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남 목양칼럼] 아무리 큐티해도 알 수 없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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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들려주는 김호남 목사의 목양 이야기

				▲김호남 목사(시드니 샬롬장로교회).
▲김호남 목사(시드니 샬롬장로교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우리에게 영육간에 참으로 유익한 책이다. 그런데 성경에는 우리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간혹 있다. 그런 부분들 중에 누가복음 22장 15절부터 23절이 있다. 이 부분에는 주님께서 ‘유월절 먹기를 원하고 원하였노라’라는 구절이 있다.

그리고 17절에 보면 ‘이에 잔을 받으사 사례하시고 가라사대 이것을 갖다가 너희끼리 나누라’하는 구절이 나온다. 그 후에 19절에 보면 ‘떡을 가져 사례하시고 떼어 저희에게 주시며 가라사대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라 너희가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하셨다. 이것까지만 얼핏 보면 교회에서 거행하는 성찬식이 순서가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갖게 한다.

교회에서의 성찬식은 떡을 먼저 떼고 그 다음에 잔을 받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20절에 보면 ‘저녁 먹은 후에 잔도 이와 같이 하여 가라사대’ 하는 표현을 만나게 된다. 얼라, 금방 떡을 떼었는데 식사는 무슨 식사? 그렇다면 순서는 이렇게 되는 것이다. 먼저 잔을 받아 나누셨고, 그 다음에 떡을 떼셨으며, 저녁식사를 하셨고 그리고 식사 하셨으며, 그 후에 다시 잔을 나누시며 ‘이 잔은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니 곧 너희를 위하여 붓는 것이라’하셨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

그리고 주님께서 그렇게 먹기를 원하셨던 ‘유월절’이란 무엇인가? 또 어찌하여 교회에서 행하는 성찬예식의 순서와는 다른 ‘잔-떡-저녁식사-잔’이란 이상한 순서가 이어지는 것일까?

바로 이런 내용들이다. 우리가 성경을 읽으며 혹은 큐티를 하며 아무리 묵상을 하고 애를 써도 이해할 수 없었던 내용이 바로 이런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큐티가 아니라 성경을 역사적으로, 그리고 상황적이며, 문화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필요에 부딪히는 것이다. 이는 큐티를 통해서는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다. 신학을 공부한 필자 같은 이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내용이었는데, 작년 이맘때쯤에 비로소 그 의문을 풀 단초를 얻었다.

이스라엘에서 유대인들을 위해 사역하던 모 선교사가 이곳에 오셨다. 그리고 이곳에 많이 사는 유대인들을 위해 사역하셨고, 간간히 한국교회에 들려 유태인 사역의 현장감 있는 간증을 해 주셨다. 그 선교사님의 사역 중에 바로 이런 유태인들만이 지켜오던 유월절 만찬에 관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때 우리 몇몇 목회자들은 그 선교사님께 청을 하여 유대인들이 지키는 유월절 만찬을 신약적으로 재현해 보기로 했다.

‘유월절 만찬’은 히브리어로 ‘페세르 파사흐’라 한다. 유월절은 물론 중국의 한자어에서 온 말로서 ‘넘어갔음을 기리는 절기’이다.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한 주간 동안 즐기며 지킨다. 왜냐하면 이 절기는 바로 이스라엘의 민족적 정체성을 기리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 고역하던 민족이 모세의 지도를 따라 이집트의 노예생활을 벗어버리고 탈출하여, 가나안을 향해 갔던 그 역사적 탈출을 기리는 절기이다.

유월절은 명실공히 이스라엘의 다섯 절기 중에서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민족적 축제인데, 그 유월절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우리 주님께서 그렇게 드시기를 원하고 원하셨던(눅22:15) 유월절 만찬이라는 것이다. 유월절 만찬은 제법 긴 시간 동안 여러 역사적 체험을 형상화한 많은 이야기 거리를 내포하는 식사이다.

그래서 그 식사를 시작하며 포도주로 먼저 축사하고, 그 후에 ‘맛짜’라는 무교병 떡을 나누고, 또 쓴 나물과 삶은 달걀을 짠 소금물에 찍어 먹으며 조상들의 애굽에서의 고역을 기억하는 일련의 행사가 진행된다. 그러는 중에 자녀들이 그 이상하고 특별하게 식사하는 예식을 통해 의문이 생기고 질문이 일어나도록 하며, 그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그들이 겪었던 과거를 의미 깊게 인식하도록 유월절 만찬이 디자인 되었다.

그런 일련의 식사 행사가 진행되는 중에, 주님께서 몇 번에 걸쳐 나누어 드시는 떡과 포도주 드시는 모습이 성경에 그려진 것이다. 그 행사 중에 자신의 대속의 죽음을 떡의 잘라짐(그리스도 육신의 고난)과 포도주 잔의 부어짐(새 언약의 피가 흘려짐)에 비유하여 이를 기념하라고 명하셨던 것이다.

그런 유태인들의 유월절 만찬에 참석해 보니 어찌하여 떡 보다 잔을 먼저 드셨는가? 그리고 떡 떼신 후에 다시 ‘저녁 먹은 후에’라는 저녁식사의 의미가 무엇이며 그 후에 다시 잔을 나누신 것에 대한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유월절 만찬은 그렇게 과거의 애굽의 속박에서 자유케 된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을 회상케 하는 여러 차례로 나누어진 식사와 반주를 들며 진행되고, 그 중의 한 부분에서 주님은 그것이 바로 자신의 대속의 죽음을 상징하는 것임을 연결시켜 그 예언적 행사에 의미를 부여하셨던 것이다.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누가복음 22장의 그 부분 말이다. 이렇듯, 성경에는 단순히 명상을 하거나 대조하는 공부만 해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진리들이 많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성경은 참으로 심오한 책이라 하는 것이리라. 유월절 어린양으로 오신 주님을 찬양하며 또 우리에게 그런 깨달음을 얻게 하신 유대인 선교사님의 귀한 노고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와 건투를 빈다. 고난과 부활의 절기에 다시 한 번 침묵하신 주님의 평강이 독자들에게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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