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녀 가장이 겪었던 실화다. 박 양은 어릴 때 어머니가 가출하고 아버지마저 생활고를 비관하다 자살하였다. 박 양은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나이에 소녀 가장이 되고 말았다. 어린 나이에 80이 넘은 할아버지를 모시고 생활보호 대상 자금을 받아 임대아파트에서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입이 거의 없는지라 박 양은 임대 아파트의 임대료과 관리비 등을 오랫동안 체납하게 되었다. 그러자 서울시 도시개발공사는 박 양 측에 소송을 제기했다. 박 양과 할아버지는 꼼짝없이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날 형편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맡게 된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 7단독 곽 모 판사는 그 소녀의 딱한 사정을 듣고 원고를 불러 "어린 소녀의 딱한 처지를 생각해서라도 고소를 취하할 수는 없겠느냐"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또한 곽 판사는 "체납금 77만원을 내가 부담할테니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파트 주민들은 곽 판사의 배려에 감동을 하였다. 내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자는 마음들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알뜰 시장을 열어 그 수익금으로 박 양의 임대아파트 장기 체납금을 해결해 주었다.
소송을 했던 원고 측 대리인은 "냉철한 법이 지배하는 법원에서 이토록 감동적인 인정을 발휘할 줄 아는 판사를 만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면서 대법원 홈페이지에 그 사연을 게시했다. 어려운 사정을 접한 판사가 도움을 주기 위해 애를 쓴 모양새도 아름답다. 하지만 자신의 살림도 넉넉지 않은 마을 주민들이 박 양을 위해 헌신한 모습이야말로 이 부박한 사회에 따뜻한 감동을 전해주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이 일로 행복을 얻은 것이 비단 그 소녀의 가족뿐이겠는가. 그 소녀에게 법의 냉철함이 아니라 사랑의 손길을 보낸 판사, 발벗고 나선 이웃 사람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들에게까지 행복은 전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행복의 법칙이다. 행복은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나눔의 행복은 그런 것이다. 처음 실천된 곳에서부터 전후좌우로 세를 넓히며 퍼져가기 때문이다. 특히 그것이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나눔의 사랑이라면 더욱 더 그러하다.
김대응 집사(주식회사 브리앙산업 대표이사,극동방송 5분 칼럼, 명성교회)
[김대응 칼럼] 77만원의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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