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편지] 죽어 말하는 그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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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정충영 명예교수가 보내는 남산편지

				▲정충영 박사(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현 대구도시가스 사장)
▲정충영 박사(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현 대구도시가스 사장)

빛의 미술가라고도 하는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 - 1669)는 화려한 붓놀림, 풍부한 색채,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한 빛과 어두움으로 대변되는 그의 그림이 지닌 마력은 명성을 누리던 젊은 시절보다 고독과 파산의 연속이었던 말년에 더욱 빛났습니다. 강렬한 힘과 내면을 꿰뚫는 통찰력, 종교적 권능을 감지하게 하는 탁월한 빛의 처리 기법은 미술사의 영원한 신비로 남아 있습니다.

렘브란트의 생활은 말년에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1656년에는 파산선고를 받아 애써 마련한 저택도, 예술적 영감을 한없이 자극하던 여러 가지 미술품도 모두 그의 손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1662년에는 그의 사랑하던 아내 헨드리키에가 마저 세상을 떠나고, 1668년에는 아들 티투스마저 죽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10월 렘브란트는 유대인 구역의 초라한 집에서 임종을 지켜보는 사람도 없이 죽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죽은 후 그의 작품이 렘브란트의 위대함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100년이 채 되기도 전에 그의 작품들의 진가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존하는 렘브란트의 작품은 유화, 에칭, 소묘로 그려졌고 그의 작품은 종교화, 신화화, 초상화, 풍경화, 풍속화, 정물화 등 거의 모든 종류에 걸쳐 있습니다. 더구나 그의 예술은 시대를 훨씬 초월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렘브란트의 작품은 높은 가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000년 12월 무장 복면강도가 스웨덴 스톡홀름 국립박물관에 들어가 감정가 4,200반 달러(약 420억 원)의 그의 ‘자화상’을 훔쳐갔습니다. 그러나 다행이도 5년 만인 지난 9월 그 작품을 되찾았습니다. 경찰이 코펜하겐의 한 호텔을 기습해 이라크인 2명을 포함한 4명의 범인을 검거하고 자화상을 회수했습니다. 다행이 작품은 손상되지 않고 원래대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뿐 아니라 그 일이 있은 며칠 후 그동안 작자가 명확하지 않았던 4점의 유화('수염을 기른 노인', '노인', '흰 보닛을 쓴 나이 든 여인', '우는 여인')가 렘브란트 작품으로 판정받았습니다. 이 중 '흰 보닛을 쓴 나이 든 여인'은 2006년 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 출품될 예정인데 전문가들은 이 그림이 300만~400만 달러(약 30억~40억 원)에 낙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렘브란트는 당대에는 올바르게 평가받지 못했지만 그의 사후에 그의 예술이 위대하였음을 그의 작품들이 밝혀주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모두들 각자의 자화상을 그리는 예술가라 할 것입니다. 붓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의 삶으로 그의 자화상을 그려나간다 할 것입니다. 그 자화상은 우리가 죽은 후 평가될 것입니다.

기록되었으되 주께서 가라사대 내가 살았노니 모든 무릎이 내게 꿇을 것이요 모든 혀가 하나님께 자백하리라 하였느니라 이러므로 우리 각인이 자기 일을 하나님께 직고하리라[롬 14:11-12]

정충영 박사(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현 대구도시가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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