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빌딩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덜컹하고 정지하고 말았습니다. 그 안에는 예닐곱 명이 함께 타고 있었는데, 삽시간에 무시무시한 공포심이 그 안을 가득 메우고 되었습니다.
비상벨을 누르고 기다렸지만 신속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고, 30분이 훨씬 지나서야 엘리베이터 설비업체에서 사람이 왔는지 밖에서 조금 더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한 시간여 후에야 문이 열렸고 우리는 무사히 엘리베이터를 탈출할 수 있었지만, 그 짧은 한 시간 동안 머리 속을 맴도는 공포심과 싸우느라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초죽음이 되어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느낌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체험한 날이었습니다. 뉴스에서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엘리베이터가 추락한 것,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오다 끼어서 죽은 사건 등의 이야기들이 생각나면서 그 한 시간의 길이는 하루보다도 더 길게 느껴졌었습니다. 그 순간 다시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으리라 결심했고, 만약 내가 지금 죽는다면 나의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생각과,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생각이 머리 속을 온통 휘젓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여러 날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엘리베이터에 아무렇지도 않게 오르고, 더 이상 죽음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으며, 내가 부재한 뒤의 가족들의 문제도 고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남아서 아직도 해야할 일들을 하고 있음을 감사할 뿐, 그 날의 기억은 거의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망각의 능력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해가 가는 지금, 그리고 새로운 한 해가 열리는 시점에서 뒤돌아보니, 엘리베이터에 갇혀서 언제 나갈지 알 수 없어서 초조하고 불안했던 것처럼 암울한 공간이 바로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재의 공간임을 자각하게 됩니다. 그 어떤 것도 명확한 것은 없고, 미래는 불투명하고 사람들은 점점 더 사랑을 잃어가며 꿈도 잃어가고 있으며 불확실한 그 어떤 것에게 막연한 기대감만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모든 사람이 사랑이 필요하다고는 하면서도 정작 사랑을 담아낼 가슴을 잃어가며, 모든 사람이 미래의 꿈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모든 꿈을 하나씩 발아래에 밟고 지나치고 있습니다. 마지막 때를 향해 갈수록 공허하고 두려운 엘리베이터 안의 숨막히는 공기는 더욱 더 우리를 짓누르려고 할 것입니다. 그것을 피하고자 사람들은 속임수와 위선으로 무장하지만 역사적 진실 앞에 모든 것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맙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들 사이에서도 더 이상 사랑이 없고 위로도 없고 대화도 없어질 때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가족 관계의 균열은 한 사람의 영혼의 균열을 가져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고린도전서 13장의 사랑을 거듭 되뇌이며 하나님의 ‘사랑관’을 거듭 복습하며 실천에 옮겨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세상에 아무 것도 우리가 붙잡을만한 희망이 없을 때, 그때 우리는 진정으로 크고 빛나는 희망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세말에 이 땅에 있는 수많은 어두움들을 절망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최근에 불거져 나온 미디어의 위선과 거짓들, 최고 교육자요 과학자들의 위선과 거짓들, 먹거리들의 불신들, 수많은 비리와 그릇된 관행들... 그 속에서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수치감도 느껴야 했고 한 해 동안 쌓인 절망감을 쓰디쓰게 곱씹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희망의 빛은 점점 가까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그 빛 앞에 서서 우리의 절망감과 수치심과 눈물을 씻어내야 합니다. 세말이 가고 새해가 오면 더욱 더 환하게 눈부신 빛 가운데로 나아가 우리의 마음에 묻은 얼룩을 씻어내고 그 빛의 실체이신 분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한 해 앞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기쁨과 희망을 기대하며 가족들과 함께 손을 부여잡고 서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새소망을 주시기 원하시며 묵은 허물을 씻고 다시금 주님을 바라보기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이사야 60:1)
강선영 목사(낮은울타리 가정예배사역원장)
[강선영 칼럼]절망을 건너 새로운 빛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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