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생각의 속도’는 출간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업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각 기관에 정보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나뉜다. 그래서 디지털 신경망 시스템이 효율성, 성장성, 수익성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한다. 현대는 속도의 시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신중성을 전혀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깊은 신중함 속에서 정확한 판단력이 나온다. 신중함 때문에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그래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 제도를 위한 제도권의 거부로 속도가 늦어진다면 불행한 일이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속도의 충돌’을 지적한다. 가령, 일반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들은 90~100마일 속도로 변하는데 정부기관, 학교, 정치권 같은 기존의 제도권은 겨우 20~30마일밖에 속도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양자가 서로 속도의 충돌을 일으키고 발전의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도시 교회는 3년마다 한 번씩 변화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그런데 기존 제도권이 브레이크를 밟아버리면 그 한 번의 속도 충돌로 인해 15년 정도의 시간이 늦춰질 수 있다.
최근 신문 보도를 통해 한 이민교회에서 일어난 일을 알게 됐다. 영성 목회를 지향하는 K목사님이 전통이 강한 제도권 교회에 들어가 부흥을 이뤘다. 그런데 제도권의 제동장치에 걸려 사의 표명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영성에 영향 받은 교인들이 들고일어나 기존 제도권 당회를 해체하고 좀 더 신축성 있는 운영위원회를 세웠다. 교회 내에서 본질과 제도권의 갈등이 극에 달할 때 속도의 충돌을 일으킨 한 사례다. 이 사건을 두고 교계 여론이 찬반양론으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국 교회는 이러한 변화 현상을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장로교회도 너무 전통에만 얽매어 제도와 조직이 본질 위에 군림하려고 하면 본질권의 새로운 변혁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 오늘 이 시대에 제도보다도 앞선 건 본질과 생명, 영성이다. 영성과 본질의 속도가 빠르게 변화할 때 시스템과 제도는 그 본질의 속도를 섬기기 위한 도구가 돼야 한다. 그럴 때 교회는 최고의 속도로 부흥, 성장할 수 있다. 디지털 영성과 아날로그적 제도 사이에서 벌어지는 속도의 충돌, 이것은 한국 교회와 교단과 성도들이 주목해야 할 새로운 과제라 하겠다. 디지털 영성의 속도, 생명의 속도에 제도권이 브레이크를 밟아서는 안 된다. 함께 창조적 속도, 즉 디지털 영성의 질주를 해야 한다. 그것이 속도의 시대에 교단과 교회가 뒤떨어지지 않고 변화, 발전할 수 있는 길이다.
합동교단은 1만7백여 교회라는 거대한 부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명실상부한 한국 제일의 교단이요,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적, 물적,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합동교단과 개혁교단의 합동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소비적인 갈등과 충돌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최고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기회에 오히려 브레이크를 밟고 속도를 줄여버리는 소모적인 일들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돌이켜본다. 최근에는 재교육문제로 서로 충돌한다. 어디까지나 교단의 발전과 성숙을 위한 창조적 제안이라면 그 또한 일면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본질과 제도 사이의 충돌에서 보듯이 기존 제도권 측에서 기득권을 잡기 위한 반대를 위한 반대, 또한 교육을 받아야 할 쪽에서는 거부를 위한 거부를 표현한다면 그야말로 이것은 디지털 영성의 속도로 달려야 할 교단의 발전 가속도를 아날로그 시대의 속도로 다시 돌려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한 번의 브레이크를 밟아버리는 순간 성장의 가속도는 급속하게 늦춰질 수밖에 없다.
엄청난 부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합동교단이 양적, 질적 부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연합과 상호공존의 화합원칙을 세워나가야 한다. 교단의 모든 제도권과 조직은 본질을 섬기고 부흥의 속도를 내는 도구로 쓰임 받아야 한다. 합동교단은 한국교회의 장자교단으로서 그 위상에 따른 시대적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 소명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영성의 속도를 내야 한다. 아날로그적 사고방식과 속도를 가지고는 이 시대를 주도할 수 없다. 반드시 속도의 충돌을 일으킨다. 어디까지나 제도는 본질을 섬기는 도구요, 실용적 시스템이다. 중요한 건 교단을 통하여 이루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이요, 본질이다. 교단의 발전과 부흥을 위한 현명한 지혜가 필요한 때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광신대학교
-개혁신학연구원(M.Div)
-개혁신학대학원(Th.M.)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미국 낙스신학교 목회학 박사
-분당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광신대학교 겸임교수
-시인(한국문인협회 회원)
[소강석 칼럼] 창조적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그래함, 헐버트, 마틴 루터 킹, 포사이스… 美 선교 투어 중 만난 ‘작은 예수’ 8인의 ‘한마디’
미국 선교 투어를 통해 만난 작은 예수들의 한 마디 말을 함께 묵상하고 싶다. 1. 룻 그래함(Ruth Graham, 1920-2007) “공사 끝, 참아 주셔서 감사합니다(End of Construction. Thank you for your patience)”.…
CT YouTube
더보기에디터 추천기사
이 기사는 논쟁중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