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남성경연구원
고린도 교인들 중 일부는 육체의 부활을 믿지 않았다. 이는 그들이 헬라 철학의 영향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헬라인들은 묵시론적 세계관을 배격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을 어둡고 부패한 무덤으로 보았기 때문에 사후세계는 육체 없이 영혼만 존재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일부 고린도 교인들은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했으나 여전히 부활을 인정하지 못하는 ‘비기독교인’의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바울은 고린도전서 15장에서 부활의 사실성을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가면서 강력하게 변증한다. 왜냐하면 육체의 부활 사상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으로서 부활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헛되고 거짓 믿음을 가진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전 15:29에는 이해하기에 매우 어려운 표현이 기록되어 있다. 그것은 ‘만일 부활이 없다면 죽은 자들을 위하여 세례를 받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바울의 언급이다. 이는 당시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이들을 위하여 대신 세례를 받는 관습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그런데, 본문을 얼핏 읽으면, 마치 바울이 죽은 자들을 위한 대리 세례를 인정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바울의 신학과 사상을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그가 죽은 자들을 위한 대리 세례를 인정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본문에서 바울은 2인칭이 아니라 3인칭 대명사를 사용하여(‘what will they do?’ ‘why are they being baptized?’) 말하고 있는데, 이는 죽은 자들을 위한 대리 세례가 고린도 교인들 대다수가 받아들였거나 시행했던 것이 아니라 일부 극소수의 사람들이 시행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당시 기독교 이단들(예: 말시온)이 이런 관습을 행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으나 정통 기독교에서 이런 의식을 행했다는 기록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므로 죽은 자들을 위한 세례는 당시의 잘못된 관습일 뿐이지 바울의(혹은 정통 기독교의) 권장사항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바울이 이 말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세례는 죽음과 부활을 전제하는 것이다. 즉 교회 내의 ‘비기독교인’들이 죽은 자들을 위한 대리 세례를 시행하는 것은 그들이 미래에 부활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울의 요지는 사후세계는 부인하면서 죽은 자들에게 세례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한국동남성경연구원(원장 황창기 박사, www.koseb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