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공기와도 같습니다. 사람들은 문화를 호흡하며 그 자양분을 먹고 마십니다. 공기로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공기를 인식하지 않고 살아가듯이 문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문화구나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면서도 그 안에서 끝없이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문화라는 것이 중요하고 영향력이 큰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한국교회는 기독교 문화라고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교회 덩치를 키울까 하는 고민의 반의 반의 반만큼도 문화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건물을 잘 지을까 하는 데 관심을 쏟는 것과는 달리 어떻게 하면 이 나라의 문화를 아름답게 가꿀 수 있을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 들었던 많은 가르침은 문화에 대해 적대시하는 태도였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라는 것은 사단의 도구이고 노래(가수들의 노래)라고 하는 것은 신앙인이 가까이 해서는 안 될 분야이며 성극 외의 연극은 다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 제 안에도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이 되겠다든지 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교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사실 교회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이 보이면 신학교에 가라고 했던 것이 보편적인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신학교는 우후죽순으로 자라났고 수많은 신학생들과 목회자들이 생겼습니다. 공급(?)이 초과되어 더 이상 임지가 없는 무임 목사들까지 넘치는 상황입니다.
어릴 때는 그렇게 신학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열심 있는 신앙을 가진 젊은이들이 전부 다 신학만 한다면 세상 속에는 누가 들어갑니까? 세상의 빛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과는 달리 교회의 빛으로만 살려는 신앙 태도는 너무 좁은 것이 아닙니까? 그리스도인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각 영역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하는데, 그래서 기독교 문화라는 것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그 쪽에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 아닙니까?
지금 대한민국의 문화는 반기독교적인 정서가 강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일부 교회가 사회에서 지탄받을 만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동안 교회가 문화에 대해 무관심한 채 그저 개교회 성장에만 모든 것을 쏟았던 것에 대한 결과입니다. 그 열매를 따먹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 교회가 이 땅에 들어왔을 때 교회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주도했습니다. 학생들이 모여 문학의 밤이라도 개최하는 날에는 이웃 교회 학생들 뿐 아니라 교회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까지 모여들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기타를 들고 키보드를 치며 찬양인도를 하면 함께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아 교회에 나온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렇게 교회에 다니다가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인이 되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이제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문학의 밤 같은 것은 너무 시시하다고 생각될 만큼 최첨단의 문화로 무장한 대한민국이 된 것입니다. 음악과 영상의 화려하고 섬세한 감각은 오늘 날 젊은이들의 혼과 넋을 쏙 빼놓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지금도 문학의 밤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니 얼마나 과거에 묶여 있는지요. 디지털 카메라가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흑백으로밖에 뽑지 못하는 필름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 찍어 줄테니 이리 오라는 식입니다.
이제라도 교회는 눈을 크게 떠야 합니다. 보다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아야 합니다. 개교회 중심주의에 빠져서 자기 실속만 챙기려는 좁고 편협한 자세에서 벗어나 세상을 책임질 수 있는 인재들을 키워내야 합니다. 이 시대의 문화를 변혁시킬 수 있는 문화적 전사들을 세워나가야 합니다. 물론 쉽지 많은 않은 일입니다. 단기일에 이루어질 수 있는 분야도 아닙니다. 그러나 씨를 뿌려야 그 결과를 따먹을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반기독교적인 문화가 되어 그 문화를 호흡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복음의 수용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교회는 그들의 적대적인 가치관을 깨는 작업만으로도 지쳐 떨어질 만한 상황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목회자들부터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교인들을 향해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기도해줄 것을 촉구해야 하며 젊은이들을 향해 두 손 놓고 잠잠할 것이 아니라 각 분야 속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이 되도록 도전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 전략적으로 사람을 키워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한 연합운동도 일어나야 합니다. 그 동안 대형집회나 이벤트성 행사에 막대한 재력과 인력을 투자했었는데 우리끼리만의 집안잔치로 끝나버린 예가 얼마나 많습니까? 차라리 그런 돈과 사람을 인재 키우는데 썼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안희환 칼럼] 반기독교 문화의 책임은 교회의 무관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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