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응 칼럼] 77만원의 판결

|  
				▲김대응 집사(주식회사 브리앙산업 대표이사,극동방송 5분 칼럼, 명성교회)
▲김대응 집사(주식회사 브리앙산업 대표이사,극동방송 5분 칼럼, 명성교회)

어느 소녀 가장이 겪었던 실화다. 박 양은 어릴 때 어머니가 가출하고 아버지마저 생활고를 비관하다 자살하였다. 박 양은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나이에 소녀 가장이 되고 말았다. 어린 나이에 80이 넘은 할아버지를 모시고 생활보호 대상 자금을 받아 임대아파트에서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입이 거의 없는지라 박 양은 임대 아파트의 임대료과 관리비 등을 오랫동안 체납하게 되었다. 그러자 서울시 도시개발공사는 박 양 측에 소송을 제기했다. 박 양과 할아버지는 꼼짝없이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날 형편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맡게 된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 7단독 곽 모 판사는 그 소녀의 딱한 사정을 듣고 원고를 불러 "어린 소녀의 딱한 처지를 생각해서라도 고소를 취하할 수는 없겠느냐"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또한 곽 판사는 "체납금 77만원을 내가 부담할테니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파트 주민들은 곽 판사의 배려에 감동을 하였다. 내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자는 마음들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알뜰 시장을 열어 그 수익금으로 박 양의 임대아파트 장기 체납금을 해결해 주었다.

소송을 했던 원고 측 대리인은 "냉철한 법이 지배하는 법원에서 이토록 감동적인 인정을 발휘할 줄 아는 판사를 만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면서 대법원 홈페이지에 그 사연을 게시했다. 어려운 사정을 접한 판사가 도움을 주기 위해 애를 쓴 모양새도 아름답다. 하지만 자신의 살림도 넉넉지 않은 마을 주민들이 박 양을 위해 헌신한 모습이야말로 이 부박한 사회에 따뜻한 감동을 전해주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이 일로 행복을 얻은 것이 비단 그 소녀의 가족뿐이겠는가. 그 소녀에게 법의 냉철함이 아니라 사랑의 손길을 보낸 판사, 발벗고 나선 이웃 사람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들에게까지 행복은 전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행복의 법칙이다. 행복은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나눔의 행복은 그런 것이다. 처음 실천된 곳에서부터 전후좌우로 세를 넓히며 퍼져가기 때문이다. 특히 그것이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나눔의 사랑이라면 더욱 더 그러하다.

김대응 집사(주식회사 브리앙산업 대표이사,극동방송 5분 칼럼, 명성교회)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김정석 감독회장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서울시청 합동분양소 조문

김정석 감독회장, 무안공항 사고 조문으로 새해 시작

방명록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기도와 지원에 최선 기울일 것 사회 주요 문제 적극 나서겠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김정석 감독회장과 본부 임원들, 그리고 부장들은 을사년 새해 첫 날인 1월 1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희생당한 179명의 합동분향소가…

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관저 주변 상황.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 운동권 출신들의 폭거”

내란죄 확정도 안 됐는데 공공연히 확정범? 고도의 통치 판단인지 헌재 결정 기다려야 대행의 대행도 탄핵 압박, 헌법재판관 임명 대통령 체포 영장에 ‘법 예외’ 적시 기막혀 대통령, 직무 정지됐으나 ‘현재 국가 원수’ 체포 동조하는 세력, 민주주의 죽이는…

엔딩 파티

살아 있는 사람 위한 장례식 ‘엔딩 파티’, 긍정적 인식 높아져

건강한 장례문화 확산을 위한 ’엔딩 파티(Ending Party, 餘生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엔딩 파티’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장례식’으로, 죽음을 앞둔 이가 지인들을 초청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다. (사)하이패밀리가 지난 12…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

“기도로 세워진 대한민국, 다시 기도로 일어나자”

대한민국이 헌정질서 붕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이를 기도와 행동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가 오는 11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대로에서 시작된다. 이 기도회는 이후 매주 토요일 여의도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박종호 목사

수기총‧세이브코리아 “‘내란 수괴’ 단정? ‘무죄추정’ 따르라”

세이브코리아, 수기총을 비롯한 1200여 시민단체들이 최근 대통령 탄핵 및 내란죄 논란과 관련해 국회와 언론, 공수처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가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으며, 언론이 확정되지 않은 ‘내란죄’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쓰…

WEC 국제선교회, OW, 오퍼레이션 월드

‘세계 기도 정보 결정판’ 오퍼레이션 월드, 출간 60주년

“세계 기도 정보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오퍼레이션 월드’(Operation World, 이하 OW)가 출간 60주년을 맞았다. WEC 국제선교회(WEC International)의 패트릭 존스톤(Patrick Johnston) 선교사가 1964년에 발행한 초판은 불과 32페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는 손으로 그린 지…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