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붉은악마'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김진한 기자  jhkim@chtoday.co.kr   |  

붉은악마 성실히 명칭 변경 고민해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응원단으로 활약하고 있는 붉은악마. 이들의 응원 열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절정을 이뤘고, 전 국민적인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응원단의 명칭과 관련, 최근 기독교계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언론회 주최로 붉은악마 개명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는 등 기독교계 내 붉은악마 개명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공청회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뤄진 기독교계 내 붉은악마 명칭 반대 목소리를 하나로 결집시키고, 공론화 시켰다는 데 그 의미가 컸다.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공청회에서 "한 개인의 이름도 신중하게 고려해 짓는 마당에 국제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축구 응원단의 이름이 성경에서 말한 '사탄'이라면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며 "붉은악마의 명칭은 국제적으로도 좋은 이미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붉은악마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치우천왕'에 대한 비평도 있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 응원단이 '치우천왕'을 앞세워 온 나라를 악마의 세상으로 휘몰아가도 이를 '문화'와 '애칭'으로 여길 정도로 영적 무지에 빠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붉은악마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응원단을 자처하면서도 단체명을 비롯해 '치우천왕' 마스코트에 이르기까지 붉은악마가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한 데에 있다.

이번 붉은악마 개명운동 사태는 붉은악마가 단체명을 비롯해 마스코트 등을 결정함에 있어 종교계의 반발 등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은 탓이라 할 수 있다. 붉은악마가 일개 응원단을 넘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응원단이 되기 위해서는 전 국민적 호응을 얻어야 한다. 여기에는 종교계의 지지도 절실한 것이다.

기독교계의 붉은악마 개명운동은 외신에서도 보도가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한국 개신교인들이 붉은악마라는 명칭을 폐지하길 원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내 기독교계의 붉은악마 개명운동 움직임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독교계의 붉은악마 개명운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붉은악마 측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한기총 등이 나서 붉은악마 개명운동을 펼칠 것을 공언했음에도 붉은악마 측이 이 문제를 외면하고, 하찮은 일로 여긴다면 이것이 불씨가 돼 1,200만 기독인의 반발을 살 수도 있는 것이다.

붉은악마는 붉은악마 개명운동을 회피하려고만 할게 아니라 당사자로서 고심하고,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에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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