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의 일이다. 집회를 마치고 집에 들어갔더니 아내가 싱글 벙글이다.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그렇게 기분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아내가 전혀 뜻밖의 말을 하는 것이었다. "백화점에 가서 당신 와이셔츠를 하나 사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는 것이다. 자기 옷 사는 것도 아는데 뭐가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아내의 그 말이 가슴깊이 와 닿았고, 덩달아 행복해졌다.
"그렇게 기분이 좋았어?" 이 질문에 대해 아내가 하는 대답이 나를 더욱 감동시켰다.
"이 와이셔츠를 당신이 입는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아졌어! 와이셔츠를 사줄 당신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원래 사랑이라는 것은 주어도 주어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라 하지 않는가? 아직 남편이 입어 보지도 않은 새 옷이지만 그 옷 속에 가려진 남편의 체취를 미리 맡으면서 행복에 잠길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얼마나 여유로운 사랑의 향연인가?
당장 입어 보라는 아내의 재촉에 한번 걸쳐 보았지만 그 옷을 대충 입고 싶지가 않아서 오는 주일날 그 옷을 처음 입어 보겠노라고 답을 하면서 다시금 마음 깊은 곳까지 저미어 오는 행복이 있었다.
요즘 부부간에 사랑이 사라지고 있다고들 말을 한다. 이혼까지는 안 갔다 할지라도 '너는 너, 나는 나'같은 정서적 이혼 상태에 빠진 부부들도 많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주고 싶은 사랑의 마음이 고갈되어 버린 부부. 상대방을 위해 뭔가를 해 준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아까운 부부들을 본다. 그런 부부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바로 그들 가운데 차디차게 식어 버린 사랑의 마음이다.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다. 둘 다 똑같이 영하의 냉랭한 마음을 갖고 있으니 어찌 그들 가운데 화초와 풀이 자랄 수 있으랴!
연애할 때를 생각해 보라. 사랑하는 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내가 그 사람에게 뭔가 의미가 되어 주는 것 자체가 삶의 에너지요, 원동력이 되지를 않았던가? 그 때의 사랑은 다 어디를 가고 지금은 껍데기만 남았단 말인가? 그럴 때 우리가 가져야 하는 마음이 바로 첫사랑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사랑을 받게 될 그 사람을 생각만 해도 그저 행복하기만 했던 시절, 얼굴을 마음속으로 그리기만 해도 그저 가슴이 콩콩 뛰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베푸는 그 조그마한 사랑으로 인해 감동받게 될 그 모습을 그리면서 흐뭇해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우리가 처음 마음 같기만 한다면 어찌 문제가 생길 수 있겠는가? 그 마음이 변하기 때문에 갈등도 생기고 마음도 차가워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은 결단 밖에 없다. 내가 철저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겠다는 그 마음만이 우리를 첫사랑의 행복으로 되돌릴 수가 있다는 것이다. 좋지 않은 기억은 다 제하여 버리고 오직 좋은 추억만을 마음 속 깊이 새기자. 그래서 내 마음을 우선 행복하게 채워 보자. 내 마음에 사랑이 가득하면 상대방이 어떠한 마음을 가지건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그마한 지혜가 서로를 행복하게 만든다. 남편의 호주머니에 모른 척 넣어 놓은 만원짜리 한 장. 그 돈을 꺼내면서 횡재했다고 좋아할 남편의 모습을 그리면 그냥 기분 좋지 않는가? 기왕 시장 간 김에 남편을 위해 하나 더 산 속옷. 그리고 그 속옷을 입고 기분 좋아할 남편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그저 좋지 않는가? 아내가 잠들어 있을 때 싱크대를 깨끗하게 청소해 놓고 그 다음 날 그 사실을 발견하고 기분 좋아할 아내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신이 나지 않는가?
기왕 살아가야 할 부부인데 멋없이 사는 것보다는 신나게 사는 것이 정말 좋은 것 아닌가? 내가 먼저 미리 행복을 그리면서 상상 속에서 기쁨을 누리게 되면 그 감동이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오늘부터 꿈을 꾸자. 행복이 우리 가정에 넘치는 꿈을 말이다. 사랑이 가득한 우리 집을 마음속에 그리라는 것이다. 감동이 물결치는 행복한 우리 집을 날마다 상상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동의 물결 속에 자신을 맡겨 버리자. 그럴 때 행복은 우리 집 깊숙이 들어 와서 우리 모두에게 사랑을 나누어 줄 것이다.
추부길 목사 (웰빙교회 담임,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소장)
[추부길 칼럼] 행복을 꿈꾸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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