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에서 맞는 새해… “주님, 감사드립니다!”
1997년 12월 30일, 나치에게 무참히 학살당한 유대인들1997년이 저물어 간다. 이곳은 동독 지역이었던 라이프치히(Laip-zich). 오전에는 베를린에서 1940년 히틀러와 주요 장성들이 유대인 학살을 결정했던 장소에 가 보았다.
600만 유대인들이 나치에 의해 무참히 학살당한 그 참혹한 장면들이 사진으로 남아 있었다. 우리를 안내하던 S 목사님의 아들은 더듬더듬하는 특유한 한국말로(독일에서 어려서부터 공부했으므로) “이곳이 히틀러가 거북이를 다 죽이자고 하듯이 유태인을 다 죽이자고 결의한 곳이에요”라고 했다.
가스실, 무수한 시체들, 신발들, 시체가 나뒹구는데 밀차로 눈 쓸듯이 치우는 장면… 그들은 닭 잡듯이 마구 사람을 잡아죽였다. 그 아이는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눈물로 읽었다고 상기했다. 우리는 유태인들의 비극과 불쌍함(별표에 Jude라는 표시를 반드시 달아야 했음) 또한 하나님의 선민으로서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를 거절하고 그 분을 십자가에 못 박은 그들이 “이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돌리라!”고 했던 외침을 이것을 보면서 생각하게 됐다.
베를린에는 유서 깊은 곳이 많다. 포츠담 선언이 있었던 곳(거기서 우리나라의 삼팔선이 그어지고 분단의 비극이 결정되었음), 쌍수시 궁(걱정이 없는 곳), 베를린 장벽이 있었던 곳 등이다.
오늘은 바하가 성가대를 지휘했다는, 또 마르틴 루터가 최초 설교를 시작했던 곳이라는 라이프치히의 토마스 교회 건물과 독일 통일에 기여했다는 니콜라이 성당에 들렀다. 종교 개혁의 그림자를 보는 듯 했는데 당시 개혁교회는 천주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게 너무도 많았던 것을 실감했다.
저녁에는 한국 유학생 둘을 만나 그 중 한 사람에게 복음을 증거했는데 그가 복음을 깨닫도록 하나님께서 도와주셨다.
오늘은 좁은 방 공간에서(그러나 이것도 한달에 500마르크나 된다) A형제와 자고, W형제는 저쪽 방에서 동독 사람과 같이 자기로 했다. 하여간 파이어니어 A형제를 따라 베트남, 이태리, 프랑스 엑스·파리, 독일… 많이도 쫓아다니며 자 본다. 오늘은 좀 추운 밤이 될 것 같다.
1998년 1월 1일, 새해 아침
정월 초하루 아침부터 나는 비행기 안에 있다. 베를린에서 사랑하는 우리의 두 동역자 A와 W를 작별하고 로마로 향하고 있다.
어젯 밤, 1997년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혜를 생각하니 감사가 많았다. 프랑스, 불가리아, 인도 남부, 네팔 등 많은 나라를 열어 주셨다. 또한 하나님께서 98년도에 더 많은 나라를 열어 주실 것을 기대하는 소망으로 잠이 들었다.
아침에 공항에서 형제들과 잠시 교제하고 서서 기도를 올렸다.
1998년 1월 6일, 로마 공항에서 나폴리 식구들을 생각하며
나폴리 엔조 집은 우리 가정 네 식구를 위해 모든 방들을 다 내주고 자기들은 동생집 거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잤다. 어젯 밤은 마지막 밤이라서 늦게 잠이 들었는데 새벽 4시 40분에 성질이 급한 까르멜라 자매가 모닝콜을 했다. 5시 15분에 나가도 늦지 않는데 항상 그렇듯이 자매는 서둘렀다. 그러나 매우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자매다.
나폴리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는 거의 한 시간 이상 기다리며 교제하고 기도했다. 특히 엔조, 다비데 등과 기도에 대해 교제했다. 하나님의 역사는 기도를 통해 이뤄지는 것임을 말해줬다.
로마에 도착해 아내와 아들과 딸과 나는 이태리식으로 껴안고 볼을 맞추며 뽀뽀하는 빠쵸 인사를 나누고 다시 헤어졌다. 또 이내 F형제와도 헤어졌다. F형제는 에스파냐에 갈 갈망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외로움, 기다림, 지침은 항상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다. 다시 로마 공항에서 두 시간 가량 혼자 비행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태리에서 그리스도의 간증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볼 때 하나님께 감사가 생겼다.
