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선교일기 16] 네팔을 떠나 이디오피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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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약함을 자랑하며, 순수한 이 시대 금 등대의 간증을 듣기 위해

그리스도는 나의 사역보다, 내가 잘 전한 메시지보다, 사역의 성공과 확장보다 귀한 분임을 주께 감사한다.

네팔의 힌두 축제

여간 골치가 아니다. 어제는 산보도 못했다. 무조건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색깔이 있는 물을 뒤집어 씌운다. 길거리 사람들은 모두 얼굴이 새까맣게 새빨갛게 색깔이 칠해졌다. 귀신같이 하고 다니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다. 그렇게 조잡한 미신이 아닐 수 없는데 네팔의 왕부터 힌두교를 신봉하며 온 도시가 우상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나라에 하나님의 생명의 씨앗이 떨어져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몸이 되기 위해 자라고 있다. 신기하다.

그가 이같이 큰 사망에서 우리를 건지셨고

카트만두 공항을 이륙하는 비행기가 계속 흔들린다. 밤 비행기라 그런지, 구름이 많아 그런지, 기압 때문인지 이렇게 많이 흔들리는데 앞 기장 쪽에서 누군가 황급히 뛰어가 뭔가를 하는 것 같다. 고치는 것인가? 뭔가? 비행기가 크게 흔들릴 때마다 점검되는 게 있다. ‘너는 후회 없이 하나님을 위해 살았는가?’ 의자를 붙잡게 된다. 드디어 무사히 이륙했다는 벨이 울리고… 비행기는 이내 평안을 찾았다.

“그가 이같이 큰 사망에서 우리를 건지셨고 또 건지시리라 또한 이후에라도 건지시기를 그를 의지하여 바라노라(고후 1:10)”

“여러 번 여행에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고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고후 11:26-27)”

바울 당시 비행기의 위험은 그의 서신에 적지 않았다. 없었기 때문이리라. (큰 여행이 96년 12월, 97년 3, 7, 10, 12월, 98년 2월 등 6-7번 되는데 비행기만도 70-80번 탄 것 같다.)

델리에서의 위험을 생각하면 사람이 끝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러나 주님이 나를 건지셨다. 또한 건지실 것을 믿는다. 그분을 의지하여.

1998년 3월 14일, 봄베이를 거쳐 아프리카 에디오피아로

봄베이 호텔에서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새벽 5시에 호텔 봉고로 공항에 도착, 수속을 마치고 에디오피아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상상을 초월하게 피곤하다. 편지 몇 자 써 보고 자야겠다.

그래도 몽골, 네팔, 캄보디아, 이태리, 에디오피아, 불가리아, 헝가리 등을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 이렇게 이국 땅에 하나님의 교회들이 세워지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하나님! 그날에 주님으로부터 칭찬을 얻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주님을 위해 살다 죽어 순교자들의 대열에 우리도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영, 혼, 몸을 주를 위해 드립니다.”

우리의 전파를 듣고 그들이 진리 안에 세워져 가며 진리에 대한 인식과 생명의 자람이 점점 더해져감을 볼 때, 이방인인 그들이,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던 그들이 우리와 똑같이 얼굴이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3월 16일, 묵상

1. 그리스도는 우리의 일보다, 사역보다 귀한 분이다.

그분의 기뻐하심을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과 위임하신 것은 순수한 이 시대 금 등대의 간증을 이곳저곳에서 얻는 것이다. 이 시대에 하나님께 전형적인 그리스도인들의 무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태리에, 아디스아바바에, 소피아에, 네팔에, 몽골에, 캄보디아에 주님의 순수한 금등대들이 일어난 것을 인해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아버지여, 당신이 얻기 원하시는 이러한 무리들을 더 얻으시옵소서.”

그러나 한편 그리스도는 나의 사역보다, 내가 잘 전한 메시지보다, 사역의 성공과 확장보다 귀한 분임을 주께 감사한다.

2. 나의 약함을 자랑한다.

