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7대 대선이 끝나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되었습니다. 이제 인수위를 조직하게 될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을 이어 이 나라의 국정 수반으로 일하게 될 터인데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17대 대선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네거티브로 일관된 선거
첫째로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이번 대선이 네거티브 선거로 일관되었다고 하는 점입니다. 그 동안의 선거들 중에 네거티브 선거가 없었던 적은 없지만 이번엔 특별히 그런 측면이 많이 보였습니다. 상대방의 허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발견되면 그것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겠으나 그것에만 집착하는 모습은 바람직한 선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2. 너무 많은 후보를 낸 선거
둘째로 이번 대선은 너무 많은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였습니다. 중간에 들어간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마지막까지 선거판에 남아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였는데 대통령 선거가 그리도 만만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각 후보들의 난립과 대선까지 고집스럽게 출마포기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단일화라는 것도 물 건너갔는데 어떤 면에서 보면 나라 전체를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야망에 집중하였던 것으로 이해됩니다.
3. 좌파정권에 대한 불신
셋째로 이번 대선은 좌파 정권에 대한 불신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선거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에서 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진 10년의 좌파 정권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것입니다. 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권의 실세였던 정동영 후보의 그런 태도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었고 이번 선거를 통해 그 결과가 드러난 것입니다. 보수측 사람들의 말대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절박한 심정까지는 아닐 수 있어도 좌파정권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 국민적 정서는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4. 경제 활성화에 대한 열망
넷째로 이번 대선은 경제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고스란히 드러난 선거였습니다. 이명박 당선자는 국민들 대다수가 알고 있듯이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입니다. 이념이나 남북문제보다 경제 문제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이명박 당선자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것이 큰 효과를 거둔 것입니다. 당선 이후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묻는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이 경제를 살려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여전히 남아 있는 지방색
다섯째로 이번 선거는 우리나라에 여전히 지방색이 강하게 남아 있음을 확인시켜준 선거였습니다. 이명박 당선자는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호남에서만 10% 벽을 뛰어 넘지 못한 것입니다. 호남의 경우 정동영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는데 80% 가량이나 됩니다. 반대로 영남은 이명박 당선자가 70% 가량의 표를 얻음으로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습니다. 결국 영남과 호남은 완전히 패가 나뉘어서 영남은 이명박 당선자를 호남은 정동영 후보를 지지한 셈이 됩니다. 영남과 호남의 지역 갈등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6. 세대별 차이는 넘어섬
여섯째로 이번 선거는 세대별 차이를 넘어선 선거였습니다. 지난 대선의 경우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이회창 후보를 많이 지지하였고, 나이가 젊은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많이 지지함으로써 표가 갈리는 현상이 뚜렷했던데 비해 이번 대선에서는 그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젊은 층이 현 정부에 실망을 하면서 신당지지를 포기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7. 사라진 정책 대결
일곱 번째로 이번 선거는 정책 대결이 실종된 선거였습니다. 이명박 당선자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자랑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머지 후보들은 이명박 흠집 내기에 집중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BBK 사건입니다. 정당이나 후보들뿐만 아니라 언론과 검찰, 국민까지 뒤엉켜서 BBK 문제로 치고받고 하는 바람에 차분하게 정책을 제시하거나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공약을 가지고 후보를 평가하고 지지하는 모습은 아직 시기상조인듯 합니다.
8. 국민의 입을 막은 선거
여덟 번째로 이번 선거는 국민의 입을 막은 선거입니다. 선거법으로 인해 특정 기간 동안 국민들은 자신들이 뽑고 싶은 후보에 대해 지지하는 행동을 할 수 없었고, 반대로 다른 후배에 대해 비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UCC가 이번 선거에 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예견한 적도 있었는데 전혀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은 선거법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게시물의 경우 선거법에 저촉되기에 다양한 의사전달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무튼 이명박 당선자는 2위 정동영 후보와 531만표의 차를 보이면서 큰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2위와 194만표 차이를 보였고, 김영삼 대통령은 193만표 차이를 보였으며, 김대중 대통령은 39만표 차이를 보였고, 노무현 대통령은 2위와 57만표 차이를 보인데 반해 이명박 당선자는 531만표의 차이를 보이며 당선되었으니 국민적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나라의 국정 수반으로서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최선의 경주를 다해줄 것을 요청해 봅니다.
예수비전교회 안희환 목사
[기고] 17대 대선에 대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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