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경청과 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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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담임)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담임)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힘든 것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경청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처럼 힘들고 재미없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말을 듣는 것보다는 자기 말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아이러니한 것은 경청은 그렇게도 싫어하면서도, 자기만 피해를 입지 않는다면 도청에는 관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은밀한 부분들을 알고 싶고, 즐기고 싶고, 그것을 통해 상대를 통제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숨겨진 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례를 들면, 1924년부터 72년까지 FBI 국장을 지낸 에드거 후버는 권력을 이용해 50년에 걸쳐 도청을 즐겼습니다. 거기서 얻은 ‘비밀파일’을 이용해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는데, 1960년대 중반 흑인 인권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약점을 잡아내 ‘자살하지 않으면 테이프를 공개하겠다’는 협박편지를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우리나라 과거 정권들이 국민들에게 비판 받았던 이유 중 하나도 정권유지 차원에서 행한 정치인과 경제인을 포함한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 불법 도청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누구라도 계속 도청을 하게 되면, 그 사람 안에 감춰졌던 인격과 사생활이 여지없이 드러나게 됩니다. 신사처럼 보였던 사람이 괴물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억해야 할 것은 정도의 차이일 뿐 성경의 말씀처럼 인간은 다 부패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렘 17:9).

경청과 도청을 살펴보면 몇 가지 뚜렷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경청과 도청은 사랑과 미움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자로 들을 청(聽)자는 상대를 왕처럼 생각하여 마음을 다해 귀를 기울인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남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준다는 것처럼 힘든 일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경청은 상대에 대한 사랑의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청한다는 것은 상대의 약점을 잡아내서 그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기에 미움의 증거가 됩니다. 둘째는 경청과 도청은 신뢰와 의심을 나타냅니다. 남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은 그 사람을 신뢰한다는 말입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의 말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귀 기울여 듣습니다. 그러나 도청을 하는 것은 상대를 못 믿기 때문에 합니다. 상사가 부하직원을 의심할 때 도청을 합니다.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못 믿을 때 도청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청과 도청은 하나님과 마귀의 본질적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자녀들의 말에 늘 귀를 기울이고 계십니다. 경청하고 계신다는 말입니다. 인간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온전히 세우기 위해서 경청하십니다. 그러나 마귀는 인간을 참소하기 위해 도청을 합니다. 특히 하나님의 자녀들을 정죄하고 참소하려고 은밀한 말까지도 낱낱이 엿듣습니다. 욥기에 나오듯이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고소할 거리를 찾는 것이 마귀가 하는 일입니다. 그런 것을 생각해서라도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나 진실해야 합니다. 바사의 방백들은 고소할 거리를 찾고자 눈에 불을 켜고 다니엘을 조사했지만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흠이 없었기에 고소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바르게 믿는 그리스도인이라면 2가지를 늘 기억해야 하는데, 하나는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하나님께서 우리의 말을 경청하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누가 도청을 하더라도 손가락질 받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두 가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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