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경륜있는 지도자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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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홍 목사(두레교회 담임, 두레공동체 대표)
▲김진홍 목사(두레교회 담임, 두레공동체 대표)

우리겨레는 예부터 경륜(經綸)을 중요시하였다. 어느 지도자를 평가할때도 그를 ‘경륜이 있는 지도자’라 하면 그 사람을 높이는 말이 되고 그를 ‘경륜이 없는 인물이다’ 하면 그를 낮추는 말로 통하였다.

지금은 국가 통치도 경영 능력이 고도로 필요한 때다. 말하자면 국가경영 내지 민족경영이 요청되는 때다. 한 가정이나 한 기업이 그러하듯이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경영능력이 없는 사람이 최고 지도자가 되면 국민들에게 재난이 돌아온다. 그래서 중국에서 예부터 전해오는 말 중에 “소인배가 권력을 잡으면 백성들의 밥그릇이 없어진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국가경영의 모체는 무엇일까? 아마 다음 세 가지가 그 답이 될 것같다.

첫째는 다른 무엇보다 백성들로 평안하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이르기를 목민(牧民)의 요체는 백성들로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둘째는 백성들로 배부르게 하는 것이다.

김일성이 남긴 말 중에 자신의 소원은 ‘백성들로 이밥(쌀밥)에 고기국을 먹게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와 그의 아들은 불행하게도 그러지를 못하였다.

셋째는 밖으로는 나라의 방위를 튼튼히 하고 안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이 하나되게 하는 일이다.

이런 솜씨를 지닌 일꾼을 일컬어 ‘경륜있는 지도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지도자가 분명히 있으련만 그를 찾아내어 지도라 자리에 세우는 것이 온 국민의 염원이 아니겠는가!

전통적으로 경륜(經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겨레는 이미 조선 초에 경륜의 책인 『경국대전(經國大典)』을 편찬하여 국가 경영의 기틀로 삼기를 후손들에게 당부했다.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륜가였던 율곡 이이(李珥 1536∼1584) 선생께서는 임진왜란(壬辰倭亂,1592∼1598)이 일어나기 10년 전에 임진왜란과 같은 큰 전란이 일어 날 것을 예상하고는 10만건군안(十萬建軍案)을 만들어 제출했다.

국가의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중앙에 2만, 8도에 각각 1만, 합하여 10만의 상비군을 창설하여 농사철에는 집으로 가서 농사를 짓게 하고 농번기가 끝난 때에는 소집하여 훈련을 쌓아 만일에 있을 비상시에 대비케 하자는 안이었다. 율곡 선생의 이런 안이 당시의 조정에서 받아들여졌더라면 임진왜란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으려니와 일어났더라도 훨씬 가볍게 물리칠 수 있었을 것이다.

율곡 선생의 뒤를 이어 200여년 전에 등장하였던 불세출의 경륜가가 바로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선생이다. 다산 선생의 경륜은 나라 안에서보다는 나라 밖에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내가 연전에 일본 동경에 갔을 때다. 동경대학의 한 교수가 나에게 말하기를 만일 200년전 다산의 경륜을 조선 왕조가 발탁하여 그를 재상으로 삼았더라면 일본이 조선의 종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민정신(牧民精神)을 바탕으로 하는 그의 경세제민(經世濟民)의 경륜은 시대를 초월하여 빛을 발하고 있다.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근본이 그 시대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의 경륜에 달려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조선이 망하던 때의 사정을 살펴보면 이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그 당시 국가경영의 경륜이 오죽이나 없었으면 중국의 한 외교관이 입안하였던 『조선책략(朝鮮策略)』을 따라 나라의 운명을 도모하였을까?

조선책략이란 1880년대에 청나라의 주일공사관이었던 황준헌(黃遵憲 1848∼1905)이 지은 조선의 외교 방안을 적은 글이었다. 그 내용인즉 러시아의 남진정책에 대비하여 조선이 일본, 중국. 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어떻게 전개하여야 할 것인가를 논한 내용이었다.

요즘 들어 흔히 말하기를 지금 겨레의 사정이 100년 전 조선이 망하던 때의 그때 사정과 흡사하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러니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국가경영 내지 민족경영의 경륜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한 시대를 이끄는 지도자들의 경륜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실례는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남다른 경륜을 가슴에 품은 지도자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거듭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국이 문화혁명 이후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에 등소평이 등장하여 중국을 살려냈다. 난쟁이의 키를 겨우 벗어난 정도인 등소평의 경륜이 중국을 살려낸 것이다.

싱가폴의 이광요나 말레이지아의 마하티르 수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아일랜드의 경우를 살펴보면 국가 지도자의 경륜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하여 실감하게 된다.

지난날의 아일랜드는 유럽의 쓰레기통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침체된 분위기의 나라였다. 2백년전 한때는 감자 흉년이 들어 200만의 인구가 굶어죽었고 200만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때 이민 간 가족들 중에 케네디 가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아일랜드가 1990년에 들어 불일듯이 일어나게 되었다. 경륜 있는 지도자가 때를 얻어 나라를 이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국가경영을 맡은 이후로 불과 15년만에 아일랜드는 국민소득 3만불에 이르게 되고 외국 기업들이 줄이어 들어왔다. 아일랜드가 이렇게 일어난 이유는 간단하다. 다음의 세 가지 정책을 과감하게,꾸준하게 실천하여 나간 결과였다.

오랜 세월 동안 좌절과 침체의 역사를 이어오던 아일랜드가 1990년대에 들어 침체의 세월을 극복하고 선진사회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경륜있는 지도자가 실천하였던 정책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를 중심으로 한다.

첫째는 세금을 과감히 낮추었다.

