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한인교회 최용준 목사
이름없이 빛도 없이 한국을 사랑하였고 한국교회를 섬기신 많은 분들이 계시는데 그 중에 에른스트 유트(Ernst L. Judt) 목사님이 계십니다. 이 분은 현재 부어바흐(Burbach)라고 하는 독일 중부의 작은 마을에 사모님과 함께 살고 계십니다. 연세가 팔순이 넘으셨으나 비교적 건강하십니다. 이 목사님 댁에는 과거에 한국교회를 섬기시면서 찍으신 사진, 슬라이드, 보고서 그리고 심지어 영화 필름까지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습니다. 목사님께서 돌아가시면 이것을 인수하여 보관할 분이 안 계시는 것 같습니다. 필자의 생각에 한국의 신학대학원 도서관이나 교회사 박물관에서 인수하여 보관하면 후대에 역사적으로 귀한 자료가 될 것으로 봅니다. 가능하다면 전문적인 방송팀이 다큐멘터리로 제작한다면 더 많은 분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유트 목사님께서 어떻게 한국교회를 섬기시게 되셨는지 간단히 소개해 드립니다. 이 분은 독일 교회 목사님이셨지만 화란 개혁교회 목사님들과 많은 교제를 나누셨습니다. 1965년 여름, 유트 목사님께서 네덜란드 깜뻔(Kampen)에 가셔서 화란개혁교회(소위 31조파, Vrijgemaakt Kerk) 목사님들과 교제하시던 중 당시 한국에서 유학 오신 차영배 목사님을 알게 됩니다. 그 후 차 목사님께서 휴가 기간 중 유트 목사님 댁에 머물게 되면서 최초로 한국과의 접촉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나서 1966년 가을에는 김영재 목사님(합동신학원 교회사 교수)께서 영국 브리스톨(Bristol)에서 독일 부퍼탈(Wuppertal) 신학원으로 유학 오시게 되면서 유트 목사님을 알게 됩니다. 이듬해인 1967년 1월, 김 목사님 사모님께서 한국 부산에서 5명의 간호사와 함께 서독으로 오시도록 도와 주시게 됩니다. 당시 많은 한국의 간호사들이 서독으로 올 때였지요. 그러면서 유트 목사님께서는 한국에 대해 점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한국의 경남 고성에 있는 고아원을 돕기 위해 1969년부터 70년 겨울까지 유트 목사님께서는 바자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마침내 1971년 6월, 독일 국가교회 비트겐슈타인 (Wittgenstein) 지역노회는 유트 목사님께서 한국을 돕기 위한 방문을 허락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해 8월 2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유트 목사님께서는 7주간 동안 서울 및 부산지역을 방문하시면서 개척 교회, 신학교 그리고 고아원들을 많이 도와 주셨습니다.
그 후부터 유트 목사님께서는 소위 한국 돕기 캠페인(Korea-Aktion)을 더욱 활발하게 전개하기 시작합니다. 매년 특별 헌금을 모아 개척교회 예배당을 건축하는데 지원하는 등 꾸준히 한국교회와 불우한 이웃들을 섬기셨습니다. 1972년 3월, 독일의 포이딩엔(Feudingen)교회는 김영재 목사님을 부교역자로 임용하기로 결정함으로 1972년 9월에 김 목사님께서는 가족들과 함께 다시 독일로 오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73년 여름에는 한국에서 10명의 간호사가 초청받아 돌라(Dorlar)라는 지역으로 오게 됩니다. 그 후 1975년 4월 28일부터 5월 18일까지 유트 목사님은 노회장이신 하인리히(Heinrich)목사님 내외분을 모시고 다시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1978년 여름에는 독일 교회의 지원으로 고성 고아원에 새 건물 공사를 착공하게 되었고 1979년 10월 11일에 유트 목사님 참석 하에 고아원의 새 건물은 완공하였습니다.
1980년 3월 4 일, 김영재 목사님 가정이 미국으로 이민 가신 후 1980년 6월에 고 이근삼 박사님께서 비트겐슈타인을 방문하여 노회세미나에 참석하시게 됩니다. 그 후 1984년 10월에 유트 목사님 내외분께서는 다시 고성 고아원과 부산의 고신 신대원을 방문하셨습니다. 특별히 당시 신학생들 중에는 영양실조로 결핵환자가 많았으며 따라서 그들을 위해 고기를 많이 사주셔서 고깃국을 먹였다고 하여 유트 목사님의 별명은 ‘고기 목사님’이었습니다.
1987년 12월에 마침내 지난 20여년간 계속된 한국 돕기 캠페인(Korea-Aktion)이 종결됩니다. 유트 목사님께서 그동안 한국교회 및 고아원을 섬기기 위해 후원한 금액은 당시 액수로 총 70만 도이치 마르크(DM)였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유트 목사님께서 저술하신 보고서 「Nicht zu weit gegangen」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바라기는 우리 한국교회가 이 귀한 헌신과 사랑을 계속해서 잊지 않고 사랑의 빚을 갚아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필자 / 최용준[crosspower.choi@gmail.com]
- 벨기에 브뤼셀한인교회 담임목사
- VIEW교수 (기독교세계관, 기독교 철학)
- 유럽밀알이사, 유럽개혁신학연구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