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은성 칼럼] 새의 꼬리와 같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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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은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라은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약 20여년 전이었을 것이다. 해외 이민자로서 미국 할리우드에서 한인 코미디 배우로서 대성한 자니 윤의 토크쇼가 인기리에 TV로 방영된 적이 있다. 그가 하는 대화는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방영되는 시각이 밤늦은 시간이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만담을 즐겁게 기다리면서 시청했다. 자신은 전혀 웃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의 얼굴만 보아도 우리는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은 그의 재치 있는 말솜씨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것은 미리 예상하는 말이 아니라 전혀 다른 내용이 표출될 때이다”고 했다. 예상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이끌 때 청취자들은 폭소를 자아낸다. 정말 그의 만담은 전국의 시청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196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어렵게 살았던 그의 과거 시절은 정말 상상하기 힘든 시기였다고 한다. 그는 언어소통이 어려웠고, 기대고 믿을만한 사람들을 찾기 어려웠고, 친구도 없는 가운데 심히 외로웠고, 재정적으로 힘들어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고 굶었으며, 앞날에 대한 보장이 없어 절망 가운데 지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재능을 언제든 발휘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하였다고 한다. 틈만 나면 시간을 내어 자신의 재능을 반복해 연습했다고 한다. 그래서 언제든 기회만 주어지면 이것들을 발휘할 것이라고 상상하면서 수년을 보냈다고 한다.

방송국에서 청소부로 있었던 어느 날, 생중계에 출연할 배우가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나타나지 않자 PD는 당황하였다. 그러자 자니의 친구들 중 한 사람이 자니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급했던 PD는 판단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자니에게 기회를 주었다. 기회를 붙잡은 자니는 30분 동안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나타내었다. 평소에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을 웃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어서 생중계를 할 사람이 참석하기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PD는 자니에게 또 다음 30분을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자니는 당황하지 않고 충분히 자신의 장기를 나타내었다. 그 이후부터 자니의 재능은 방송국에서 인정을 받아 지금에 이르는 대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언제 기회가 주어질는지 우리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 때가 언제가 될지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 발휘할 수 있도록 꾸준히 자신을 연마시키고 또 연마시켜야 합니다”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내일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어린아이들을 보자. 내일에 무엇이 일어날는지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다. 오늘에 만족한다.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재롱을 피우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힘든 사회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듯 하다. 마태복음에서 주님은 우리들에게 내일은 주님께 맡기고 오늘에 있는 일에 충실하라고 권하신다.

걱정하는 분들에게 정말 권하고 싶은 말이 있다. 걱정보다 내일을 위해 충실하고 신실하게 준비하라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준비가 내일에 무슨 소용이 될 것인지에 관해서는 기도하면서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내일을 위해 성실하게 준비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눈치를 보면서 기회만 엿보는 사람들은 정말 기회가 주어졌을 때 사람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될 뿐이다. 자신의 실력으로 자신을 나타낼 수 있기 위해서 언제든 주어지는 기회에서 충분히 자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기회는 사자의 머리와 같이 보이지만 지나가고 보면 새의 꼬리와 같다. 그래서 들어오는 기회를 선용하지 않고 붙잡으려고 하면 뼈가 없는 꼬리이기 때문에 붙잡을 수 없다. 사람들은 인생에 기회가 3번 도래한다고 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 기회는 언제든 주어진다. 언제인지 자신이 모를 뿐이다. 오직 한 분만 아신다. 언제 주어질런지 기다리지 말고 기도하는 가운데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상황대로, 그리고 현재의 일들을 성실하게 준행해 나갈 때 기회는 항상 자신 앞에 주어진다.

언제 주님이 오실지 몰라도 항상 등과 함께 기름을 준비해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적같이 임하시는 주님의 재림을 우리는 결코 맞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잔치에 참여할 수도 없을 것이다.

라은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http://eun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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