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끈과 성도의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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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등산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장비 중 하나는 자일이라고 하는 끈입니다. 조난을 당할 때 이 끈은 유일한 생명의 줄이 됩니다. 벼랑이나 계곡으로 떨어진 위험한 상황에서 등반가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끈밖에는 없습니다.

2005년 1월 16일에 촐라체봉에서 있었던 사건입니다. 히말라야 산맥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 남서쪽 17km에 6440m의 촐라체봉이 있는데, 촐라체에서 한국등반대가 정상을 정복하고 하산 도중 조난사고를 당했습니다. 20년 이상 등산을 해온 산악인 박정헌씨는 후배 대원과 촐라체 북벽 정상을 밟고 내려오던 도중, 해발 5300m 지점에서 후배대원이 갑자기 빙하 계곡에 빠지는 사고를 당합니다. 눈에 가려 보이지 않던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에 빠진 것입니다. 후배가 25m 아래로 떨어져 버리자 두 사람은 지름 5mm의 25m 끈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70kg의 박정헌씨에게 있어, 끈에 매달린 78kg 나가는 후배의 몸무게는 죽음 같은 고통이었습니다. 후배와 연결된 끈을 지탱하다 그의 갈비뼈가 우두둑 부러져 나갑니다. 그래서 짧은 순간이지만 ‘끈을 끊어야 하나…’하는 인간적인 갈등이 밀려왔습니다. 끈을 싹둑 잘라버리면 혼자서는 살아 돌아갈 수 있지만, 끈을 그대로 놔두면 둘 다 죽을 가능성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박씨는 후배도 살리기 위해 끈을 끊지 않고 사투를 벌이기로 결심을 하여, 닷새 동안 처절히 싸운 끝에 기적적으로 살게 됩니다. 그러나 눈보라와 영하 20도의 추위로, 심한 동상에 걸린 박씨는 손가락 8마디와 발가락 2마디를 잘라내야만 했고, 후배대원도 손가락 9개와 대부분의 발가락을 잃고 맙니다.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지만 두 사람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첫째는 끈이 있었고, 다음으로는 그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끈을 성도의 견인(Perseverance of the Saints)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택한 백성들이 천국에 들어갈 때까지 구원의 은총을 거두시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장로교의 핵심교리인 ‘성도의 견인’입니다. 산악인 박정헌씨는 그 끈을 통해서 살아났지만, 세상의 끈은 붙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끈이 낡아서 끊어질 수도 있고, 자신이 살기 위해 동료가 아래 매달려 있음에도 끈을 끊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등산을 하다 그런 일들이 가끔 일어납니다. 따라서 세상의 그 어떤 끈도 인간의 생명을 보장해 줄 수가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끊어지지 않는 완벽하고 완전한 끈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구원의 끈은 어떤 경우에도 끊어지지 않습니다. 택한 백성들에게 주어지는 구원의 끈은 어떤 외부적인 상황가운데서도 끊어지지 않습니다.

세상의 끈은 낡아서 끊어질 수 있고, 위기의 상황이 닥치면 거두어 질 수가 있지만 하나님께서 베푸신 구원의 끈은 우리가 비록 죄를 범하고 실수와 잘못이 있더라도, 거두어 가시지 않으십니다. 칼과 기근이나 적신이나 마귀의 흉악한 궤계에도 끊어질 수 없는 게 믿는 자들과 하나님 사이에 연결된 구원의 끈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그 강한 사랑의 끈을 끊을 자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롬 8:35). 세상은 변하고, 인간도 변하지만 하나님만은 영원토록 변함이 없으십니다.

하나님께서 한번 내 자녀라고 인치시고 구원의 백성으로 삼은 자녀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구원의 은총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구원의 끈은 견고하고 완전합니다. “내가 저희에게 영생을 주노니 영원히 멸망치 아니할 터이요 또 저희를 내 손에서 빼앗을 자가 없느니라”(요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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