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스키폴공항이 주는 교훈
유럽을 여행해 보신 분들은 대부분 네덜란드의 스키폴 공항을 이용해 보셨을 것입니다. 유럽의 허브 공항으로서 전세계 여행객들로부터 그 편리함과 효율성에서 언제나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1980, 1981, 1984, 1985, 1986, 1990 그리고 2003년에 전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선정되었으며 1988년에서 2003년까지 15년간 연속으로 ‘유럽 최고의 공항’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기타 ‘최고의 비지니스 공항’으로도 뽑혔는데 그만큼 완벽한 공항 운용과 다양한 국제선 비행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공항이 건설된 역사를 살펴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고 깊은 교훈을 받습니다.
원래 이 지역은1852년까지만 해도 거대한 호수였습니다. 이 스키폴 공항의 행정 구역 명칭은 Haarlemmermeer인데 이 말의 뜻은 할렘(Haarlem)의 호수라는 네덜란드어입니다. 결국 이 호수의 물을 다 퍼내고 공항을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네덜란드 전 국토의 절반 이상이 해수면 보다 낮지만 특히 이 공항도 해수면보다 3-4미터나 낮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공항인 셈입니다. 하지만 1991년에 신축된 관제탑은 101미터로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입니다.
원래 이 호수에는 여러 종류의 배들이 정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람이었습니다. 산이 없고 평평한 나라이다보니 언제나 바람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그래서 배들을 아무리 잘 묶어 두어도 서로 부딪히면서 깨어지는 사고들이 자주 일어났던 것입니다. 결국 이 지역 주민들은 이 호수를 스키폴(Schiphol)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 말은 네덜란드어로 ‘배(Schip, 영어의 ship)의 구멍(hol, 영어의 hole)’이라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배들의 지옥인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기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836년 11월 무시무시한 허리케인이 강타하면서 주변 지역까지 큰 피해를 입었고 많은 배들이 부서지자 그 곳을 땅으로 바꾸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입니다. 1837년 당시의 왕이었던 윌리엄 1세가 특별 조사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지시하였고 2년 후 보고서가 작성되어 바로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호수 주변으로 링파트 (Ringvaart)라고 하는 운하를 팠는데 그 길이는 61 km나 되었고 깊이는 2.4 m였습니다. 파낸 흙으로는 둑을 쌓았으며 운하를 둘러싼 지역의 넓이는 180 km²였습니다. 당시 최초로 제작된 증기기관에 의해 호수에 있던 80억톤의 물을 퍼내는데 4년이 걸렸습니다. 가장 악조건 속에서도 지혜를 발휘한 네덜란드 국민들은 운하 건설, 개간 및 간척 공사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답게 결국 이 호수를 거대한 땅으로 바꾸었고 거기에 백년대계를 세워 간척된 땅을 농업, 화초 재배 등으로 활용하였으며 그 중 15%의 부지에 세계적인 공항을 건설하기 시작하여 1916년부터 군사 공항으로 사용하다가 1920년부터 민간 항공기가 취항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 2006년 통계를 보면 스키폴 공항은 46,065,719명의 승객이 이용하면서 영국 런던의 히드로,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그리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이어 유럽에서 네번째였고 화물의 경우 같은 해 1,566,828톤을 처리해 파리와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3위를 차지함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허브 공항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현재 활주로만 6개 있으며 7번째 활주로도 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배들의 지옥이 비행기들의 천국으로 변한 것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영적 교훈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환경이 아무리 악조건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그 환경을 어떤 세계관으로 보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네덜란드 국민들은 당장 배들이 파선되는 현실만 보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왜 이렇게 많이 부느냐고 불평하거나 절망하며 운명론자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이 바람과 물, 낮은 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남은 가능성에 집중했고 그것은 결국 세계적인 공항이라고 하는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종교개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따라서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와 같은 위대한 신학자 및 헤르만 도여베르트(Herman Dooyeweerd)와 같은 기독교 문화 철학자가 네덜란드에서 배출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주어진 환경을 하나님의 창조 선물로 이해하고 그것을 올바르게 개발해야 하는 청지기적 비전과 문화적 사명 (cultural mandate)을 알았기에 자연 및 기후 환경은 가장 악조건인 네덜란드는 지금도 세계적인 국가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배들의 지옥이었던 가장 낮은 땅에서 가장 높은 관제탑을 건설하고 비행기들의 낙원을 건설한 그들의 세계관 속에 숨어 있는 영적 통찰력을 깊이 이해하고 우리의 상황에 알맞게 적용할 때 우리도 더 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 / 최용준 [crosspower.choi@gmail.com ]
-벨기에 브뤼셀한인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