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북 상호주의’, 평양과기대는 예외?

송경호 기자  khsong@chtoday.co.kr   |  

통일부 폐지안 발표 직후 김진경 총장과 회담

				▲평소 ‘상호주의’를 주장해 온 이명박 당선인이 ‘일방적 퍼주기’로 논란이 됐던 평양과기대에 대해선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혼란이 적지 않다.ⓒ사진 평양과기대 홈페이지
▲평소 ‘상호주의’를 주장해 온 이명박 당선인이 ‘일방적 퍼주기’로 논란이 됐던 평양과기대에 대해선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혼란이 적지 않다.ⓒ사진 평양과기대 홈페이지

평양과기대 김진경 총장이 최근 이명박 당선인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승률 연변과기대 부총장은 김 총장이 인수위원회가 통일부 폐지안을 발표한 직후인 17일 즈음 이 당선인과 회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소망교회(원로 곽선희 목사) 장로인 이 당선인은 평양과기대와 연변과기대 공동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곽 목사와의 인연으로 1992년 연변과기대 초대 이사를 역임했다. 이 부총장 말에 따르면 이 당선인이 연변과기대를 ‘기도로, 마음으로, 물질로’ 적극적으로 도와줬다고 했다.

그 같은 계기로 이 당선인은 평양과기대에도 깊은 관심을 나타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 정책자문단 자문위원이기도 한 박찬모 평양과기대 공동위원장은 전화통화에서 “최근 당선인을 만났을 때 평양과기대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먼저 물어볼 정도로 적극적이시다”라고 말했다. 이번 김 총장과의 회담도 박 위원장의 권유로 추진됐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은 대북 정책과 국제 관계의 방향성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과기대 측으로서는 대북 정책의 변화가 추후 사업의 진행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인수위의 통일부 폐지 주장으로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이 부총장은 “시기적으로 남북한 간에 서로를 새롭게 파악해야 하는 긴장 국면”이라며 “개교를 앞두고 있는 단계인데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지난 정부 때처럼 진행하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통일부 폐지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속단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제까지 한 곳에서 (대북 사업을) 집중하다 보니 병목현상 등의 폐단도 없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대화의 창구가 달라지고 여러 개로 나눠지니 북측이 당황스러워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총장은 이 당선인과의 면담이 미리 약속돼 있었던 만큼 통일부 폐지 소식이 회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고 했다.

미국 전략물자 반입 승인, 6개월 넘게 허락 안나

무엇보다 정상적인 학교 운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전략물자 반입 승인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미국에 있다는 점과 미국이 이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 당선인의 외교적인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은 바세나르 협정의 일환으로 국제 안보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한해 자국의 첨단 제품 반입에 대한 철저한 승인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과기대 운영에 사용되는 기자재 중 다수가 미국 제품인 만큼 이에 대한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나 미국은 현재 6개월 넘도록 확답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과기대 개교가 당초 예정된 4월에서 5월로 미뤄진 것도 북한 내 국가적인 행사들이 4월에 몰려있기 때문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이러한 이유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첨단 기자재 반입이 북한 내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 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우려도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이는 안보의 문제가 아닌 외교적인 차원에서의 해결 과제라는 것이 과기대 측 설명이다. 이 부총장은 첨단 기자재의 성능 여부가 아닌 한미, 북미 관계와 6자회담의 진행 상황 등이 전략물자 승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 당선인 측이 한 미 동맹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경색된 분위기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평소 대북 정책에 있어 ‘상호주의’를 강조해 온 이명박 당선인 측이 ‘퍼주기식 지원’으로 논란이 됐던 평양과기대 설립에 적극적이라는 점은 여전히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박찬모 위원장이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선대위원장을 맡을 때부터 ‘이명박 대북정책’에 새로운 흐름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이에 박 위원장은 당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평양과기대 설립에 정성을 쏟는 것은 이명박 후보도 알지만 그 건에 대해 서로 얘기해 본 적은 없다. 이 후보를 돕는 것은 12월 19일이면 끝난다”며 이명박 정부와의 긴밀한 연계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현재 이 당선인의 정책자문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 대북정책’이 과연 균형 있게 추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과학 계통의 자문위원일뿐 대북 관계 자문위원이 아니지 않느냐”며 “평양과기대는 정권과 관계없이 (민간사업으로) 세워진 만큼 정부와 특별히 연결 짓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현재 평양과기대는 당초 예상 시점인 4월에서 5월로 개교시기를 늦춘 상태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 부총장은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겠지만, 외부 여건이 우리 마음대로 될 수는 없지 않느냐. 솔직히 답답한 마음이다”라고 했다. 이미 관계자들로부터 “올해 안으로만 개교 하자”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학과 준비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과기대 측 설명이다. 커리큘럼과 학사 운영 등 제도적인 장치에 대해 북측과 최종적인 협의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했다. 평양에 상주하며 후학을 양성 할 50여명의 한국 측 교수 역시 이미 내정이 완료된 상태며 최종 결과를 북측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평양과기대는 투자규모만 약 450여 억원에 이르며 명성교회(김삼환 목사), 남서울은혜교회(홍정길 목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충신교회(박종순 목사), 높은뜻숭의교회(김동호 목사) 등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지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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