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칼럼]설교시 특정 후보 지지는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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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환 목사
▲안희환 목사

한 사람의 목사로서 정당이나 특정 후보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지지할 수 있으며 또한 어느 정도까지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목사도 한 사람의 국민이기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반대로 어떤 이들은 목사의 직무상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목사도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얼마든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했으며 그것을 글로 표현한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목사가 그런 식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하였지만 그렇다면 특정 후보에 대해 투표하는 것도 그만 두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조심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설교 시간에 공개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말을 하는 것에 대한 것입니다. 분명히 말하자면 단 한 번도 설교 시간에는 그런 식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지지하는 것이야 문제될 것이 없지만 설교 시간에 특정 후보를 위한 지지 표명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설교 시간이 개인적인 의견이나 취향을 말하는 시간이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거나 국회의원으로 선출되거나 기초단체장이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설교하는지는 몰라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목사 개인의 주관이 강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예배에 참석하는 회중들 가운데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다른 사람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은혜를 받으러 교회에 왔는데 설교 중에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아닌 다른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마음이 불편해질 것이고 예배를 드리면서도 은혜 가운데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믿음이 연약한 사람이라면 시험에 들 수도 있을 것이고요.

사실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두 번째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라면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달라도 하나님의 말씀이니 듣고 순종하라고 선포할 수 있지만,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는 결코 그런 식으로 선포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닌 것입니다. 소자 하나를 실족케 하면 그 죄가 크다고 주님이 말씀하셨는데 소자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실족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최근에 읽은 글 한 토막도 제가 가진 우려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거룩한 주님의 날이다. 늘 부족한 자신을 채찍 하며 교회에 갔다. 그런데, 목사님이 대예배 설교 중에 노골적으로 대선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다. 설교가 끝나고 하는 것도 아니고, 설교 중간에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나님이 두렵지도 않은가??? 하나님이 계시다고 믿는 목사인가??? 목사님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되니 오늘 예배가 은혜로울 수가 있겠는가?

주변에서 정치목사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는 말은 들었지만, 목사들이 직분을 망각 하고 강단에서 거리낌 없이 내 뱉는 말들이 너무 역겹다. 제발이지 교회지도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바로 서서 성도들에게 본이 되고 바른 길로 가시길..사랑하는 주님! 이번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진정으로 주님이 세우시는 훌륭한 지도가 나오기를 기도 합니다. 아멘”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목사 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지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겠지만 설교 시간을 빌어 특정 후보나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삼가 해야 할 것입니다. 목사는 설교 시간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알기 쉽게 성도들에게 풀어주고 그 말씀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전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며 나머지 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말씀이 선포되어야 하는 자리에서 정치 유세를 한다는 것은 심각한 권한 남용인 것입니다.

예수비전교회 안희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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