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선교일기 14] 인도 마드라스와 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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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고생도 주님과 함께라면…

주님을 위해 받는 적은 고난이지만, 고난 안에서 달콤한 교제를 누리게 됨을 주께 감사드린다.

1998년 3월 5일, 마드라스(탐바람 Z형제의 집)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요 11:25)”
“나는 세상의 빛이니(요 8:12)”

인도의 목사들을 상대로 계속 말씀을 전했는데 탐바람, 빅터, 달마리지에게 와서는 좀 지쳤다. 그러나 혼자 산보하면서 주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주님은 실제의 영으로 우리 안에 오셔서 그리스도의 모든 실제를 누릴 수 있게 하셨다(요 14:16-17).

나는 오늘 영 안에서 그리스도를 부활로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어떠한 은혜요 특권인가! 다만 그리스도의 역사를 찬미할 뿐이다. 그리고 나는 선포할 수 있는데, 그것은 곧 “당신은 부활이십니다! 당신은 생명이시요 당신은 빛이십니다!” 하는 것이다.

저녁에는 맥키와 암스트롱이라는 청년 목사들(26세)이 인도하는 시골 예배당에 가봤다. Z형제가 먼저 말씀을 전했고 나는 나중에 전했다. Z형제는 그들에게 맞게 재미있게 말씀을 전했다. 그들은 매우 좋아했다.

Z형제는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해서 전하면서 죽음을 거친 사랑을 소개했다. “세 남자가 한 여인을 사랑했다. 그 여인의 그 아버지가 ‘그럼 좋다. 달려와서 벽에 머리를 부딪혀 봐라!’고 하자 둘은 그냥 가고 세 번째 사람이 죽음을 무릅쓰고 벽에 머리를 박았는데 실상 그 벽은 종이로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딸을 가질 특권을 얻었다.” 통역하는 젊은 형제도 많이 웃었다.

Z형제는 elephant god이나 monkey god은 우리를 위해 죽은 적이 없다고 했다. 코끼리를 얘기할 때는 꼭 긴 코를 흉내냈는데, 그것은 힌두교의 우상이어서 그들이 무슨 얘긴지 다 알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웃고 있었다. 그들은 매우 순수하였다.

나는 그리스도의 만유 되심을 전했다.

마드라스 공항에서 인도라는 나라를 생각하며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학교에서 배워 익히 알고 있지만, 그렇게 뿌리깊이 사람들 속에 심겨져 있는 줄은 인도에 와서 느끼게 된다.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사, 수드라 계급 등으로 나뉘는데, 실제로는 2천여 종류의 계급으로 세분된다고 한다.

Z형제 집에서 부엌을 치우는 나이 든 식모 하녀는 절대 화장실 청소는 안 한다. 화장실 청소하는 계급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Z형제를 항상 태우고 다니는 영업용 운전사 라잔은 운전은 하지만 절대 짐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자기는 짐을 드는 계급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번은 Z형제가 택시에서 내려서 내 짐을 내리려고 문지기를 불러 그더러 짐을 들라고 하니까 손을 내저으면서 ‘No sir!’ 했다. 그런 것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카레를 빼놓으면 인도 음식은 없다. 치킨 브리야니는 우리나라의 불고기 백반과 같이 정찬에 들어간다. 그들은 닭을 매우 좋아한다. 그런데 카레가 든 음식을 계속 먹으니 피부에 옻과 같이 두들두들한 것이 솟아나고 알레르기가 일어났다. 계속 약을 발라댔다. 인도 사람 가까이 가면 우리나라 사람 마늘 냄새 나듯이 고약한 카레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 냄새가 모기를 막아 준다는 것이다. 그 많은 모기가 그들에게는 못 가고 우리가 나타나면 완전 모기 생일날이다.

Z형제는 배와 팔에 알레르기가 많이 돋아나와 계속 약을 발라대고 있었다. 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음식을 손가락으로 먹는 것쯤은 이제 나에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몸에 약간의 괴로움을 당하는 것은 주님을 위해 너무 적은 대가다.

인도의 공기

차 타고 가면서 시커멓게 내뿜는 매연을 바라보며 S자매와 Z형제가 “저걸 유태인들을 학살할 때 독가스로 사용했대요”라고 했다. 아휴! 한번 시내 나가면 먼지를 뒤집어 쓴다. 한번은 삼손 목사가 있는 데서 말씀을 전하고 이마에 땀이 나기에 와이셔츠 깃으로 땀을 훔쳤더니 아뿔사! 흰 와이셔츠가 검게 되어 버렸다. 사람은 왜 그렇게 많은지! 차는 왜 그렇게 많은지!