흔히 생각하기를 세금을 많이 거둬들여야 나라 살림이 윤택하여 질 것으로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와 반대이다. 그런 생각은 국가경영에의 깊이 있는 경륜을 체득하지 못한 하수(下手)들의 생각이다. 고수(高手)들은 세금을 낮춰 기업들의 사기를 올려 주고 해외 자본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여 준다. 이른바 ‘작은 정부 큰 시장’이다. 뉴라이트 운동은 ‘작은 정부 큰 시장 정책’을 따른다. 그런데 어설픈 좌파 정권들이 ‘큰 정부 작은 시장 정책’을 선호하다가 나라의 경제를 그르치게 하고 사회의 활력을 앗아가게 만든다.

‘큰 정부 작은 시장’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사회주의 정부이다.

지난 백년 간에 벌어졌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경쟁에서 사회주의가 완전히 패배를 당하였다. 그 이유가 바로 “작은 정부 큰 시장이냐” “큰 정부 작은 시장이냐”의 선택에서 결판이 난 셈이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선택하였던 자본주의가 ‘큰 정부 작은 시장’을 선택하였던 사회주의를 이긴 것이다.

오랜 세월 침체의 역사를 이어오던 아일랜드를 깨우쳐 유럽의 모범 국가로 변화시킨 성공한 두번째 정책은 각종 규제를 과감히 폐지시킨 점이다.

기존의 규제들 중에 꼭 필요한 규제 두, 서너 가지만 남기고는 나머지는 과감히 폐지했다. 규제공화국이란 명예스럽지 못한 별명까지 붙은 우리 한국이 꼭 본받아야할 정책이다.

내가 아는 한 미국의 교포 실업가가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겠노라고 왔다가 여섯 달만에 포기하고 떠나면서 남긴 말이 기억난다. 자기가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포기하게 된 이유를 3가지로 말해 주었다.

첫째는 한국 기업들의 재무제표가 너무나 부정확하여 믿고 거래를 하기가 어려웠노라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정직성의 문제이다.

둘째는 얼기설기 얽혀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지적했다.

셋째는 강성 노조를 지적했다.

아일랜드를 깨우쳐 유럽의 모범 국가로 변화시킨 정책의 세 번째는 영어교육의 혁신이다.

겉으로 생각하기에는 영어교육과 사회발전에 상관관계가 있을 것 같아 보이지를 않지만 실제로는 깊은 관계가 있다.

이전에는 아일랜드 사회에 속좁은 민족주의가 넘쳐나서 아일랜드어를 사용해야 애국적이고 영어를 잘하면 마치 애국심이 결여 된 사대주의자인 것 같이 생각하는 풍토가 있었다. 그러나 새 지도자는 이런 인식에 거슬려 영어교육을 아예 국가정책으로 내세워 실시하였다. 그런 정책을 시작하게 된지 15년여 지난 지금에는 국민 70% 이상이 영어로 의시소통 할 수 있는 정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유럽 여러 나라들 중에 만년 열등국이었던 아일랜드가 최근 15년 어간에 모범국가로 변화게 된 것은 영어 교육이 한 몫을 하였음은 이미 소개한 바이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의문이 일어남직하다. “영어교육과 국가발전 간에 무슨 연관이 있을까?”하는 의문이다.

아일랜드의 경우 국민들 중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국민들이 70% 이상이 되자 외국 기업들이 쉽사리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노동력을 따라 해외기업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되니 지금 우리 나라가 고민하고 있는 청년 실업 같은 문제가 해결 되고 실업자가 줄어들면서 사회가 활력을 되찾게 되었다.

영어 교육과 국가 발전을 연관시켜 국가 정책으로 뒷받침하는 나라의 경우는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5월 14일에 건국되었다. 우리 정부가 건국된 날인 8월 15일보다 불과 3개월 앞서 세워진 나라이다.

건국 이래 이스라엘은 국가 경영의 우선권을 다음 세 가지에 두었다.

첫째가 교육에 대한 투자이다. 말하자면 교육입국, 교육흥국을 기치로 삼은 것이다.

둘째는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이다. 준 사막에 해당하는 좁은 국토의 나라에서 국가 생존의 활로를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두었던 것은 능히 이해가 되는 일이다.

셋째가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외국어 교육이다. 이스라엘은 초등학교 시절에 이미 영어를 익숙히 할 수 있도록 교과 과정을 수립하였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제2외국어를 공부하게되고 고등학교에서는 제3외국이, 그리고 대학에 가면 제4외국어를 하게 되어 있다 .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 중에 대학을 졸업하였다 하면 4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알면 되고 고등학교를 나왔다면 3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알면 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영특하고 부지런하고 다정다감한 사람들이어서 세계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나으면 나았지 뒤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한 가지 없는 복이 있다. ‘지도자 복이 없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타고 난 바탕이 아무리 빼어나더라도 그런 자질과 장점을 하나로 묶어 겨레의 발전으로 연결시켜 나갈 지도력을 만나지 못하게 되면 그런 자질과 바탕이 한갓 무위로 끝나 버리고 말게 될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그런 경륜 있는 지도자를 어떻게 찾아내어 지도자의 자리에 세우느냐의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는 선거가 중요하다. 민주사회는 선거를 통하여 지도자를 세우기 때문이다. 금년과 내년에 선거가 있다. 경륜 있는 지도자를 뽑아 세워 겨레의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 유권자들인 우리 국민들의 몫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정치학에서 “어떤 나라이든 그 국민들의 수준만큼의 정부를 가진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2006년 새 해를 맞이해 나랏일 중에서 다른 어떤 일보다 경륜 있는 지도자를 세우는 일에 가장 앞서야 함을 거듭 강조하며 글을 맺는다.

김진홍 목사(두레교회 담임, 두레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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