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수 칼럼] 기도해야 하나? 병원으로 가야 하나?

|  
				▲주명수 목사(밝은교회 담임)
▲주명수 목사(밝은교회 담임)

어느 슬픈 이야기

흔히 믿음이 좋다고 하는 분들은 자신이 질병에 걸렸든지 가족 중에 누군가가 질병에 걸렸을 때, 자신의 믿음을 발휘해 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치료의 하나님이신 것을 그들은 믿습니다. 예수님께서 많은 병자들을 치유하신 사실도 믿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하나님이 병자를 치유하실 능력이 있으신 것을 믿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질병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갈등하게 됩니다. ‘기도로 병을 고쳐야 하나? 병원에 가서 병을 고쳐야 하나?’

미국에서 실제로 발생하여 법정의 문제로까지 비화되었던 한 경우를 소개합니다. 1984년 3월경 캘리포니아 주에 사는 숀태이라는 4살박이 여자아이가 그의 집에서 사망하였습니다. 그 아이의 사망 원인은 급성 화농성 뇌막염이었습니다. 사실 그 아이는 2월경부터 아팠는데 처음에는 독감 증세를 보였습니다. 현대 의술에 의하면 그 아이가 초기에 병원에 입원만 하였더라면 충분히 고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아이의 어머니 로라는 ‘크리스천 사이언스’ 신봉자였습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의 교리는, 육신적 질병은 단지 영적 고통의 육체적 현현이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교리는, 육체적 질병에 걸렸을 때 육체를 고치려고 하지 말고 기도로써 영적 치유를 받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로리는 그 교리에 따라 그녀의 딸 숀태이가 독감 증상을 보였을 때, 병원으로 가서 치료받는 것을 거부하고 집에서 기도로써 치료하는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로리는 한 달여 동안 딸을 위해 기도하였지만 결국 그녀의 딸은 치유되지 못하고 집에서 죽게 되었습니다. 로리는 진실로 그 딸을 사랑했고, 역시 기도로 질병이 고쳐질 수 있다는 교리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딸은 죽었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입니까? 어머니의 딸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입니까, 아니면 믿음이 부족한 것입니까? 딸에 대한 사랑에도 이상이 없고, 믿음에 있어서도 이상이 없다면 어린 딸이 죽어야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습니까? 세상 법정에서는 어머니 로리에 대해서 어떤 판결을 내렸는가 보기로 하겠습니다.

과실이냐? 종교의 자유냐?

이 사건 발행 후 로리는 캘리포니아 검찰 당국에 의하여 과실치사 등의 죄로 기소되었습니다. 로리는 법정에서 다음과 같이 항변하였습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신봉자들은 질병이 영적인 문제로부터 오기 때문에 기도함으로써 질병을 치유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딸 숀태이가 질병에 걸렸을 때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것을 선택하지 아니하고 기도의 방법을 선택한 것은 헌법상에 보장된 종교 의식의 자유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나는 무죄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대법원은 이와 같은 로리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로리에 대해서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 법원은 다음과 같이 이유를 밝혔습니다.

“피고인의 행동은 보통 상식을 가진 사람이 같은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과 어긋남으로써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게 되었는데, 이런 경우 형법상 규정된 과실에 해당된다.”

과실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어머니 로리가 딸을 정말로 고치려고 마음먹은 그 주관적 믿음이 있는가 없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녀 행동의 객관적 합리성이 더 중요합니다. 즉 보통의 경우 자녀를 보호하는 어머니라면 딸이 그와 같은 질병에 걸렸을 때 당연히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게 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게을리 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어머니는 그 사망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에서 우리는 종교의 자유가 최대한으로 보장된 국가이지만 사람의 생명, 신체에 해를 가하는 것에 관련된 경우에는 종교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병이 들어 이를 기도로 고쳐 보기 위해 기도했으나 치유가 되지 않거나 사망했다면 이것은 자신의 생명, 신체에 대한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을 포기한 것이므로 별 문제가 없겠으나,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녀에 대해서까지 자기의 믿음을 실천에 옮기다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이는 별개의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계속>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