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섭 칼럼] 성결교회의 북부지역 개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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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섭 박사의 이야기를 통해 보는 한국교회의 역사[66]

				▲허명섭 박사 (서울신대 성결교회역사연구소 전임연구위원)
▲허명섭 박사 (서울신대 성결교회역사연구소 전임연구위원)

한국 성결교회는 초창기부터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려는 비전을 품고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성결교회가 초기 한국교회의 선교지역 분할정책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교지역 분할정책은 한 마디로 특정지역의 선교는 특정 교파가 감당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성결교회는 비록 수적으로는 많지 않았지만 전국의 주요 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하고 사중복음의 확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선교 초기에 진남포 등 이북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하려다가 기존 교파의 텃세 등의 이유로 실패하자 성결교회는 주로 이남지역에 그러한 거점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가 1921년 9월에 복음전도관 구조에서 교파 체제로 전환하면서 성결교회는 사역의 지평을 그동안 미진했던 이북지역으로 넓혀가기 시작했다. 1922년 4월에 함경남도 북청에 세워진 북청읍성결교회는 그 신호탄이었다. 북청군은 왕성한 생활력과 자녀에 대한 뜨거운 교육열의 상징이 된 북청 물장수로 유명한 곳으로, 당시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의 하나였다. 이는 기독교 복음이 한국사회에 가져다 준 변화의 상징이기도 했다. 실제로 성결교회가 함경도에 들어갈 때에는 이미 그곳에 장로교 167개, 감리교 46개, 안식교 4개가 세워져 풍성한 선교의 열매를 거두고 있었다. 그리고 북청읍에만 해도 7~8개의 장로교회가 있었다.

하지만 함경도는 성결운동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물론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함경도의 심장부와 같은 북청지역에 성결교회가 세워지면서 비로소 이북지역에도 성결운동의 깃발이 나부끼기 시작했다. 그 선봉장은 평남 강서 출신의 곽재근(1893-1970) 전도사였고, 갓 경성성서학원을 졸업한 이정원 전도사와 신관빈 전도부인이 함께 했다. 곽재근은 이미 금천리교회(1916), 대전교회(1920), 부강교회(1921) 등을 개척한 경험이 있었고, 북청 출신이었던 이정원은 누구보다도 그곳 사정에 밝았다. 그들은 처음에 극명학교에 임시 예배처소를 마련하고 전도활동을 하다가 1922년 5월에는 대거전도대회를 개최하여 90여명의 구도자를 얻었다. 이들 중 20명이 6월 12일에 드려진 창립예배에도 출석하였고, 이후 북청읍교회의 부흥과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북청읍교회 신자들의 뜨거운 전도열이다. 교회가 설립되자 신자들은 전도대를 조직하여 적극적인 전도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창설된 지 2~3개월 만에 장년 60여명과 주일학생 100여명이 모이는 교회가 되었고, 1년도 채 안되어 200여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교회에 다니다가 실족하거나 낙심하여 물러나 있던 장로교 신자들의 유입도 크게 작용했다. 장로교회를 떠났던 신자들 중의 일부가 성결교회의 신앙적 스타일에 매력을 느끼고 북청읍교회로 들어왔던 것이다.

당시 함경도는 캐나다장로교선교회의 선교구역으로 장로교의 텃밭이었다. 그런데 캐나다선교회의 신학적 성향은 이후 한국교회 자유주의 신학의 본산지로 알려질 정도로 다분히 자유주의적이었다. 물론 그러한 경향은 1920년대 중반 이후에야 표면화되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도 이미 몇몇 선교사들이 가르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때로 성서 중심의 순수한 신앙을 갖고 있던 한국인 신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으며, 그 와중에 한국인 신자들이 실족하여 교회를 떠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일부가 성서 중심의 사중복음 신앙을 강조하며 뜨겁게 구령활동을 전개하는 북청읍교회로 들어왔던 것이다. 이것 때문에 캐나다선교회는 성결교회가 자신들의 신자 40여명을 뺏아갔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북청읍교회의 설립 및 활동과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일이 또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계속적인 지교회나 기도처의 설립이다. 여기에는 북청읍교회의 복음전도대(Evangelistic Band)가 크게 기여했으며, 복음전도대는 북청읍교회의 전통이 되기도 했다. 일례로 북청읍교회는 1924년에도 남자 8명과 여자 6명으로 복음전도대를 구성하여 이방의 어두움 가운데 앉아 있는 지역들을 순회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여 70여명의 사람들을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이끌기도 했다(OMST, 1924. 10).

북청읍교회는 설립 초기부터 신자들을 중심으로 복음전도대를 조직하고 꾸준하게 주변지역에 대한 전도활동을 벌였다. 이에 1922년 9월에는 서해면에 40여명의 신자가 모이는 어포리교회가, 덕성면에는 49명이 모이는 나하대교회가, 평산면에는 30여명이 모이는 평산교회가, 이듬해 2월에는 속후면에 60여명이 모이는 현금리교회가, 그리고 5월에는 60여명이 모이는 니망지리교회가 각각 지교회나 기도처로 개척되었다. 이들 지교회나 기도처에는 이후 교역자들이 파송되어 독자적인 교회로 성장했다. 특히 30여명의 신자가 모이던 평산교회는 예배처소가 없어 기도하던 중 김병갑이라는 여자 성도가 예배당 건축부지로 100평을 바치고, 한 남자 성도는 건축에 필요한 목재를 바쳐서 예배처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회들은 예배처소를 마련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특히 북청읍교회는 계속 주변지역에 지교회나 기도처의 설립을 통해 신자들의 분산에 힘을 썼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신자를 감당할 수 없어 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러한 부흥의 소식을 들은 서구의 기독교인들은 <북청지방유지단>을 조직하고 정성껏 모은 상당한 액수의 헌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그 결과 북청읍교회는 1923년 7월에 예배당 신축공사를 시작하여 10월에 마치고 헌당할 수 있었다. 이는 인종과 나라의 경계를 떠나 기독교의 복음에 드려진 아름다운 헌신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열매의 배후에는 하나님의 말씀에 온전히 따르려는 누군가의 결단과 헌신 그리고 희생적 사랑이 있기 마련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거창한 멘트용 구호는 걷어내고 성서적 신앙의 실현을 위해 내려놓음과 순종의 시동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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