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준 칼럼] 풍차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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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여행해 보신 분들은 대부분 풍차를 보셨을 것입니다. 풍차는 말 그대로 바람의 힘을 이용하여 다른 일을 하도록 하는 기계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풍차도 있습니다. 풍차의 모양은 여러 가지로, 네덜란드에서 발달한 날개가 4개 있는 것, 미국 등에서 사용되는 날개가 많은 것, 최근 발전용으로 사용되는 프로펠러형 등이 있습니다.

풍차의 기원은 기원전 7세기 페르시아 제국 지역에서부터 찾을 수 있으며 주로 낮은 곳에 있는 물을 퍼올리는 데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에도 13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풍차들이 있다고 합니다. 유럽에 있는 풍차들은 약 11세기경부터 제작된 것으로, 국토가 해수면보다 낮아 배수가 필요한 네덜란드 등지에서 특히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17세기경 네덜란드는 풍차의 전성시대를 맞이합니다. 이 때에는 간척 사업이 대규모로 시작되면서 가장 중요한 동력원이 되었습니다. 19세기 이후 증기 기관의 발달로 풍차의 역할은 과거보다 많이 축소되었지만, 아직도 양수기를 대체하여 물을 대거나 풍력 발전을 위해 그리고 풍차의 회전 수를 보며 풍속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나아가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바람의 나라입니다. 전 국토가 거의 평평하고 산이 없어 일년 내내 북해로부터 거센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특유의 지혜로 풍차를 만들어 냅니다. 단순한 풍차로 시작해 매우 정교하고 규모도 커진 풍차들로 기술도 발전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풍차들을 보면 일반적으로 물을 퍼내는 풍차 외에도 나무를 자르고, 방아를 찧어 가루로 만들며, 기름을 짜거나 향료를 갈아 향수를 만드는 풍차 등 다양합니다.

나아가 풍차는 사회, 군사적 기능도 했습니다. 가령 풍차 날개가 + 모양으로 정지해 있으면 지금 잠시 쉬고 있으나 곧 재가동한다는 의미이고, x 자로 정지해 있으면 당분간 휴업 중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풍차와 연결된 집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집에 혼인 또는 출산 등의 경사가 있을 때 풍차의 날개가 정점에 이르기 전 11시 방향에 있습니다. 이것은 정점을 향한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었으며 반대로 날개가 정점을 조금 지나 서있으면 장례 또는 불행한 일이 있음을 알리는 사인이었습니다. 나아가 외적이 침입해 올 때에도 풍차로 서로 알려 마치 우리나라의 봉화 역할까지 했으며 특히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지상에 있는 네덜란드의 레지스탕스군과 공중의 연합군 비행기 사이에 통신 수단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대표적인 풍차들은 지금도 북홀란드의 잔스 스칸스(Zaanse Schans)에 있는 풍차마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에 풍차가 많을 때에는 9천여개가 있어서 전국 풍차지도가 만들어질 정도였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풍차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볼 수 있지만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국민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1250여개의 풍차 중에도 300여개는 지금도 긴급히 배수를 해야 할 경우 가동이 가능하도록 풍차보존협회(www.molens.nl)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풍차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450년경에 제작된 것이며, 가장 큰 것은 높이가 44.8미터에 달하는데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것이기도 합니다.

강한 바람을 역이용하여 무공해 공장으로 변환시키는 통찰력과 지혜, 이것은 우리에게 깊은 영적인 메시지를 던져 준다고 생각합니다. 즉 어떠한 역경이 와도 그것이 오히려 축복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풍차 신앙’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롬 8:28) 주님을 온전히 신뢰할 때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련의 바람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풍차라고 하는 걸작품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바람이 셀수록 풍차는 더 세게 돌아갑니다. 풍차가 더 세게 돌아갈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나오고 그 에너지로 우리는 더욱 다양한 일들을 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 이 영적인 풍차 메커니즘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와도 그것으로 인해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 이루실 더 큰 하나님의 뜻을 기대하며 믿음으로 감사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리 호수의 폭풍을 잔잔케 하시듯 우리 삶의 풍파를 잔잔케 하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그 바람을 역이용하는 풍차를 만들어내게 하신다면 더욱 감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아시아로 가려 하다가 마게도니아인의 환상을 보고 오히려 유럽 선교의 역사를 이루었던 것처럼, 가장 바람이 많은 악조건 때문에 오히려 선진국을 건설한 네덜란드 국민들처럼, 풍차에 담긴 세계관과 영적 통찰력을 바로 이해하고 성령의 도우심으로 우리의 상황에 알맞게 적용할 때 우리도 더욱 멋진 풍차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 / 최용준 [crosspower.choi@gmail.com ]
-벨기에 브뤼셀한인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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