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배 칼럼] 아버지, 보이지 않는 위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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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배 목사(21C가정행복학교 대표, 반석교회 담임).
▲송기배 목사(21C가정행복학교 대표, 반석교회 담임).

쉽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것이 남자의 마음이다. 그것이 비단 연인과의 사이 뿐이겠는가? 아버지로서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기가 쑥스러운 것이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그 마음엔 더 진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같은 아버지가 아니면 그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얼마 전 한 친구로부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업을 하면서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늘 집안에 근심거리로 남은 아들, 그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던 아버지, 늘 따뜻한 말 한마디 해 주지 않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그 친구에게는 못마땅한 아버지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아버지가 얼마 전 집을 나서는데 자신의 주머니에 무언가를 넣어 주었다는 것이다. 한 번도 아버지로부터 무언가를 그렇게 받아본 기억이 없었던 친구는 돌아서 나오며 주머니에 손을 넣어 봤다. 그것은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몇 장이었다.

뜨거운 여름날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지친 노구(老軀)마저 가누지 못하던 아버지가 며칠간을 벌었을 만 원짜리 몇 장이 그 친구의 주머니에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친구는 그 돈을 보는 순간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돈이 많은 부자였다면 그 돈에 뭐가 그렇게 감격스러웠겠습니까? 몸이 편찮으셔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폐지를 모으러 다니시며 하루에 만 원도 안 되는 돈을 그렇게 모아 이 못난 아들 주머니에 불쑥 넣어 주는 아버지의 마음, 그 마음이 날 감동시켰고 난 결국 울고 말았습니다”라며 눈물짓던 그 친구는 다시 내게 말을 이었다. “이제 아버지처럼 살려고 합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자신의 아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야말로 위대하고 훌륭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가정을 세울 수도 있고 무너뜨릴 수도 있다. 가정은 이 사회의 든든한 기초가 된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아버지는 이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 할 수 있으며, 그 힘은 바로 사랑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의 사랑은 표현되지 않는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그러한 아버지의 사랑이 없었다면 사회는 오늘날의 모습을 지탱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들의 희생, 비록 말없는 묵묵함으로 표현되진 않지만 아버지의 사랑만큼 고귀한 것은 없을 것이다.

아버지의 힘은 돈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비록 돈이 사람을 움직일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할 수는 없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숭고한 사랑, 그 사랑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자는 전체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아버지이며, 누구나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 땅에 가정이 세워지고, 사회가 세워지고, 국가가 세워지는 것이며 아버지의 이름으로 지금 우리는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가정을 올바로 세워가고 있는 아버지인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에게 올바른 아버지의 모습을 물려주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친구의 아버지와 같이 위대하고 희생적인 아버지의 사랑을 물려받은 그 친구는 다시 자신의 자녀에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위대한 유산을 물려주려 땀 흘리고 있다.

많은 돈을 물려주는 것이, 많은 땅을 물려주는 것이 위대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다. 잊지 못할 아버지의 사랑을 물려주라. 그것이 바로 보이지 않지만 이 사회와 국가를 지탱해 가는 위대한 아버지의 유산이며 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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