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선교일기 2] 하노이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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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람들에게 내리꽂히듯 역사한 말씀

				▲베트남 형제·자매들과의 교제 모습.
▲베트남 형제·자매들과의 교제 모습.

베트남에 간 지 4개월 만에 A형제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너덧 사람을 얻었으니 말씀을 전해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급히 날아갔다. 베트남 사람들은 작은 편이었다. 그러나 기질은 만만치 않았다. 몽골 사역중 한 형제에게 “너희 나라 사람같이 굽히지 않고 강한 기질의 민족 하나를 소개해 달라”고 하니 그가 서슴지 않고 베트남이라고 말했던 것이 퍼뜩 생각났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몽골 사람들은 정말 지치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 밤새 어디를 가면 한국 사람 같으면 30분이나, 길면 한 시간 노래를 부르다 그친다. 그리고는 잔다. 그러나 몽골 사람들은 아니다. 밤새 찬송한다. 복음을 전해도 밤새 전하고, 결코 지칠 줄 모른다.

하노이에 있는 조그마한 호텔에 가서 여장을 풀고 그곳의 형제들을 만났다. 롱 형제, 쟝 형제, 빈 형제 등과 완이라는 자매였는데, 모두 다 학생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가져간 과자나 초콜릿도 체면 때문에 우리 앞에서 결코 막 집어먹지 않았다.

말씀을 전하는데, 베트남에 도착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A형제의 입에서 놀라우리만치 유창한 베트남어 통역이 흘러나왔다. 우리가 전하는 말씀들은 하나님의 능력으로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에 내리꽂히고 있었다. 내가 이제껏 말씀을 전해도 못이 박히듯이 사람 속에 그렇게 정확하고 분명하게 심기고 있는 체험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자존심 강한 베트남 사람들

베트남 사람들에게 점점 복음이 들어가면서 그들의 가정에 우리를 초대하기 시작했다. 완 자매는 예쁘장한 대학교 4학년생이었는데, 집에 가보니 무지무지하게 가난했다. 음식을 먹고 나서 나는 A형제와 상의하고 적은 물질을 헌금하고 가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나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인지 끝까지 완강하게 돈을 받지 않았다. 얼마나 무안했는지! 그 어머니가 아예 전송하러 나오지도 않는 바람에 우리는 인사도 못하고 나와야 했다.

그 뒤에 우리는 조금씩 그들을 대하는 법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미국도 이긴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그 민족의 특성을 모르면 다른 나라에 와서 의도하지 않은 큰 실례를 하게 된다. 주님께서 우리의 조심성 없음과 지식이 부족했음을 용서해 주시기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노이 호수를 뛰며… “주님, 온 세계를 뛰게 해주십시오!”

베트남에서 사역하는 동역자도 세 명으로 늘어났다. C자매와 그의 딸까지 하면 다섯이다. 사역을 하면서 우리는 시간을 내 밖에서 조깅을 했다. 1시간을 함께 뛰었다. 항상 뛰면서 이런 기도가 나왔다.

“주님, 온 세계를 뛰게 해주십시오. 인도, 아프리카, 유럽, 온 땅을 뛰며 주님을 전하기 원합니다.” 하노이 중심부에 있는 호숫가를 한 바퀴 돌면 15분 가량 걸렸다. 때로는 세 바퀴 네 바퀴도 뛰었다. 주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어느 새 우리의 발이 인도, 아프리카, 유럽 각 나라에서 뛰고 있음을 보고 있다.

1년 6개월간의 사역: 죽어도 이 길을 가겠습니다!

베트남에서 우리는 용감히 싸웠다. 하노이에는 당시 외국 선교단체가 우리가 알고 있는 한 거의 없었다. 결국 50-60명의 대학생들이 주님을 영접하고 30-40명의 형제들이 두 가정에 나누어 모여 항상 집회를 가졌다. 사역하는 우리 형제들은 그들과 늘 버릇처럼 주님께 충성을 맹세하곤 했다. “죽어도 이 길을 갈 것인가?” 그들은 “죽어도 가겠다”고 대답했다.

A형제는 이태리로… 유럽 땅을 밟다

1년이 지나자 A형제는 베트남을 다른 두 형제에게 맡기고 이태리로 향했다. 유럽 땅을 밟게 된 것이다. A형제가 이태리로 떠나기 전날 밤 쟝 형제, 빈 형제, 완 자매 등은 밤새 울었는데, 거의 실신하듯이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그것은 뒤에 닥칠 환난을 예고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추방: 공안들이 두 가정을 덮치다

베트남 사역이 1년 6개월 되었을 때, 나는 서울에 머물고 있었는데 하노이에서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밤에 베트남 경관 40명이 20명씩 두개 조로 나뉘어 우리 형제들이 집회하고 있는 두 가정을 덮쳤다는 것이다. 형제들에게는 경찰서로 오라는 명령을 남기고 성경과 책자와 모든 것들을 압수해 갔다고 했다.

베트남 공안 당국은 매우 간교했다. 우리 형제들에게 상세한 신분을 밝히면 복음 전파활동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대한민국의 주소와 신원을 보내줬는데, 그것을 모두 다 파악해 놓고 1주일 내에 추방 명령을 내려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하노이 종합대학의 인도자 격인 형제들에게 대대적인 핍박을 시작했다. 위협하고, 때리고, 결국은 대학에서 졸업장을 주지 못하게 했다. 우리를 접촉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통제했다. 그들의 장래를 모두 끊어버리자는 심산이었다.

애통한 눈물: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 이런 것인지…

어느 날 속리산 ‘보람원’ 수련원에서 중·고등학생들과 집회하고 있을 때 베트남에서 쫓겨난 동역자들이 나에게 왔다. 그들은 상세하게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일생에 그렇게 서럽게 눈물을 흘려 본 것은 처음이라고 느껴졌다. 그칠 줄 모르는 눈물이 속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 이런 것인지… 젊은 형제들 앞에서 나는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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