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선교일기 10] 인도에서 아프리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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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겸손한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1997년 12월 16일, 처음 밟는 아프리카 땅

새벽에 호텔 종업원이 4시 30분 모닝콜을 했다. 밤새 혼자 새벽 5시 30분 공항행 버스를 놓칠까 잠을 설쳤다. 다행히 순조롭게 비행기 타는 수속을 마쳤는데, 공항세가 자그마치 20불이나 됐다. 원화 가치가 떨어져 34,000원이나 되는 돈이었다. 정말 우리나라 경제가 안정이 돼야 할텐데, 해외에서 사역하는 우리로서는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느껴지면서 절실히 피부에 와 닿았다.

인도에서 아프리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도드렸다. “주여, 처음 밟는 아프리카 땅입니다. 주여, 함께 가 주시옵소서. 당신의 진리와 말씀, 당신의 영, 당신의 은혜, 당신의 사랑, 당신 자신과 함께 가기 원합니다.”

‘주께서 이같이 우리를 명하시되 내가 너를 이방의 빛을 삼아 너로 땅 끝까지 구원하게 하리라(행 13:47)’ 주님은 나에게 인도차이나(베트남과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복음 전할 기회를 주셨고, 인도와 네팔, 이제 아프리카로 향하게 해주셨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주여, 감사합니다. 우리로 이 시대에 당신의 증인을 삼아 주옵소서. 땅 끝까지 당신을 전하렵니다.”

우리의 인생은 무가치하게 살다 죽을 수도 있다. 이 죄인, 불결하고 쓸모없는, 버림받아 마땅한 존재가 이런 큰 긍휼을 얻을 수 있다니!

“오! 나의 하나님, 당신은 진실로 긍휼과 자비가 한이 없으십니다. 하나님이여! 때로 나는 당신의 아들의 보혈의 공로를 알면서도 나 자신의 누추한 상태를 생각할라치면 아버지께서 나를 상관하지 않으실까 당황하고 근심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악한 자, 무익한 자, 더러운 자를 은혜로 대하시며 사용해 주시는 것을 생각하며 당신의 큰 긍휼과 용서와 인내와 자비를 느끼게 되니 이것도 감사드릴 수 있는 것 아닌지요.

우뢰의 아들인 요한을 사랑의 품으로 안아 주셨던 주님, 나로 당신을 따르게 하여 주옵소서. 세 번이나 당신을 부인한 베드로를 거절하지 않고 사랑으로 받아 주시고 사용하신 주님! 저는 이렇게 죄와 허물과 부정함과 거칠음이 가득한 존재일지라도 오늘 당신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주 예수여, 저를 품어 주사 사랑하는 당신 품을 영원히 떠나지 않게 도와주소서.”

한국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경기가 괜찮을 때도 어려웠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외 동역자들의 필요를 채워야할지 앞이 캄캄하지만! “주님, 당신은 사렙다 과부의 기름과 가루가 마르지 않고 떨어지지 않도록 까마귀를 통해서도 역사하신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 당신만 바라봅니다. 물질이 궁핍하더라도 세상에 굽히거나 비굴하거나 당신의 부르심받은 사역자로서의 격을 낮추지 않고 당당히 담대히 전진하도록 도와주시옵소서.

또한 우리의 사랑하는 동역자들이 물질이 어려운 틈을 타서 낙오하는 사람이 없도록 사단의 시험에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사 오히려 강화시켜 주옵시고 모든 기적과 능력의 하나님, 하늘만 바라보고 주님의 손만 바랄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주님은 나에게 많은 민족을 대할 수 있게 은혜를 주셨다. 베트남 사람과 캄보디아 사람은 조금 다르다. 그들과 인도 사람은 또 다르다. 이 비행기를 타니 아프리카 사람은 또 다른데 얼굴이 검은 것도 차이가 많다.
인도 형제들도 검다고 느꼈지만 아프리카 검은 사람의 검은 것과는 또한 천지 차이다. 나는 어렸을 때 검둥이는 미군 흑인만 보고 다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어떤 사람 얼굴은 그을리다 만 것 같아서 시컴시컴한데 이런 사람은 인도 남부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은 완전히 그을려서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이런 사람은 머리칼이 곱실거리고 입술이 두텁다.

비행기는 봄베이에서 아디스아바바를 향해(다섯 시간 소요) 아라비아 해(海) 위를 날고 있다.

비행기 창밖으로 광대한 아프리카 대륙이 보인다. 해변인데 무한하다. 또한 백사장이 그대로 사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람이 안 보인다. 집도 안 보이고 산도 나무도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이 펼쳐진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1997년 12월 16일 밤, 춤추며 찬송하는 아디스아바바 형제자매들

공항에 나온 K형제는 얼굴이 아프리카 사람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시커멓게 탔다. 오랜만에 만나 교제를 나누고 나를 예약한 호텔로 안내하였는데 싸다더니 정말 후줄근했다. 방은 꼭 거지들이 자는 방 같았고 담요가 이리저리, 장롱문이 휑하니 열려 있고 마시고 남은 술병에 나무 뼈다귀가 나온 다 떨어진 소파 하나에 침대라는 게 그냥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고 그나마 있는 화장실은 밖에서 공동으로 쓰는 것이었다. 청소가 된 조금 나은 방으로 옮겨서 자기로 마음을 먹었다. 영국의 다비(J.N. Darby)가 80세 때 집회하러 다니며 싼 호텔에서 잤다더니 이런 덴가 싶었다. 그는 그의 간증록에서 그런 허름한 곳에서 자면서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합니다”(Lord, still I love you)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에디오피아 시내 풍경은 몽골에 불가리아를 합한 것과 비슷했다. 걸어서 모임 장소에 오니 숙소가 있는데 형제 2-3명, 자매 2명, K형제 등 여럿이 생활하고 있었다. 방 하나가 그냥 괜찮기에 “나 오늘 여기서 잘래” 했더니 K형제가 “벼룩이 있어서 호텔로 모셨더니...”라고 했다. 오후에 모임 장소로 숙소를 옮겼는데 돈도 절약하고 마음도 편했다.