“사단아, 듣거라! 하나님의 교회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하나님의 자녀들이 하나를 향하여 모이고 있다!” 특히 카톨릭이 강력한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그리스도를 대적하고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살해한 이탈리아 땅에서 그리스도의 몸인 순수한 그 분의 교회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여! 감사하옵나이다. 우리 같이 무익하고 천한 종들을 통해 당신의 몸을 건축하고 계심을 감사합니다. 더욱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나폴리에도 스피넬리가 있는 교회며 마켈란젤로 빅토리아 일행(복음팀)이며 빠스꾸알레(꼬실꼬실한) 가정들이 열려가고 있고, 산타르삐노에서는 젊은 한 무리의 형제들을 통해 교회가 일어나고 있다. 빠스꾸알레, 민모, 리노, 또 다른 빠스꾸알레 등이다.
뽀쭈올리는 안토니오(암 수술을 받았음) 목사를 중심으로 모이고 또 요즘 연결된 한 단체의 인도자가 우리를 초청하였으나, 이번에는 응할 수 없었다. 그 목사의 초청은 매우 간절했다. 특히 스피넬리 목사는 30-40명이 모이는 교회를 인도하는데 나를 거의 강제로 납치하듯이 초청했다고 회중들에게 소개하면서(주일 낮에 가야할 데가 3군데가 겹쳤음) 매우 감명깊게 말씀을 듣고 있었다.
또 한 가지 감동적인 것은 스피넬리 목사가 기도 시간에 뽀쭈올리에 있는 안토니오를 위해 기도하자고 제의하며 진지하게 기도하는 것이었다. 어디에 있든지, 어느 종파든지 아는 지체들의 어려움을 위해 기도하는 태도가 아름다워 보였다. 규격화되지 않고 획일화되지 않으니까 성령께서 자유롭게 성도들의 영을 감동시키시며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받고 교제하려고 하는 태도가 아름다웠다.
이번에 이태리에서는 모두 여섯 번 집회를 가졌는데, 주로 교회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집 △그리스도의 몸 △하나님의 나라 △그리스도의 신부 △금촛대(하나님의 증거)를 전했고, 마지막으로 △성령의 사역에 대해 두 시간 동안 교제를 가졌다.
1998년 1월 11일, 새로운 해를 주님과 함께하게 하소서!
지구를 완전히 한 바퀴 돌았다(네 번째일 것이다). 비행기는 김포공항에 서서히 착륙 준비를 하고 있다. 부족하며 죄인인 나를 여러 모로 지키시고 선대하시며 은혜로이 대해 주신 하나님 나의 주께 감사와 경배와 찬양을 드린다. 무릎 꿇어 경배하며 찬미합니다.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여, 더욱 신실하게 섬길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거룩함과 신실함으로 충성스럽게 섬기도록 은혜 주시옵소서. 한국에서 1998년 새로운 해를 주님과 함께하도록 도와주옵소서.”
1998년 1월 12일, 헌신으로 인한 성화
나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성화와 하나님의 역사를 굳게 믿는다. 그러나 또 하나 부족하면 안 될 한 가지가 있으니 그것이 곧 헌신임을 깨닫는다.
“너희 지체를 불의의 병기로 죄에게 드리지 말고 오직 너희 자신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산 자같이 하나님께 드리며 너희 지체를 의의 병기로 하나님께 드리라 죄가 너희를 주관치 못하리니 이는 너희가 법 아래 있지 아니하고 은혜 아래 있음이니라(롬 6:13-14)”
믿음만이 아니라 헌신인 것이다. 그럴 때 죄가 우리를 주관치 못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주린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며, 찾는 자에게 주신다. 영적인 진보와 성화는 우연히 길 가다 줍는 것이 아니다. 다만 믿음으로만이 아니다. 물론 믿음으로 이루어지지만 헌신 없는 믿음과 간절함이 없고 얻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믿음은 역사하지 않는다.
믿는 이들의 하나에 대해: 제자들을 사랑하사 발을 씻어주신 주님의 본
오늘날 형제들이 ‘하나됨’을 많이 말한다. 믿는 이들의 하나됨이야말로 옳은 것이다. 한 아버지에 한 생명을 가졌으므로 우리는 하나인 것이다. 그러나 이 하나는 율법이나 규율로 지킬 수 없다. 하나를 말하기 전에 서로의 겸손과 사랑과 긍휼이 필요함을 알자.
에베소서 4장에서 성령의 하나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고 할 때, 하나 이전에 사도는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과 사랑을 말한 것이다. 사랑이 없는 하나는 무엇인가? 사랑도 영의 문제이다. 성령을 따라 행하면서 서로 사랑하기를 힘쓰자.
요한복음 17장의 하나의 기도에 앞서 주 예수님은 13장에서 제자들을 사랑하셨고, 그들의 발을 씻어 주셨다. 하나를 주장하기에 앞서 ‘나는 다른 지체를 사랑하는가’를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