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목) 경상북도 봉화군 법전면 척곡리 소재 척곡교회 김영성 장로의 초청으로 한기총 산하 한국기독교문화재발굴보전운동본부 전문위원회 위원 몇분이 한기총 박천일 총무와 함께 척곡교회를 다녀 왔다.
동행한 일행은 총무 외에 본부장인 김수진 박사와 필자, 부본부장 백수복 목사, 전문위원 이종무 목사, 은춘표 장로 등이었고, 여기에 당일 대구에서 올라온 부본부장 전재규 박사가 합류했다.
그날 방문답사여행은 척곡교회당이 현재 봉화군 당국에 역사등록문화재로 지정됐고 경상북도로부터는 근대건축물 등록안으로 지정되는 과정에 있는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이번 답사는 한기총 기독교문화재발굴보전운동본부 차원에서 이 건축물의 가치를 최종 확인하는 일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방문 전에 수차 척곡교회 시무장로인 김영성 장로로부터 척곡교회의 ㅁ자형 예배당 구조에 대해 전해 들었기에 우리는 더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막상 가서 보니 김 장로가 말한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한국교회 역사 속에 존재하고 있는 교회건축 형태로서는 좀 특이한 모양의 건물임에 틀림 없었다. 현관을 붉은 벽돌로 증축한 것을 빼면 정사각형 예배당이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목사가 출입하는 문이 따로 있고 양쪽에 남녀교인들이 출입하는 문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 문은 봉해져 있었지만 원형이 훼손되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현재 출입하고 있는 붉은 벽돌로 증축된 현관을 제거하면 정사각형 교회당이 복원되고 이는 한국교회 초기 건물의 특성을 지닌 문화재적인 의미가 담긴 교회건물로 보전할 가치가 충분했다.
답사차 간 우리 앞에는 척곡교회와 거의 동시에 축조된 명동서숙(明洞書塾) 건물의 원형도 발견되었다.
한국장로교회 역사서로 1928년 총회에서 발행한 조선예수교장로회사기(朝鮮耶蘇敎長老會史記(上))에 보면 초기의 한국교회는 교회마다 부속기관으로 향교의 명륜당과 같은 성격의 서숙(書塾)이 함께 설립되었다. 당시 선교부에서 서숙운영 경비를 지원한 탓도 있지만 전국적으로 유행이라 할만큼 우후죽순격으로 서숙이 병설된 기록이 나오는데 이러한 기록을 확인해주는 실물을 발견하기는 처음이었다.
일제 당시에 교회가 설립한 이러한 서숙들이 발전하여 국가에 헌납되어 초등학교와 중등학교로 전환된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서숙의 원형건물을 목격하기는 처음이었다.
이 서숙은 5칸짜리 일자(一字)형 건물인데 창호지를 발라 양쪽으로 젖혀 열리는 전통적인 문살 하며 걸터 앉을 수도 있고 더울 때 밖에 나와 공부도 할 수 있는 마루가 인상적이었다. 뒷쪽엔 툇마루까지 갖추어져 있었고 추울 때는 불을 지필 수 있는 구들방도 갖추어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정감이 가는 옛날 사대부 가정의 사랑방을 연상시켰다.
필자가 보기에 이 서숙은 ㅁ자형의 교회건물과 함께 길이 보전해야 할 학교건물로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또 한가지 감사할 일은 첩첩산중 한가운데 세워진 교회건물과 서숙건물이 6.25 전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하게 보전되어 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초기의 당회록, 제직회록 등 교회의 문헌들이 앞서 거쳐간 교역자들의 도서자료와 함께 고스란히 보관, 관리되어 내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면려회가 경상북도 안동교회에서 출발되었는데 척곡교회 당회록은 1921년 5월 19일 금요일 하오 4시에 본교회 면려회를 조직한 창립회록까지 기록되어 있다.
명동서숙이란 이름이 피목 판자에 흘린 한문체로 출입문 위에 걸려있는 것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 서숙의 건물은 그 역사성에 있어서나 교육적인 가치에 있어서나 기독교 문화재적인 가치를 지닌 건축물이 틀림없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같은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들을 발굴, 보전하는 데 한기총 기독교문화재발굴보전운동본부의 사명이 있고 존재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박정규 박사(대신대학교 한국교회사)
[박정규 칼럼] 봉화군 명동서숙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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