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자존심 무너뜨리면 안된다” 말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 전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투명성 등의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평양과기대(총장 김진경)의 이사장직을 맡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20일 명성교회 주일저녁예배에서 간증을 전한 김진경 총장은 성도들에게 “김 목사님이 평양과기대 이사장이신걸 아느냐”며 이 같이 소개했다. 소망교회 곽선희 원로목사와 함께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하 동북아재단) 공동이사장인 김 목사는 동북아재단을 통해 1992년 김 총장이 설립한 중국연변과학기술대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총장은 “연변과기대 첫 이사가 김 목사님이셨다. 그 감격을 잊을 수 없다”며 “학교 설립 15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학교에 세운 조각공원에는 ‘학교에 초석을 세웠노라’고 김 목사님과 사모님의 이름에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평양과기대 건립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총장에 앞서 김 목사는 “연변과기대는 중국최고의 명문 학교로 특히 많은 조선족들이 특혜를 받고 전 세계 수많은 교수들이 헌신하고 있다”며 “정부의 어떤 노력으로도 이뤄질 수 없는 기적”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의 간증 직후 다시 강단에 선 김 목사는 연변과기대에 이어 평양과기대를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마음이 움직여 주니까 가능한 것”이라며 “끊임없이 진단하고 허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목사는 “국가는 국가의 안위를 위해 여러 가지 절차를 밟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지만 교회는 이것을 넘어 어디까지나 전할 책임이 있다. 그때야 (북한의 마음이)녹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통일을 다음세대에 물려줄 수 없다. 독일이 통일 될 때 서독교회가 앞장섰다”며 평양과기대 건립에 기독교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김 목사는 이날 “과거와 단절되면 안 된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 지원정책으로 과기대 건립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했다.
김 목사는 “그분(북한정권)들도 체면이 있다. 자존심이 넘어지는 것이 제일 비참하다. 상대방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정부 모든 것이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도 옳지 않다. 인정도 하고 잘한 것도 있다고 말해야지 몽땅 잘못됐다고 말하면 안 된다”며 “이제 과거와 단절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까지 모두 잘한 것이 많이 있다. 다 잘못한 것은 아니다”며 “작은 것도 넘지 못하는데 휴전선을 어떻게 넘나. 마음을 넓혀야 북한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의 이 같은 말에 김 총장은 “위대하신 말씀입니다”라고 외치며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으며 이에 김 목사는 “(김 총장님이)북한을 많이 다녀서 북한식인 것 같다”고 농담을 건냈다.
평양시 락랑구역 승리동 인근에 건립중인 평양과기대는 정보과학학부, 생명과학학부, 경영정보학부 등을 개설하는 과학기술 분야 특화대학으로 계획대로라면 올 4월 개교할 예정이다.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수년간 건립이 지연돼 온 평양과기대는 투자 규모만 450여억원에 이르고 대부분이 소망교회, 명성교회, 높은뜻숭의교회 등 대형교회를 위주로 지원되고 있으며 한편, 일각에선 투명성, 과학기술이전으로 인한 북측 군사력 증강 등의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디지털 캠퍼스화에 필요한 컴퓨터 등 첨단 연구기자재들 상당 부분이 전략물자로 분류돼 있어 북한 반입을 위한 미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