐만큼 복잡하다. 그래서 지방도시에서 직접 차를 운전하여 올라 오고자 마음먹은 분들이라도 서울거리가 너무나도 복잡하기에 미리 포기하는 예가 흔하다.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특별한 시간인 ‘러시아워’(rush hour)가 없을 정도로 서울은 복잡하다.

아침 6시 이후 동녘에 해가 아직 뜨지도 않았지만 출근하는 차들이 거리로 등장하면서 거리를 메운다. 몇 십분을 그냥 도로에서 보내는 것도 흔하다. 그래서 아침이 되면 모두들 서두른다. 게다가 병목현상이 겹쳐지면 더욱 더 복잡해진다. 또 3차선 도로의 3차선에 비상등을 켜놓고 자동차가 정차해 있거나 2차선 도로의 2차선에 정차해 있는 자동차로 인해 자동차 행렬은 더욱더 길어만 간다. 그러다 보니 신호대가 있는 사거리나 오거리에서 먼저 가기 위해 좌회선 차선으로 들어섰다가 직진 차선으로 얌체처럼 들어서는 차들이 생겨난다. 이로 인해 차량 행렬은 길어져 가고 운전자들의 스트레스도 더해 간다. 이런 과정이 매일 같고, 매달 같고, 그리고 매년 같으면 다른 첨단의 방법이 없는지, 대책이 없는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추석이나 설날이 되면, 주말이 되면, 또는 휴가철이 되면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연상케 한다. 빠른 시간에 가려고 택한 고속도로인데다가 요금을 지불했지만 이렇게 정체현상이 있게 되면 휴게소에 들어가서 한숨 돌리려고 하지만 휴게소마저 복잡하여 주차장소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보니 장애인 주차장소에도 주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버스들이 주차하는 지역에 승합차나 승용차들이 주차하기도 한다.

더욱이 운전하다 보면, 더욱 짜증나는 경우가 있다. 좀 더 빨리 가기 위해 경차나 911차만이 달릴 수 있는 갓길로 비상등을 켜고 달리는 얌체 같은 차들이 있다. 무슨 경기라도 하듯이 지그재그로 운전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고속도로에는 속도 카메라가 있다. 그곳에 이르면 속도를 지키면서 조심스럽게 달린다.

넓지 않는 나라이지만 도로자체가 복잡하기에 운전자들에게 네비게이션은 인기 있는 상품이고 기호품으로 널리 보급되어 있다. 복잡한 서울지역에는 그것이 더욱 요구되고 실제로 필요하다. 제시간에 지정된 곳으로 가기 위해서 복잡한 길을 제대로 모르거나 정체가 되지 않는 길을 찾기 위해 네비게이션을 사용한다. 기계에 의지하다보니 그 기계가 없으면 허전하고 길을 찾아가는 감각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하철을 타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과 조금의 여유만 있으면 전화를 거는 사람들을 가끔씩 본다.

남보다 빨리 가고 싶으면 일찍 출발할 수 있을 텐데 우리는 가끔 긴장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이 있다 보니, 그 기기에 의존하다보니 조금의 더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행해야 하는 것을 복잡한 것은 기계에 의존하다보니 생각은 단순해져서 감성적이 된다. 그래서 감각적이고 단순한 것을 선호하는 듯 싶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기기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니 말이다. 보다 감각적이 되기도 한다. 지난 1월부터 시험방송된 DMB (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라는 최첨단의 기기가 운전사나 고객들에게 소개되어 움직이면서도 음악, 동영상, 심지어 TV까지도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목적을 삼고 있는 하늘나라는 네비게이션이 필요없다. 세상 방식처럼 특별한 영적 삶이나 영적 체험이 필요하지 않다. 겪어야 할 일은 겪어야 하고, 회개할 일은 회개해야 하고, 드릴 일은 드려야 하고, 행해야 할 일은 행해야 하고, 봉사할 일은 봉사해야 한다. 하늘나라로 갈 수 있는 길은 유일한 한 길, 즉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 외에는 없다. 그 믿음조차도 은혜로 말미암는 길이다. 천국 가는 길에 갓길도 없다. 누구의 배경을 이용해 들어갈 수 있는 나라도 아니다.

미치광이 아들을 둔 아버지가 할 수 있으면 낫게 해달라고 요구하자 주님은 '할 수 있다면'이라고 하는 말이 무엇이냐 하시면서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다고 하셨다. 낫게 하는 광경을 목격한 제자들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묻는다. 주님은 “기도 외에는” 이런 유가 일어날 수 없다고 하셨다. 믿음은 기도로 나타난다. 믿음은 기쁨을 나타낸다. 믿음은 소망을 갖는다. 믿음으로만 들어갈 수 있는 나라가 곧 하나님 나라이다. 그 외 다른 길은 없다.

그런데 천국 가는 길에는 말씀이라는 네비게이션이 필요하다. 성실한 믿음의 생활을 위한 안내서이며 유일한 지침서로서 하나님 말씀인 성경만이 요구된다. 말씀은 우리들에게 세상의 네비게이션처럼 요령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분의 사랑을 늘 인식시키며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도록 하신다. 곁길이나 갓길로 향하지 말 것을 늘 경고한다. 세상의 네비게이션과 하늘의 네비게이션은 다르다. 우리는 말씀에 따른 항해를, 즉 말씀의 네비게이션을 따라야 한다.

라은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http://eun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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