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수님을 믿고 거듭난 이후에,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것 이외에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경건하지 않으며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즐기는 당구의 일종인 포켓볼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거듭난 이후에 당구를 하는 사람은 마귀에 속하는 사람이라고까지 극단적으로 생각하고 그런 것은 전혀 즐기지 않았습니다.
신학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 갔을 때, 그곳 신학대학원 안에는 레크레이션 센터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우리 나라에서 마귀의 자녀들이나 가는 곳으로 여겼던 당구장이 그곳 신학대학원 내에 있는 것이 아닙니까? 더군다나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두 그 신학대학원을 다니는 학생들과 그 가족들이었습니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신학대학원은 자유신학을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미국 내에서 보수적인 신학교로 이름이 나 있는 신학교들 중에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신학생들이 당구를 즐기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저들은 정말 믿음이 없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믿음이 있더라도 인격이 형편없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나보다 훨씬 믿음도 좋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어떤 것은 즐겨도 되고 어떤 것은 하면 안 된다는 식의 바리새인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나에게 질문을 합니다. “이런 춤을 춰도 되나요? 이런 노래를 불러도 되나요? 이런 놀이를 해도 되나요?” 나는 그들에게 대답해 줍니다. “이것은 해도 되고, 이것은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과연 이것을 하는 것이 나의 믿음에 유익이 되겠는가를 따져 보아라. 이것을 한다 해도 믿지 않는 사람이 나를 볼 때 하나님의 영광이 가려지지 않겠는가를 생각해 보아라.”
스포츠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포츠에 지나치게 탐닉하다 보면, 신앙생활에 유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골프는 얼마나 좋은 운동입니까? 또 얼마나 재미있는 운동입니까? 파란 잔디 위를 걸어가면서 주님을 생각하기도 하고 설교 내용을 구상하기도 합니다.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교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운동이 너무 재미있다 보니 그것에 탐닉하게 됩니다. 그래서 주일을 택하여 골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주일예배를 거르게 되면 결국 믿음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장로님이 골프가 하도 재미있어서 주일에도 골프를 치러 나갔습니다. 하루는 그 장로님이 잘못을 깨닫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였습니다. 회개하는 표시로 장로님은 그 비싼 골프 클럽 회원증을 아주 헐값에 팔기 위하여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골프 클럽 회원증을 산 사람은 그 교회의 전도사님이었다고 합니다.
테니스를 즐기는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테니스를 너무 즐기다 보니 테니스 때문에 주일에 교회를 나가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그동안 테니스 때문에 주일에 하나님께 예배도 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테니스 라켓을 부러뜨려 버렸습니다. 골프 클럽 회원증을 헐값에 팔고, 테니스 라켓을 부러뜨리는 그 결단력 자체는 높이 살 만하지만 나중에 다시 사야 할 비싼 값을 생각할 때 좀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골프라는 운동을 나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운동을 즐기는 자체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고는 너무 단편적이어서 옳지 못합니다. 우리는 스포츠 자체를 비난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포츠는 그냥 스포츠입니다. 비난 받아야 될 대상은 스포츠 자체가 아니라, 그 스포츠에 지나치게 탐닉하여 믿음의 덕을 세우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자세입니다. 여가를 잘 선용하여 스포츠를 즐기면 인간관계를 더욱 잘 유지하고 믿음에도 유익하다는 것을 기억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균형있게 즐겨야 합니다.
나는 보통 토요일을 스포츠를 즐기는 날로 정해놓고 친구들, 동료들, 가족들과 함께 골프나 볼링, 산행을 즐깁니다. 나이스 샷과 스트라이크가 터질 때마다 함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손뼉을 칩니다. 그 소리에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아 웃습니다. 그런데 동료들의 환호성과 박수 소리보다 더욱 나를 기분좋게 만드는 소리가 있습니다. 나이스 샷과 스트라이크가 터질 때, 동료들의 환호성과 박수 소리에 이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명수야, 나이스 샷!” 하시는 주님의 격려의 소리입니다. 주님께서는 스포츠를 할 때도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주님의 그런 응원소리 대신에 “너 이 시간에 예배드려야 되지 않니?” 라는 음성을 듣지 않도록 지혜롭고 분별있게 스포츠를 즐기십시오.
[주명수 칼럼] 믿음의 덕과 지나친 탐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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