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부흥의 핵심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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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 그 새로운 조명 5] 성결대학교 배본철 교수

				▲배본철 교수
▲배본철 교수

지난 번 글에서 필자는 ‘부흥 이후의 신학’(Post-Revival Theology)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소개하였고, ‘부흥의 핵심가치’(core value of revival)를 통해 참된 부흥의 정신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그래서 부흥의 핵심가치에 포함되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요소, 1)신자의 회개 2)교회의 일치와 갱신 3)사회 변혁 4)민족 복음화와 통일 5)세계선교의 완수를 소개하였다. 그러면 이 다섯 가지 항목을 하나하나 짚어 보기로 하자.

1. 신자의 회개(repentance of believers)
우리가 잘 아는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의 핵심은 바로 ‘신자의 회개’에 있었다. 평양 장대현교회에 모였던 그들은 대부분이 불신자들이 아닌 이미 교회에 출석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던 신자들이었다. 부흥의 불길은 이들에게 임한 것이고, 그 부흥의 속성은 바로 신자의 회개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가 부르짖는 부흥의 실상은 사실상 더 깊은 회개(deeper repentance)와 지속적인 회개(continual repentance)의 정신이 나 자신을 점유하는 것이어야 한다. 어떤 분들은 “예수 믿을 때 한번 회개했으면 되었지 또 무슨 회개냐?”하고 반문하는데, 물론 죄인으로부터 용서 받은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는 회개는 일생에 단 한번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거듭난 이후 우리는 지속적으로 죄(sins)와 허물(errors)을 주님의 보혈 앞에 정결케 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이러한 더 깊은 회개와 지속적인 회개의 정신이 내게서 멀어질 때부터 신자는 하나님 앞에서 둔해지고 거룩함으로부터 멀어져가게 된다. 그래서 일찍이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신자가 은혜를 받아들이는 태도 여하에 따라 값싼 은혜(costless grace)와 값진 은혜(costly grace)를 나누었던 것이다. 값싼 은혜, 그것은 잠자고 있는 영혼의 상태이다. 값진 은혜, 그것은 부흥을 경험하고 있는 영혼의 상태이다.

필자는 믿기를, 성령께서는 1백년 전 이 땅에서의 회개보다 오늘날의 회개에 있어서 좀 더 깊은 차원을 자극해간다고 본다. 이 말은, 현대의 죄악성은 이전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교묘해서, 문화를 타고 들어오는 새로운 죄악성의 은밀함이란 성령께서 깊이 조명해 주시지 않는다면 드러나기 힘들다는 의미이다. 또한 공동체적 성격의 죄악성이 개개인과 깊이 연루되어 있는 부분 또한 많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 가정 공동체, 직장 공동체, 학교 공동체, 민족 공동체 등 이 모든 공동체의 일원임을 자각해야 한다. 그래서 공동체에 연계된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을 깊이 느끼며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드러난 죄성을 고백하며 뉘우쳐야 한다.

2. 교회의 일치와 갱신(unity and renewal of the Church)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다(고전 12:27). 하나님께서 품고 계시는 유기적 의미에서의 교회는 결코 나누어지지 않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한 몸이다. 신자들이 부흥을 경험하게 될 때 그리스도 안의 한 몸 의식에 충만 되어가며, 그 때 하나된 그리스도의 몸을 일구어가려고 하는 정신이 그들의 삶과 사역 속에서 배어나오게 된다. 그래서 한 지역 안에서 교회들은 지나친 경쟁과 개교회 중심주의를 내려놓고 그리스도의 피를 나눈 한 형제로서 서로를 섬기며 세워 주는 겸손한 교회들로 자라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부흥을 통해 교회는 자체적 갱신을 경험하게 된다. 하나님 마음속에 있는 교회, 그것은 머리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거룩한 교회이다. 오늘날 기독교가 세상 앞에서 교회의 거룩한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많은 현대교회 내에 다음과 같은 치명적인 우상들이 독버섯처럼 퍼져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그것은 영웅주의(heroism)와 물질주의(mammonism)와 율법주의(legalism)이다. 마태복음 23장은 예수 당시의 종교 지도자들을 향한 책망의 말씀인데, 사람들 앞에서 칭찬 받고 인사 받기 좋아하며 어디서든 꼭 선생이 되려고만 하는 영웅주의(5-7절), 성전의 금과 제단의 제물에만 욕심이 있는 물질주의(16절), 그리고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율법주의(13절)를 중점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현대교회의 지도자들 역시 매우 겸허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만 할 교훈이다. 부흥이 임하는 교회, 그 교회는 지도자들로부터 일반 신자와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뿌리 깊은 죄악성으로부터의 갱신을 경험하게 된다.

