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의 약점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그 약점에 대해서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바울 사도는 이렇게 고백한다.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과 곤란을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할 그 때에 곧 강함이니라”(고후 12:9-10)
우리가 어떻게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우리는 약함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아마도 약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바울은 “약한 것을 기뻐하고, 자랑한다”고 말한다. 이런 역설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겠는가?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믿음이다.
바울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가 약점에 만족해야 할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약할 때, 하나님을 의지하게 되고,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게 될 때, 하나님의 능력이 내게 임하더라.’ 우리의 약점은 내가 교만해지는 것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믿는 자의 최고의 덕목인 겸손을 잃지 않게 해 준다.
그래서 바울은 이렇게 고백했다. “내가 여러 계시를 받은 것이 지극히 크므로 너무 자고하지 않게 하시려고 내 육체에 가시 곧 사단의 사자를 주셨으니 이는 나를 쳐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라” (고후 12:7)
이스라엘의 사사 기드온은 미디안족속과 싸우기 위해서 3만2천 명의 군대를 모집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수가 너무나 많다고 하시면서, 3백 명으로 줄이셨다. 적군은 13만5천 명이나 되는데 말이다. 450:1의 싸움, 얼마나 약한 싸움인가? 하나님께서 왜 그렇게 하신 것일까? 이스라엘이 그들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으로 구원받았음을 알게 하려 함이었다.
우리의 약점은 성도의 교제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어 준다. 강점은 “나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나 혼자도 능히 살아갈 수 있다”는 독립정신을 길러주는 반면, 우리의 약점은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를 일깨워 준다. 우리가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보완해 나갈 때, 엄청난 힘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사회과학자인 밴스 하브너(Vance Havner)는 “그리스도인들은 눈송이 같아서 하나하나는 약하지만, 뭉치면 교통도 마비시킬 수 있는 큰 힘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데는 오히려 약점이 큰 힘이 될 때가 많다.
우리의 약점은 동정심을 가지게 하고, 서로를 필요하게 하며, 서로를 배려하게 만든다. 실로 우리의 가장 위대한 삶의 메시지와 가장 효과적인 사역은 가장 깊은 상처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자. 내가 가장 부끄럽게 생각하고, 가장 죄책감을 느끼며, 다른 사람에게 결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하나님께서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실 때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나는 35년이 흘러간 지금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은혜의 순간을 기억한다. 내가 군목으로 있을 때 일이다. 나의 직속상관인 연대장에게 막내 남동생이 있었다. 그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인턴과정을 마치고 수련 과정에 있었다.
그는 결혼 전, 임신한 지 2개월 된 애인이 있었다. 그는 그녀와 함께 설악산을 다녀오다가 마주오던 차가 중앙선을 넘는 바람에 급히 그 차를 피했는데, 뒤에서 달려오는 차와 추돌해서 급사하고 말았다. 다행히 애인은 큰 부상 없이 살았다.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던 이 여인은 “장례식 전에 이 망자와 결혼식을 올려 달라”고 강청을 했다.
결혼식이 끝난 뒤, 남편의 장례식이 이어지는데 이 여인이 조가를 불렀다. 그 순간 장례식 장은 울음바다가 되었고, 그야말로 은혜의 도가니였다. 그 시간은 장례식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아픈 상처들이 한꺼번에 치유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하나님은 약한 자, 상처받은 자를 통해서 엄청난 역사를 하신다.
[박원근 칼럼] 약할 그 때에 곧 강함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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