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는 나이테가 있어서 나이테 수로 그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나무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화이트마운틴에 있는 브리슬콘소 나무로 최소 5천 년이 넘는다. 그런데 나이테로 단순히 나이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테의 굵기, 간격, 모양새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난의 흔적까지 알 수가 있다. 나무는 자기가 부닥친 자연계의 복잡한 환경 조건을 있는 그대로 나이테에 기록하면서 살아간다. 신기한 것은 환경의 변화가 없는 지역의 나무에는 나이테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1년 내내 여름이 계속되는 열대지방의 나무에서는 나이테를 찾아보기 어렵다. 기후와 환경의 변화가 뚜렷한 온대와 한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에만 나이테가 있다. 이런 지역의 나무들은 겉으로 아무리 우람하더라도 나이테를 살펴보면 과거의 흔적을 생생하게 찾아낼 수 있다. 식물학자들은 나이테만 봐도 그 나무의 애환을 족집게처럼 집어낸다.
데이빗 A. 씨맨즈가 지은 <상한 감정의 치유>에 나오는 내용이다. 잘라 낸 큰 나무의 절단면에 드러난 나이테를 보면서 식물학자가 이렇게 말한다. “여기에 나타난 이 테는 아주 가물었을 때를 표시하는 것이고, 여기 몇 개의 테는 아주 비가 많이 왔을 때를 말해 주고, 여기 이 테는 번개에 맞았을 때고, 이것들은 정상적으로 성장한 표시입니다. 이 테는 숲 속에 불이 나서 나무가 거의 죽게 되었을 때고, 이쪽은 사나운 병충해와 질병이 유행했을 때입니다.” 나무가 살아온 삶의 흔적이 나이테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맨몸으로 거친 자연 환경과 맞선 나무의 나이테에서는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인생의 내면에도 나무와 같은 고난의 나이테가 있다. 고난의 눈물이 있다. 아담의 범죄로 인해 이 세상은 고난의 현장이 되었다. 고난에서 면제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아픈 사연을 안고 고난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눈물을 기억하신다. 다윗은 시편 56편 8절에서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이것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나이까”라고 말하고 있다. 많은 고난과 아픔을 겪었던 다윗의 내면에도 아마 고난의 나이테가 많이 새겨져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윗은 자신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아 달라고 했다. 사실, 고대 이스라엘에는 눈물병이라는 것이 있었다. 작은 것은 7cm 정도 되고 큰 것은 20cm 정도 되는데, 고통스러울 때마다 눈물을 받아 두곤 했다. 식구들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다가 슬픈 일이 있을 때 눈물을 받았다. 그러다 사람이 죽어 매장을 하게 될 때, 그 사람의 눈물병도 함께 묻었다. 눈물병은 그 사람의 일평생 고통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고난 없는 인생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특히,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든지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간다. 살아온 고난의 나이테가 십자가에 새겨진다. 갈보리 언덕 위의 십자가에도 주님이 살아오신 삶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인간으로 살아오신 33년 인생의 고난의 흔적이다. 그런데 역설적인 표현 같지만 고난의 상징인 십자가는 고난의 마침표도 된다. 세상의 모든 고난을 없애기 위해서 예수님께서는 고난의 십자가를 지셨기 때문이다. 최고의 고난인 사망까지 정복했기에, 십자가는 고난의 마침표다. 비록 이 땅에서는 우리가 고난을 당하지만 이 세상을 떠나는 날, 십자가로 인해 모든 고난은 끝이 난다. 아담 한 사람 때문에 찾아온 고난이 예수님의 십자가로 인해 끝이 나는 것이다(롬 5:19).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담임)
[최요한 칼럼] 고난의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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