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정충영 명예교수가 보내는 남산편지
"이 세상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은 소망이 만든 것이다"
세상의 불의에 대해 폭력이 아닌 사랑으로 맞서 비폭력 무저항운동을 주도하였던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 목사가 한 말입니다.
그는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교육까지 받았지만 백인들의 인종차별을 그리 많이 경험하지 않으며 자랐습니다. 그러나 14세 때 버스 안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90마일을 선 채로 타고 오면서 그는 그날 당한 치욕과 분노를 평생토록 간직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주도였던 몽고메리에서는 흑인들은 버스 좌석에서도 차별을 받아야 했습니다. 한 흑인여성이 이를 거부하다 체포됐습니다. 분노한 킹 목사는 버스 승차 보이콧 운동을 전개했고 11개월간 계속된 이 운동은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며 잠자듯 침묵하던 흑인사회를 깨어나게 했습니다. 14세의 어린 시절에 당한 치욕을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킹 목사는 간디의 비폭력 저항주의에 감명 받았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였습니다. "폭력을 써서는 안 됩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백인들이 우리에게 어떤 고난과 차별을 가해도 우리는 그들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들의 죄를 용서합시다"
그는 비폭력 무저항주의 사상을 군중에게 호소함으로써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는 인종화합을 위한 민권운동으로 30여 차례나 체포되었지만 비폭력 무저항운동에 대한 그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킹 목사의 절실한 관심은 흑인 사회의 패배주의를 극복함과 동시에 어떻게 해야 증오와 원한이 아닌 관용과 정의의 정신으로 저항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비폭력은 무저항이 아닌 더욱 적극적인 저항이었고 상대방을 무력으로가 아니라 정의와 양심으로 굴복하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1963년 8월 28일 워싱턴 시가행진에서 그는 연설했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에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이 연설은 텔레비전을 타고 수백만 미국인의 양심을 뒤흔들었습니다. 이날의 집회에서 보여 준 흑인들의 비폭력 저항은 전 세계 인류에게 큰 도덕적 충격을 가했습니다. 그러나 백인들의 테러는 점점 수위가 높아갔지만 1964년 드디어 흑백 평등권이 법제화되었고 킹 목사는 그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가 평생에 흠모하던 간디의 운명처럼 1968년 4월 4일 너무나 아까운 39세의 나이에 암살을 당합니다. 그러나 그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이루어진 모든 훌륭한 것들은 큰 뜻을 품은 사람들의 소망이 만든 것임을 우리는 깨닫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44]
정충영 박사(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현 대구도시가스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