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섭 박사의 이야기를 통해 보는 한국교회의 역사[43]
이성봉 목사는 1930년대부터 한국의 대표적인 부흥사였다. 그는 40여년에 걸쳐 탁월한 부흥사로 사역했지만, 오늘날 자칭 유명하다는 부흥사들과 목회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그 흔한 잡음 하나 없을 정도로, 그의 삶과 사역은 그야말로 투명했다. 많은 사역자들은 오늘도 그를 한국교회의 사표로서 존경하며 따르고 있다. 그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여 공감할 수 있는 깨끗한 신앙의 경주자로써의 삶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가 성결한 신앙의 삶을 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성봉 목사는 자신이 수원교회에서 개척목회를 할 때 경험했던 신비한 신앙적 체험이 그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이성봉 목사는 그때를 29세가 되던 8월 12일로 기억했다.
당시 이성봉 목사는 교회를 개척하고 불철주야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과로 때문인지 아니면 악마의 시험인지는 몰라도 몸이 항상 쇠약했고, 오후마다 열이 올랐다 내리는 증상을 겪었다. 그래도 이성봉 목사는 신유(神癒)를 믿고 의약을 쓰지 않고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8월 12일이었다. 그날은 주일이었는데 예배를 마친 후, 이성봉 목사는 다시 끙끙 앓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너무 열이 올라서 그만 혼몽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때 공중에서 뜻밖의 소리가 들렸다. “이성봉 전도사는 이제 살기 어렵다. 아마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때 “내가 죽어? 내가 죽으면 어디로 가지? 천국이야? 지옥이야? 천국에 갈 준비가 다 되었나?”라는 생각이 이성봉 목사에게 떠올랐다. 그리고 신학교를 마치고 주를 위해 일한다고 하면서도 아직 철저하게 회개하지 못한 것이 몇 가지 생각났다. 그래서 그는 속히 회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내를 불러 증인을 세우고 숨은 부끄러움을 종이에 적어가면서 자복했다.
그가 아내에게 총각시절에 어떤 처녀를 사모하여 혼자 연애했던 사실을 고백하려고 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저 자식이 회개하려면 자기나 할 것이지 왜 남은 끌어들이는 거야?”라고 외치는 그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이성봉 목사는 아내에게 “여보, 저 소리, 저 큰소리가 들리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아내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성봉 목사는 그것이 사탄의 방해인 것을 깨닫고 열심히 회개하였다. 그런데 “흥, 네가 아무리 회개한다고 될 줄 아느냐? 너는 주께 버림받은 자야!”라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때 이성봉 목사는 큰 소리로 “사탄아 물러가라. 믿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고 외쳤다. 그러자 “흥,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야”라고 사탄이 소리쳤다. 이에 이성봉은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 하지 않았느냐?”라며 대꾸했다. 그러자 사탄은 “흥,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구원 얻는 줄 아느냐?”라고 다시 되물었다. 이성봉 목사가 “회개하고 믿으면 용서를 받는다”라고 하자, 사탄은 “흥, 알고 짓는 죄는 사함 받지 못한다”라고 계속했다.
이성봉 목사에 대한 사탄의 공박은 집요했다. 악귀들은 여러 모양으로 달려들고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또 나타나고 하면서 그를 시험했다. 그러기를 한참 하다가, 이성봉 목사는 “주여, 나를 버리지 마옵소서. 나를 위하여 죽으신 그 십자가를 저에게 보여주소서”라고 계속하여 기도하였다. 그때 십자가가 나타났는데, 예수 없는 빈 십자가 검정 십자가였다. 이성봉 목사는 “사탄아 물러가라. 이것은 예수님이 나를 위하여 달리신 참 십자가가 아니다”라고 외치고, “주여, 저에게 당신이 달리신 참 십자가를 보여 주소서. 당신의 형상을 보게 하여 주소서” 하고 결사적으로 기도했다. 그때 하늘로부터 한 십자가가 나타났는데, 예수께서 달리신 참 십자가였다. 이성봉 목사는 감격하여 십자가를 붙들고 애통하며 모든 죄를 자복하였다. 예수의 피 흘리신 십자가 밖에는 붙들 것이 없었던 것이다.
이성봉 목사가 계속하여 “나를 위해 부활하신 예수여, 살아 계신 주님의 위로를 주옵소서”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예수님은 그를 어루만져 주시고 천국으로 이끌고 올라가셨다. 한참을 가다보니 수정같이 맑은 요단 강물이 흐르고 건너편에는 화려하고 찬란한 천성이 보였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천성의 모습을 보여주셨던 것이다.
이성봉 목사는 이 체험과 동시에 신유의 은혜도 경험했다. 모든 병에서 깨끗이 나음을 입었던 것이다. 그 날 저녁, 이성봉 목사는 예전과 다름없이 예배를 인도하였으며, 낮에 있었던 일을 간증했다. 이성봉 목사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바울사도가 그가 몸 안에 있었는지 몸 밖에 있었는지 나는 모르나 삼층천(三層千)에 가 보았다고 한 것 같이, 나는 그 후로 항상 그 이상(理想)이 나의 신앙생활을 격려하여 주고, 소망 중에서 살게 되고, 현실보다 영원한 내세를 더욱 그리워하게 된 것이다.”
천국의 이상이 그의 성결한 삶과 승리하는 사역을 이끌었던 비결이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교회는 지도자들의 세상적인 욕심에 끌려 표류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제 한국교회가 보다 분명한 천국의 비전을 회복하고, 천국의 시민권을 상속한 자답게 향기로운 삶을 살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