4시 집회 시작. 춤추며 찬송하는 소리가 매우 특별했다. 가끔 “호로로로” 하고 새 우는 소리를 내는데 감동되면 자주 그런 소리를 내었다. 심지어 메시지를 듣다가도 마음에 부딪히면 “호로로로” 하는 소리를 냈다. 한 사람이 하면 또 여럿이 소리를 내어 답했다.

메시지와 찬송이 다 끝나고 인사하는데, 이태리식 인사는 두 번 볼에 뽀뽀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많이 하면 너댓 번 한다. 그리고 젊은 자매들도 와서 볼을 부벼댄다. 참 문화의 차이가 크다. 동양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다.

저녁. 불이 나갔다. 촛불을 켜고 일기를 쓴다. K형제는 찬송하며 춤추는 것이며 얼굴 부비는 것이며 얼굴 까만 것까지 똑같은데 ‘호로로로’ 하는 것만 못하는 것 같다. 나는 멋없는 전봇대처럼 가만히 서 있다가 메시지를 전했다. 듣는 모습은 매우 진지했다. 내가 질문하면 대답은 매우 제대로 하고 있었다.

1997년 12월 18일, 겸손하고 부드러운 심성을 가진 사람들

▲에디오피아 형제 자매들이 춤추면서 찬송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봉고 편으로 형제자매 10여 명과 함께 왔는데 집회장소에서부터 공항까지 계속 찬송을 불러댔다. 얼마나 신나게 부르는지 거리에 있는 차들이 문을 열고 웃으며 듣고 좋아했다. 찬송을 부르는 가락이 얼마나 흥겨운지 그냥 앉아 있어도 어깨가 들썩들썩한다. 우리나라 옛날 가락 비슷하기도 하고 흥얼거리는 듯하게 어깨춤 비슷하게 흔들며 부르는 것이 아주 특이하다. 공항에 도착하여 내리면서 사람들이 쳐다보는데도 계속 불렀다. 나는 형제들에게 차가 온 것이 아니라 노래가 왔다고 말했다. 우리는 다 둘러서서 기도하고 한 사람 한 사람씩 포옹하며 인사를 했는데 참 헤어지기 어려웠다.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울지는 않았다.

집회는 다섯 번 가졌는데, 큰 비밀인 그리스도와 교회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이며 사람이신 구속주이시며 오늘 우리의 생명이심을 말하고 생명의 인식에 대해 자세히 세 번에 걸쳐 말했다. 두 집회는 주로 교회의 방면에서 몸인 교회와 하나님의 집, 신부 그리고 금촛대의 비밀에 대한 것이었는데 매우 분명하고 감명 깊은 집회였다.

무엇보다도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것은 아디스아바바에 하나님의 교회의 기초가 놓여졌다는 것이다. 좋은 인도자들이 있고 좋은 형제자매들이 적어도 20-30명은 된다. 주님께 감사한다. 우리의 수고와 발걸음이 헛되지 않도록 역사해 주신 하나님께 경배와 찬양을 드린다.

시샤이 형제, 게다쪼 형제, 아바 형제, 라헬 자매, 쭈쭈 자매, 다리꽈 자매, 이부투 자매, 아베바 자매…. 이들은 모두 다 든든한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들로서 주님께서 준비시켜 주신 자들 같다.

에디오피아는 성경에 많이 나오는 유서 깊은 나라다. 모세가 구스 여인을 취했다는데 그 구스가 에디오피아고, 사도행전 8장에서 빌립이 복음을 전한 사람도 에디오피아 내시다. 사람들은 매우 사랑스럽고 겸손하고 부드러운 심성을 소유하고 있었다.

찬송과 기도 때 매우 누리는 방식으로 집회를 갖고 순박하고 순종적인 태도를 가졌다. 어젯밤 집회 후, 저녁 식사를 마친 다음 형제자매들이 모여 말씀을 더 듣겠다고 내 방에 왔다. 게다쪼는 “목사님이 이렇게 초라한 벼룩 나는 방에서 우리와 함께 먹고 자는 것이 큰 비밀(조금 전 집회에서 그리스도와 교회가 큰 비밀이라고 말한 것에 비유하면서)”이라고 했다.

육신이 매우 피곤하다.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고 눈은 자꾸만 깜빡거리곤 한다. 비행기는 여기서 밤 11시 30분에 떠나 새벽에 로마에 도착하고 거기서 또 몇 시간 기다렸다가 부다페스트로 떠나야 한다. 굉장히 힘든 일정이 아닐 수 없다.

“주여, 주님이 부활의 능력을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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