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근 칼럼] 피조물이 탄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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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 사도는 이렇게 말했다.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고통받은 것을 우리가 압니다. 피조물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곧 성령으로 처음 익은 열매를 받은 성도들까지도 속으로 탄식하며 우리 몸의 구속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롬8:22-23) “피조물의 고대하는 바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는 것이니, 그들이 바라는 것은 썩어짐의 종 노릇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것입니다.”(19-20)

6.25를 경험한 분들은 잘 아실 것이다. 이 땅이 수백만의 피를 삼키고 전 국토가 연일 쏟아지는 폭탄과 총탄에 맞아 죽어가고 있을 때였다. 삼천리 금수강산은 저주를 받아 하늘이 문을 닫고 비까지 내려 주지 않자 벌거벗어 속살을 드러내게 됐고, 식물, 동물, 인간 할 것 없이 이 땅의 모든 피조물이 헐벗고 굶주리며 탄식하던 그 슬픈 통한의 날들을 어찌 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사도 바울은 신령한 귀로 피조물의 탄식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허무에 종살이하고 있는 이 자연이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 구원해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농업과학기술원의 이완주 박사는 “식물도 음악을 감상할 줄 알며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자란 식물은 더 잘 자라고 예뻐지고 수확량도 많아진다”고 한다. 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열매의 맛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식물들은 노래를 들을뿐만 아니라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1995년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15세의 가제오 메르르라는 소녀가 식물에게서 들었다는 음악을 친구들에게 피아노로 옮겨 들려 줬다. 이 소녀는 “어려서부터 풀잎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고, 그들이 어깨를 툭 치며 다가와 건네는 목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최근에 농촌 진흥청에서 이런 실험을 했다. 실험실에 놓인 작은 뽕나무의 잎을 한 연구원이 플라스틱 막대기를 들고 내려쳤더니 식물의 감정을 나타내는 도표 위에 요란한 곡선이 그려졌다. 뽕나무 잎 때리기를 그만 둔 연구원이 실험실 밖으로 나가자 곡선은 잠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가, 그의 그림자가 창문에 비치는 순간 갑자기 막대기로 얻어맞을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뽕나무는 연구원이 밖으로 나간 것도 알고 있었고, 창문에 비치는 그의 그림자만 보고도 놀라는 것이었다. 식물이 귀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눈도 가졌고, 자기에게 접근해 오는 자가 해를 끼치는 자인지, 기쁨을 주는 자인지까지 똑똑히 식별하고 있다는 것이 판명된 것이다. 실로 우리가 무심코 식물에 가했던 학대와 폭행이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는 그 때마다 식물이 우리를 원망하며 절규하며 탄식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3년 전 2월 이태리에 갔을 때 한 기사를 읽고 지난날의 잘못을 회개해야만 했다. 그 때 이태리에는 50년 만에 최고의 폭설이 내렸다. 이태리 중북부가 폭설로 1주일 이상 교통이 두절되고 항공기가 결항되는 사태가 속출하게 됐다. 산간 마을의 도로가 끊겨 구조 활동도 벌여야 했다. 그런데 그들의 주 관심은 사람이 아니었다. 동물이었다. 폭설로 먹이를 찾지 못하고 굶주려 죽어가는 동물들에게 헬리콥터로 먹이를 수송해 주는 기사가 연일 보도됐다. 10여 일간 먹이를 먹지 못하고 굶주린 어린 사슴이 눈 위에서 얼어 죽은 기사가 신문마다 대서특필되고 뉴스로 보도됐다. 이 기사는 온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동물 구조에 나서게 했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그리고 동물을 사랑하는 이태리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했다. 우리도 피조물의 탄식 소리에 보다 민감해야 하고, 그들을 구원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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