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이라면 살아오면서 하나님께 실망한 적이 몇 번은 있었을 것이다. 뛰어난 영성의 소유자인 필립 얀시는 하나님께 실망하지 않은 사람은 오직 불신자들뿐이라고 했다. 성공지상주의와 기복주의 성향이 강한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하나님께 실망하기 쉽다. 하나님께 기도하고 헌신하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반드시 따라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며, 우리의 이해를 넘어선다(사 55:9; 롬 8:28).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주를 위한 우리의 수고는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이다(고전 15:58).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흘린 기도와 눈물과 땀은 서서히 자라나서, 때가 되면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게 된다.
데이비드 플러드라는 스웨덴 선교사가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 하나님께 그의 삶을 헌신하기로 작정하여 아내인 스베아와 2살 된 아들을 데리고 1921년 아프리카의 콩고로 떠났다. 플러드는 복음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콩고로 갔는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굶주림과 질병, 적대적인 부족 사람들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계속적인 거부로 플러드는 정글의 중간에 진흙 오두막을 짓고 외로움과 말라리아, 영양실조로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특히, 스베아는 말라리아에 걸려 몇 달 동안 펄펄 끓는 열과 싸웠는데, 그러면서도 사역의 유일한 열매인 마을의 한 어린 소년에게 주일마다 성경을 가르쳤다. 그러던 중 스베아는 딸 ‘에이나’(Aina)를 출산한지 7일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계속되는 사역의 어려움으로 지쳐 있었던 플러드는 아내가 죽자 폭발하고 만다. “하나님! 우리는 생명을 바치러 이곳에 왔는데 왜 이러십니까? 왜, 27살밖에 안된 아내마저 데려가십니까? 정글에서 지금까지 한 것이라고는 말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 소년뿐입니다.” 플러드는 아내를 산허리에 묻고는 하나님께 실망하여 딸은 현지 선교본부에 맡기고 아들만 데리고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주님을 위해 순교까지 각오했던 믿음까지 버린다. 73살이 되었을 때, 딸을 40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데 딸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듣는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오던 중, 런던의 한 집회에서 흑인 목사님을 만났는데 그 목사님이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르친 콩고 소년이었다는 것이다. 그 소년은 자라서 훌륭한 목사님이 되었고 복음의 불모지인 콩고는 아버지의 헌신과 어머니의 순교로 지금 32개국에 선교사를 보내고 11만 명의 그리스도인들을 자랑하는 국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딸은 말했다. “아버지가 한 일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니었고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어요.” 그 순간 성령이 플러드에게 임하여 그는 눈물로 회개하였고 하나님은 그의 영을 회복시키셨다. 그리고 얼마 후 플러드는 세상을 떠났다.
데이비드 플러드의 이러한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기대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하나님께 실망한다. 내가 이만큼 주를 위해 노력하고 헌신했는데, 눈에 보이는 결과가 우리의 기대와 다를 때 실망한다. 하나님을 믿는다면 우리에게 이루어진 모든 것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초대교회 시절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을 보라. 로마의 원형경기장 옆에 황금마차를 놓고 예수님을 부인만 하면 황금마차에 태워 일생을 안락하게 보장해 준다고 했지만, 사자의 밥이 되거나 화형을 당하면서도 그 황금마차를 단 한 사람도 타지 않았다. 하나님에 대해 실망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었음에도 그들은 하나님께 감사하며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끝까지 믿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는 사람은 어떤 환경 가운데서도 하나님께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담임)
[최요한 칼럼]하나님께 실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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