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얼마 전 대대적인 사면과 복권을 단행하였습니다. 사면과 복권은 형을 선고받고 그로 인하여 공무 담임권 및 피선거권이 박탈된 사람들에게 형을 면제해주고 위와 같은 피선거권 등을 회복시켜 주는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그동안 형을 선고받고 그로 인해 일정한 자격까지 상실, 또는 정지된 사람들은 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지만, 더욱더 큰 아픔은 피선거권 등 일정한 자격을 박탈당한 채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이번에 복권된 사람들은 다시 피선거권이 회복되기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됩니다.
사면과 복권을 단행함으로 말미암아 그동안 어둠 속에서 지냈던 사람들에게 희망과 빛을 주고 새롭게 사회와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 누가 반대할 것입니까? 더욱이 사면과 복권된 사람들 가운데는 많은 정치적, 사회적 경륜과 식견을 갖춘 인물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들에게는 다시 한 번 사회와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데 대하여 무엇보다 큰 기쁨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경미한 행정 법규 위반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일반 사면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행정법규 위반으로 처벌받은 경우에도 전과 기록이 남아 있어 부끄러움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사면이 이루어지면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되고 전과기록에서도 지워질 것이기 때문에 마음에 기쁨이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이처럼 죄를 사함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사함받는 자에게는 큰 기쁨이 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죄를 사함받기 전에는 모두 죄인이었습니다. 사형 선고를 받은 죄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님으로 인하여 우리가 받을 죄는 사면되었고, 영원히 하늘나라의 시민이 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부여받는 복권이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사면과 복권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예전의 어두움에 있다면 사면과 복권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일 것입니다. 사면과 복권이 대통령의 일방적 권한이듯이 하나님이 우리를 사면하고 복권하는 것은 하나님의 일방적 선물입니다. 죄인은 감사함으로 받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성경은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치 못하게 함이라”(엡 2:8-9)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공직에 있을 때 사형 집행장을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그날 사형집행을 당하는 사람은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강취한 살인 강도범이었습니다. 교도소장이 그 사형수에게 물었습니다. “귀하는 살인 강도죄로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에서 상고 기각되어 형이 확정되었고, 오늘 법무부 장관의 명령에 의하여 형을 집행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습니까?”
그 순간 내 마음 속에 복잡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사면권자가 저 사형수를 특별 사면하여 사형집행을 면제하고 살려준다면 저 사형수는 평생 무엇을 위해 살겠는가? 자기를 살려준 사람에게 감사하며, 평생 그를 위해 살아가지 않겠는가? 사면권자가 아무리 궂은 일을 시킨다 한들 그가 그 일을 마다하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 하나님께서 나를 깨우치시는 것 같았습니다. “명수야, 저 사형 집행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사형수가 누구인지 아느냐?” 가만 보니, 바로 내가 저 사형수와 똑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때 나는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는 누구였나? 죄로 말미암아 사형 선고를 받았던 자가 아니었나?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고, 죄의 삯은 사망이라 하셨으니 나는 죄 때문에 영원히 죽을 수 밖에 없는 죄인이었다. 사형의 집행만을 남겨둔 사람이었다. 내 영혼이 지옥으로 가는 날이 사형 집행을 당하는 날이 아니었겠나? 그러나 사형 집행만을 남겨 둔 나를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기셔서 그로부터 나를 사면해 주셨다. 그것도 말로써 사형 집행을 면제해 주신 것이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독생자를 통해 내가 받을 사형 집행을 대신 받게 하시고 나를 사면해 주신 것이 아닌가?’ 이것을 생각하니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나는 마음 속으로 다짐하며 기도했습니다. “주님, 나 같은 죄인을 사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평생을 나를 사면해 주신 주님을 위해 살아가겠습니다. 주님, 아무 일이나 시켜 주십시오. 마다하지 않고 감사하며 감당하겠습니다.” 나는 특별 사면을 받은 자입니다.
[주명수 칼럼] 사형 집행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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