하나님 앞에서 두려워 떨며 섬길 수 있는 약함을 허락하신 아버지께 감사한다. 그러므로 그분은 어리석고 둔한 당신의 종을 가르치고 바로잡으신다. 잠시 아디스아바바 교회가 1-2천명 될 것을 꿈꿨었다. 그러자 어둠과 누룩이 들어왔다. 내 맘속에서 오후 내내 뭔지 모를 어둠의 세력과 싸웠다. 또한 밤새 고생했다. 주님이 날 바로잡으심을 참으로 감사드린다. 요나스라는 형제는 그리스 정교(Orthodox) 사제 출신으로서 7천-1만명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인데 우리 말을 듣겠다고 했다.

하루 동안 꿈을 꿨다. 부풀었다. 누룩이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K형제와 교제하고 회개했다. 누룩을 제했다. 마음속에서 깨끗한 샘이 다시 솟았다. 맑은 하늘, 청명한 하늘, 신선한 공기가 다시 들어왔다. 다시 벽돌 하나부터 시작한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깨끗하게 그분을 따르는 제자들을 얻는 것이다.

K형제와 난 바벨론의 혼잡함에서 구원을 받았다. 하나님은 나를 상관하신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바른 길로 인도하신다. 천사들이여! 함께 찬미할지어다. 높으신 아들의 이름, 존귀한 이름을… 하늘보다 존귀한 그분이 우리같이 어리석은 자를 방임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이여, 영원히 나를 붙들고 가르치시는 손을 놓지 마시옵소서.”

3월 16일 오후, 아디스아바바

오막살이 같은 작은 방에서 K형제와 나는 찬송을 부르고 있다.

K형제는 기타를 치며 “...Oh happy day when Jesus washed sins away!”

점심을 막 끝냈는데 하여간 K형제는 잘 먹는다. 나도 잘 먹는 편인데 이 형제에게는 졌다. 몽골, 인도, 캄보디아, 어려운 식사를 어느 정도 잘 배워 왔는데 여기서는 여간 어렵지 않다. 입에 영 맞지 않는 냄새가 있다. 그러니 항상 배가 고프다. 바울 사도는 굶주렸다고 했는데 그래도 우리는 호강하는 거다.

마음은 어젯밤의 어려움으로 부서져 있다. 약간만 만져도 이내 눈물이 나와 버린다. “주님! 일생 참된 마음으로 당신 사랑하며 따라가기 원합니다.” 나는 얼마나 난폭하고(rowdy), 짓궂은(mischievous) 죄인이었는가, 얼마나 악한(wicked) 사람이었나! 이러한 죄인을 구원한 나의 구주는 진정 무한한 은혜와 긍휼과 사랑의 하나님이시다.

내 육신의 곤고함과 혼의 견딜 수 없는 압력은 주님의 십자가의 고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3월 17일, 아디스아바바를 떠나며(공항에서)

주님의 긍휼 뿐이다. 주님께서 많이 역사하신 걸 느낀다. 시샤이와 게다죠, 인도하는 형제들도 견고하게 세워졌고 쭈쭈와 다리꽈도 좋아졌고 이부투 자매도 매우 좋다(아디스아바바는 주님의 참된 교회로 세워져 가고 있음을 본다). K형제와도 좋은 교제 가운데 형제가 매우 새로워졌다.

이번에 가장 귀한 것은 우리의 일에 대해 분명해지고 있는데 그것은 이 시대에 금 등대의 간증을 얻는 것이다. 형제들은 모두 다 공항까지 나와서 작별의 포옹을 했다.

유동근 목사는

▲ 에디오피아의 형제들, 이국 땅에 이처럼 하나님의 교회들이 세워지는 것을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

대전고와 충남대·대학원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유니온 대학에서 M.Div, 퍼시픽 신학대학에서 Th.M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서울선교교회 담임목사, 벧엘서원 발행인, 미국 퍼시픽 신학대학 교수, 칼빈성서신학연구원장, 국제선교신학원(IMC) 대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연합총회 총회장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모세오경·바울서신 강해서(총 20권) 등이 있다.

저자는 1991년부터 몇몇 동역자들과 함께 몽골,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네팔, 미얀마, 에디오피아, 잠비아, 이태리,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선교를 주로 해온 선교사이며 복음전도자다. 위에서 소개되는 선교일기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지금도 매년 저자와 그 일행은 일년에 한 번 이상 세워진 교회들을 순방하며 진리의 말씀을 공급하고, 교회들을 굳게 세우며 전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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