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정충영 명예교수가 보내는 남산편지
러시아계 유대인 아나톨리슈 크란스키는 정치범으로 분류되어 러시아의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갇혔습니다. 그가 가진 모든 소유물은 빼앗겼고 남은 것이라고는 크기가 작은 소책자 ‘시편’ 뿐이었습니다. 간수들이 그 '시편' 마저 빼앗으려 했지만 그는 결사적으로 저항했습니다. 그 때문에 130일 동안이나 햇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독방에 갇혀야만 했습니다.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의 생활은 비참했습니다. 먹고 입는 것까지도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위와 싸워 가며 엄청난 양의 노동에 시달리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12개월의 세월이 흐른 뒤 정부로부터 그에게 석방명령이 내려왔습니다. 1986년 1월, 세계 사람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슈크란스키는 러시아 경비대원들과 함께 미리 정해진 장소에 갔습니다. 그곳에는 그를 예루살렘으로 데려갈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슈크란스키가 막 떠나려는 순간 경비병들은 그에게 달려들어 그가 귀중히 간직한 시편을 빼앗으려 했습니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슈크란스키에게 흥분한 러시아 경비병들이 총을 사용할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슈크란스키 갑자기 눈밭에 쓰러지면서 얼굴을 눈 속에 파묻으며 '시편'없이는 자유를 포기하겠다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그러자 러시아 경비대원들도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물러가고 말았습니다.
기자들이 "어째서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성경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았는가?"고 묻자 그는 대답했습니다. "지옥 같은 강제노동수용소에서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시편 성경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내가 나의 생명과도 같은 그 성경을 포기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는 성경의 귀중성을 머리로 아닌 온 몸으로 체험하였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성경을 지킨 것입니다. 성경 없이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을 올바르게 안내받을 수 없습니다. 이 새해가 성경말씀과 함께 하는 한 해이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하기에 온전케 하려 함이니라[딤후 3:16-17]”
정충영 박사(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현 대구도시가스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