3. 사회 변혁(social transformation)
교회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다(마 5:13,14). 교회 스스로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사회를 부패하지 않게 할 소금의 역할, 그리고 어두움 가운데 있는 사회를 밝혀 진리의 길을 보게 하는 빛의 역할,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의 몸을 세상 가운데 두신 이유이다. 물론 특별한 지역 상황에서는 비록 부흥이 확산되어간다 할지라도, 사회-정치적으로 종교가 억압돼 부흥의 핵심가치가 실제적 사회 변혁의 결실에 이르기보다는 오히려 은둔주의적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현상을 보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부흥이 사회 변혁과 연결되기 어려운 예외적 상황일 때이며 일반적인 경우에 있어서는 부흥이 사회 변혁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잠자던 교회에 부흥이 일어난다는 것은 곧 신자의 회개 그리고 교회 일치와 갱신의 정신을 통해 교회가 지닌 본연의 섬김과 사랑의 능력으로 지역사회를 변혁시켜나가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교회를 향한 세상으로부터의 질책이 따갑다면 그것은 곧 ‘교회가 교회다워져라’(Let Church be the Church)고 질책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일 수 있다. 그래서 교회는 부흥을 경험해나가야만 한다. 부흥을 통해 교회는 치유되고 힘을 얻으며 더 나아가 사회 속에서 책임 있는 변혁의 주체로서의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4. 민족 복음화와 통일(evangelization and unification of nation)
한국적 상황 속에서의 부흥은 분단된 우리 민족의 비운을 실제적이면서도 근본적으로 해결해가는 힘으로 작용해갈 것이다. 통일의 문제는 부흥의 핵심가치인 신자의 회개, 교회의 일치와 갱신 그리고 이를 통한 사회 변혁의 힘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민족 복음화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물량주의적, 실적주의적, 그리고 개종제일주의적인 선교의 방법이 오늘날의 세계에 있어서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는 이미 역사의 교훈을 통해 우리는 배워 왔다. 그러므로 설령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남북한이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역시 제 1, 2, 3 항목의 핵심가치가 활성화되어나가지 않으면 한반도 내에서의 민족 복음화와 통일의 충만한 결실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5. 세계선교의 완수(accomplishment of the world mission)
부흥을 경험한 크리스천은 세계선교를 위해 부름 받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고상한 자아상을 회복한다. 그것은 성령께서 우리 안에 능력으로 임하시는 목적과도 직결된다(행 1:8). 그래서 부흥을 통해 신자와 교회 공동체는, 마치 18세기 영국의 웨슬리(John Wesley)가 심령의 부흥을 경험한 이후 ‘온 세계는 나의 교구’(The whole world is my parish)라고 외치며 살아갔듯이, 그들의 모든 삶과 사역의 목적은 사실상 세계선교의 완수를 향해 전진해야 함을 깊이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부흥이란 곧 부흥의 핵심가치와 함께 살아가는 일이며, 부흥의 핵심가치가 확산되는 것은 반드시 그 결과나 양상을 가시적으로 평가하는 실증적 차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그러한 가치관이 공유되고 확장되는 인식적 차원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부흥의 핵심가치가 성령의 능력을 통해 온 세계에 확산되어가는 것, 이것은 곧 세계선교의 완수를 기대하시는 하나님의 꿈이 충만히 구현되는 열매를 맺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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