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집단 이기주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지방주의 청산을 부르짖으면서도 여전히 그 잔재를 정계나 교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것은 우리 속에 있는 요나적인 집단 이기주의 때문이다.
교회 정치란 이름으로 지방주의, 집단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우리는 사람을 인물 중심으로 다루기보다 그 사람의 출생지가 어디인가를 따져서 성분을 분석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요나가 이런 실수를 범하였다. 하나님은 요나를 거센 풍랑과 조용한 호박 넝쿨로 다루셨다.
요나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다. 요나는 설교를 썩 잘했다. 그러나 그는 고민이 많은 전도자였다. 니느웨에서 행한 그의 대중설교는 선풍적인 것이었다. 니느웨 성에 있는 모든 백성들이 회개하였다. 이때 요나는 크게 기뻐하고 하나님게 영광을 돌려야 할 터인데 오히려 하나님께 불평을 하였다. 요나는 자신도 회개했고 남들도 회개시켰으며, 사명도 받았고 역사도 이루었으나 아직도 옛사람의 잔독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잔독이란 유대주의라는 뿌리깊은 집단 이기심이다. 바로 그것 때문에 요나는 니느웨 성의 전도 결과를 보고서 심히 싫어하고 노했던 것이다. '유대인 제일주의'의 강한 구별 의식과 민족적 우월감, 그것 때문에 그는 화가 난 것이다. 그는 유대인 외에 다른 이방인이 하나님의 은총을 입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어했다. 이처럼 그는 편협한 신앙에 젖어 있었다.
성령 충만을 체험한 오순절 이후, 베드로까지도 이방인을 속물로 보고 이방인 전도를 꺼렸다. 그는 이방인이 하나님의 은총을 유대인처럼 받는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 싫어했다. 요나의 경우는 베드로보다 더 심했다. 요나는, "내가 고국에 있을 때에 그들을 진멸하시겠다고 말씀하시지 아니하였나이까"라고 하나님께 떼를 썼다. 신앙의 시기심이 민족적 차원에서 발동한 것이다. 열왕기하 14:24을 보면 요나의 조국의 영적 형편은,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여 이스라엘로 범죄케한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의 모든 죄에서 떠나지 아니하였더라"라고 하여 너무 악에 빠져 있었다.
요나는 조국의 영적 침체와 유대를 압제하는 원수 나라 앗수르의 영적 부흥을 비교하여 보고, 이스라엘의 선지자로서 분하고 괴로워 살 맛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내 생명을 취하소서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내게는 나음이니다"라고 한탄하고 있는 것이다.
요나의 이야기는 아무리 은혜받은 종이라도 집단적 이기주의라는 죄를 지을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요나는 며칠 전까지 목숨을 건 순교적 전도를 한 최대의 선지자였고, 불길 같은 부흥 운동을 니느웨에서 일으킨 혜성같은 부흥사였지만 시기심만은 이기지 못했다.
베드로에게도 요나와 같은 집단 이기주의가 있었다. 순교할 것까지 예언된 요한복음 21:21에서, 베드로는 예수님을 향해서 "주여!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삽나이까"라고 요한을 지칭하여 물었다. 그때 예수님은 베드로의 시기심을 알고, "내가 올 때까지 그를 머물게 하고자 할지라도 네게 무슨 상관이냐"고 하셨던 것이다.
구약의 여호수아에게도 그런 시기심은 있었다. 70인 장로가 성령을 받아 예언하니, 그것을 보고 있던 여호수아가 모세를 향하여 금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모세가 그에게 이르되 "네가 나를 위하여 시기하느냐? 여호와께서 그 신을 모든 백성에게 주사 다 선지자 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라고 말했다.
여기에 모세의 참 겸손이 있다. 오늘날 신자나 전도자에게 또한 교회나 교단적으로 이러한 겸손이 요구된다. 시기에서 오는 중상모략이 없어지는 풍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루터에게 감화를 준 타울러(Tauler)는 "시기의 말을 하느니 내 혀를 깨물겠다"라고 말했다.
주님은 원수를 위해 축복해 주라고 부탁하셨건만 우리는 우리가 아껴야 할 동지가 망하기를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스스로 잘 믿는다고 자처하는 보수 교회일수록 시기와 분쟁이 많음을 볼 수 있다.
초대 교회는 서로 입맞추고 인사하며 사랑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 교회는 서로 지방주의라는 집단 이기심으로 싸움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에베소 교회는 참으로 보수적인 교회였다. 예수님은 에베소 교회가 '자칭 사도라 하는 거짓 이단들'을 축출한 것에 대해 칭찬하셨다. 그러나 이어서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계 2:4)라고 책망하시고 "만약 회개치 아니하면 내가 네게 임하여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고 경고하셨다.
얼마나 무서운 경고인가. 하나님이 우리 교회에서 촛대를 옮기실까 두려울 뿐이다.
김의환 총장(칼빈대학교)
[김의환 칼럼] 우리 속에 있는 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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