비행기는 델리로, 델리로 날아가고 있다. “주님! 저는 지금 혼자입니다. 아니 당신과 함께입니다. 이러한 나의 삶을 축복해 주옵소서.” 계속되는 여행, 공항, 비행기, 짐, 택시, 그리고 허름한 집으로…. 그러나 사랑하는 형제들과 함께하게 된다.

3월 8일, 혼자 죽을 뻔하다

델리에 다시 왔다.

Z형제는 돈을 절약하느라고 방을 처분하고 모임 장소로 빌린 곳에서 살고 있었다. 나를 그곳으로 인도하여 자라고 하고 Z형제는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어디로 갔다.

어젯밤 모임 장소 바닥에 물이 흘러나와(냉장고 전기가 나가 얼음이 녹아서) 슬리퍼가 미끄러워 넘어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세면 바닥에서 뇌진탕 걸릴 뻔했다(혼자 죽을 뻔했다). 낮에 또한번 화장실에서 미끄러졌는데 뒷머리를 시멘트 모서리에 부딪힐 뻔했다. 무릎 인대가 늘어난 것 같다(옛날에 다친 그 자리다).

허리는 어젯밤에 침대에서 잘못 자서 아프다(중간에 돋아 올라온 것이 있는데 그것이 정상인 줄 알고 누웠더니… 세로로 잘 걸 가로로 잠).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마음도 몸도 아프다. 그러나 크게 다치거나 죽을 뻔한 것을 산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느껴졌고, 하나님께서 나의 천사를 시켜서 지켜주신 것 같았다. 감사드렸다.

오늘 주일 낮 집회. 그리스도에 대한 다섯 방면―창조자 되심, 구속주 되심, 내주하시는 성령, 몸된 교회의 머리 되심, 신부를 취하는 신랑 되심―을 말했고, 델리 성도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주님께 감사드린다.

혼자 모임 장소에 남아 글을 쓰는데 마음이 괜히 울적해지고 전등 하나가 영 꺼지지를 않는다. 형광등을 잡아 돌렸다. 꺼졌다. 자자 했는데 잠이 안 온다. “주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함께해 주옵소서. 사랑과 안위로 품어 주옵소서. 긍휼로 대해 주옵소서. 돌아서지 않고 끝까지 따르렵니다.”

3월 9일 밤, 자기 전에

J형제와 한바탕 전쟁을 했다. 12시가 넘어 J형제는 아내와 함께 돌아갔다. 저녁 집회는 믿음과 순종과 동역을 말했다. 오늘은 집회의 분위기가 어제보다는 나았다.

어제 다친 다리에 붕대를 감았다. 병원에 가 봐야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는 형제들이 있지만 병원에 가서 X-ray 찍으면 인대가 늘어났다, 인대가 터졌다 등 여러 말이 나올 수 있고, 깁스를 해야 한다는 등 곤란한 일이 발생할 것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어떤 때는 앉았다가 일어날 때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나 전쟁하다가 부상을 당했다고 돌아갈 수 있겠는가? 압박 붕대를 구할 수 없어 일반 붕대를 감으니 술술 풀어진다. 인도라는 나라는 압박 붕대 하나도 없다. 그것이라도 있으면 깁스 대신 좀 편하련만…. 방도 없으니 베란다에서 바지를 내리고 붕대를 감아야 했다. 주님을 위해 받는 적은 고난이지만, 고난 안에서 달콤한 교제를 누리게 됨을 주께 감사드린다.

내일은 일찍 네팔로 가야 한다. “주님, 감사합니다. 당신은 나 같은 죄인을 위해 죽으셨습니다.”

유동근 목사는

대전고와 충남대·대학원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유니온 대학에서 M.Div, 퍼시픽 신학대학에서 Th.M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서울선교교회 담임목사, 벧엘서원 발행인, 미국 퍼시픽 신학대학 교수, 칼빈성서신학연구원장, 국제선교신학원(IMC) 대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연합총회 총회장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모세오경·바울서신 강해서(총 20권) 등이 있다.

저자는 1991년부터 몇몇 동역자들과 함께 몽골,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네팔, 미얀마, 에디오피아, 잠비아, 이태리,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선교를 주로 해온 선교사이며 복음전도자다. 위에서 소개되는 선교일기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지금도 매년 저자와 그 일행은 일년에 한 번 이상 세워진 교회들을 순방하며 진리의 말씀을 공급하고, 교회들을 굳게 세우며 전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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