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포숙이 그리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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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담임)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담임)

지금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서로 왕래도 하지 않지만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육사시절부터 막역한 친구 사이였다. 노태우 대통령의 별명이 ‘친구야’일 정도로 두 사람은 바늘과 실의 관계였는데, 친구를 백담사로 보낸 후부터 원수 사이가 되어 버렸다. 이해관계가 얽히면 이렇듯 수십 년간의 우정도 쉽게 무너져 내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를 두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라고 했는데, 이기주의가 만연한 오늘의 시대에는 참된 친구를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참된 친구간의 우정을 이야기할 때 ‘관포지교’라는 말을 쓴다. 관중과 포숙의 변치 않는 고귀한 우정을 말하는데, 찬찬히 살펴보면 관중보다 포숙의 우정이 더욱 감동스럽다. 관중은 중국 역사상 태공망, 제갈공명과 함께 3대 명재상에 속할 정도로 그 역량이 탁월한 인물로, 미약한 제나라를 천하의 패자로 끌어올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관중에는 못 미치지만 포숙 역시 한 나라 정도는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두 사람은 젊어서부터 늘 어울려 다녔는데, 그들의 우정이 얼마나 부러웠으면 당나라의 시성 두보는 ‘빈교행’이라는 시에서 관중과 포숙의 우정을 크게 찬양할 정도였다. 젊어서 두 사람이 생선 장사를 할 때 관중은 늘 배 이상의 돈을 가져가서 주위 사람들이 비난했는데, 포숙은 관중이 집안이 가난하고 식구가 많기에 더 가져가라고 한 것이니 오해하지 말라고 하였다. 또 전쟁터에 나갔을 때 포숙은 늘 앞장서서 싸웠지만 관중은 뒤로 숨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관중을 겁쟁이라고 비웃었을 때도, 포숙은 관중이 뒤로 물러서 있었던 것은 봉양해야 할 늙은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결코 비겁하거나 용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하며 관중을 두둔하였다. 관중에 대한 포숙의 사랑은 이렇듯 각별했고 절대적이었다. 그것은 다음의 예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제나라의 정치가 혼란스러웠을 때 관중과 포숙은 왕위를 계승하게 될 둘째 왕자 규와 셋째 왕자 소백을 각각 보좌하게 되는데, 두 왕자의 생명이 위태롭게 되자 노나라와 거나라로 피신하게 된다. 그러다 내란이 일어나서 왕위가 비게 되자 제나라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왕위에 오르는 상황이 되었다. 포숙이 섬기는 소백 왕자가 앞서 출발하게 되자, 관중은 그를 뒤쫓아 가서 화살을 날리게 되는데 화살이 정확히 소백의 아랫배에 명중한다. 다행히 허리띠에 맞아 소백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된다. 먼저 도착한 소백은 왕위에 올라 제환공이 되자 형인 왕자 규를 죽이고, 또 자기를 죽이려 했던 관중도 갈기갈기 찢어 죽이려했다. 그때 포숙은 관중의 재능과 능력에 대해 말하며 생명을 걸고 친구인 관중을 변호한다. 왕의 마음이 누그러지자, 관중을 재상의 자리에 앉히도록 추천하여 관중은 재상이 되고 포숙은 그 밑에서 일을 한다. 다른 사람은 몰랐지만, 포숙만은 관중이 천하를 다스릴 만한 그릇이라는 것을 알았다. 포숙의 이런 지극한 사랑을 알게 되자, 관중은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진정으로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라고 말하였다.

친구도 상황에 따라 배신하고 자기에게 이익이 될 때만 가까이하는 이기적인 세태 속에서 친구를 먼저 생각하고 친구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헌신하는 포숙과 같은 인물은 보기만 해도 아름답다. 성경에도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다고 했는데(요 15:13), 관중을 위해서라면 포숙은 자기 목숨이라도 바칠 친구였다. 그러니 이기심과 탐욕 앞에 친구고 형제도 없는 오늘의 시대에 포숙과 같은 사람이 그리운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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