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섭칼럼]김익두 목사와 초기 신유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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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섭 박사의 이야기를 통해 보는 한국교회의 역사[33]

				▲허명섭 박사 (서울신대 성결교회역사연구소 전임연구위원)
▲허명섭 박사 (서울신대 성결교회역사연구소 전임연구위원)

신유는 예수의 중요한 사역 가운데 하나였다. 질병은 인간의 고통 가운데 가장 본질적인 것에 속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질병의 치유를 위해 종교를 찾는다. 사실 초기 한국교회의 급속한 성장에는 신유사역도 크게 기여했다. 한 예로 김익두(1874-1950) 목사의 초기 신유사역을 들 수 있다.

김익두 목사는 한국교회가 낳은 가장 걸출한 신유사역자였다. 황해도 안악이 고향인 그는 1900년 박태환이라는 친구의 인도로 교회에 나왔다가 스왈렌(William L. Swallen) 선교사가 영생(永生)에 대해 설교하는 것을 들었다. 영생의 문제로 고민하던 그는 교회에 나간 지 3주 만에 신앙을 갖기로 작정했다. 그날 그의 어머니는 꿈에서 아주 이상한 체험을 했다. 당시 그의 어머니는 민간신앙의 ‘천자대감’이라는 귀신을 섬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 김익두가 그 귀신을 방망이로 때려 죽이는 꿈을 꾸었던 것이다. 이후 천자대감을 섬기던 그의 어머니와 아내도 김익두를 따라서 예수를 믿게 되었다.

김익두는 신앙생활을 잘하기 위해 비신자 마을에서 신자 동네로 이사했다. 그리고 누군가 술을 권하면 술을 끊었다고 밝히고 자기는 신약과 구약으로 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신앙이 깊은 것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다시 술친구와 어울려 기생집에까지 가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예수를 다시 믿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서 가슴을 치며 밤새도록 깊이 회개하였다. 그리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는데 갑자기 비몽사몽간에 큰 불덩이가 그의 가슴에 안기는 것이었다. 그는 너무 놀라 “어이쿠, 벼락이야”하고 소리를 질렀다. 안방에서 자던 그의 어머니가 이 소리에 놀라 뛰어와서 그를 깨웠다. 깨어보니 그것은 벼락이 아니고 불세례를 받은 것이었다. 그는 이때의 경험을 “가슴을 칼로 찢는 것과 같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는 죄에 대한 자각과 죄사함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간증한다. 이것은 사람들이 부흥사로 나서게 되는 전형적인 체험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죄를 미워하고 성령에 의지하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다.

김익두는 개종 후 얼마 되지 않아 황해도 재령에서 조사로서 일했다. 이때부터 신유의 기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재령교회는 한 때 크게 부흥하였으나 스캔들로 인해 교회가 쇠퇴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 교회는 다시 부흥되었다. 당시 재령교회에는 박수은이라는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가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후, 귀신의 발작으로 그만 까무러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에 김익두가 이 아이를 안고 간절히 기도하자 다시 깨어났다. 이로 인해 그 아이의 가족들은 전부가 신앙을 갖게 되었고, 교회 또한 크게 부흥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김익두의 신유사역이 악령과의 투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김익두는 황해도 신천에서 목회를 하게 되었다. 여기서도 그는 악령과의 투쟁을 통해 놀라운 신유사역을 경험하였다. 신천으로 옮긴지 얼마 안 되어 묘골에 사는 이기화의 처가 무신(巫神)이 들어서 고생하던 중 예수교를 믿겠다고 하였다. 이에 김익두는 즉시 가서 일주일 동안 열심히 기도했지만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 이기화의 처가 거의 사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때 이씨의 삼촌이 “이 여인이 죽으면 네가 담당하겠느냐고 힐문하면서 당장 어리석은 짓을 그만 두라”고 호통을 쳤다. 하지만 김익두는 오히려 “내 생명을 감하여 이 여인을 살게 하옵소서!”하고 더욱 간절히 기도했다. 그 결과 이 여인은 치유함을 받게 되었으며, 이것이 계기가 되어서 묘골에 교회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이웃 지역에도 이러한 일이 계속 되어 김익두는 여러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다.

김익두는 신천에서 목회하면서 1906년 평양신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1907년 평양에서 대부흥이 일어나 성령의 불길이 전국으로 번져 나갔다. 이런 가운데 신유의 역사도 동반되었다. 김익두의 사역도 마찬가지였다. 1908년 말 그는 박 부인이라는 13년 된 병자를 채정민 조사와 함께 성령의 능력으로 치료하였다. 박 부인은 육신에 종기로 좌우 다리에 살은 없어지고 뼈와 힘줄만 남아 있는 사람이었다. 이때 김익두가 의지한 말씀은 야고보서 5장 15절로 “믿음으로 하는 기도는 병든 자를 고치신다”는 말씀이었다. 하지만 박 부인은 처음에는 의심했다. “13년 동안 의약이 무효하였은즉 아마도 나사로 같이 하늘나라에 가서나 새 몸을 얻지 어찌 건강하리요” 그러나 김익두의 기도에는 능력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박 부인은 “누구든지 조사 김익두 씨와 같이 병인을 위하여 기도할 때에 하나님의 권능을 온전히 믿고 하실 것이요, 또 교매(敎妹)와 같이 병중에 계신 이가 있으면 하나님의 권능으로 못할 일이 없는 줄 믿고 기도하시기를 바라나이다”고 하였다(예수교신보, 1908. 12. 15).

김익두의 신유사역은 하나님의 권능은 변함이 없으시며 오늘날에도 이와 같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오늘날에 이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음은 기도하지 않기 때문이요, 기도하지 않음은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신유운동은 기적은 끝나지 않았고,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믿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기적은 사도시대에 끝났으며, 오늘날에는 사라졌다는 전통적인 칼빈주의 교리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물론 김익두 목사는 자신의 교리가 장로교의 정통교리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허명섭 박사 (서울신대 성결교회역사연구소 전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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