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E.T. 할아버지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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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담임)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담임)

평생 감사의 생활을 실천하다 2006년 12월, 7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채규철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1937년 함경남도 정평에서 후에 목사가 되신 초등학교 교사 아버지와 신여성인 어머니 사이에서 5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이 다 농촌계몽운동의 선구자이다 보니, 할아버지 역시 어렸을 때부터 농촌을 위해 평생을 일하겠다는 비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한 후, 하나님의 은혜로 덴마크에 유학하여 선진 농업기술을 배웠습니다. 돌아온 후 장기려 박사를 만나 가난한 사람들도 치료받을 수 있는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시작하고, 거기에 더해 각종 봉사활동과 농촌계몽운동을 의욕적으로 전개했습니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에게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1968년 10월 30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양계장을 견학하고 돌아오던 중, 가파른 언덕에서 차가 굴러 떨어졌습니다. 충격으로 차가 폭발하면서 차안에 있던 신나통에 불길이 붙어 할아버지는 순식간에 숯검정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전신 50%의 3도 화상을 당해 한쪽 눈을 잃고 얼굴이 도깨비처럼 변했습니다. 31살의 한창 나이에 E.T.가 된 것입니다. E.T.라는 말은 아이들이 외계인 같이 흉한 할아버지의 도깨비 얼굴을 보고 ‘이미 타버린 할아버지’라는 뜻으로 지은 별명입니다. 그런데 사고 후 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할아버지는 하늘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이 세상에서 할 일이 남아있는 한 죽지 않는다.” 그 말이 위로가 돼서 용기를 얻었지만, 처참한 현실의 삶은 녹녹치가 않았습니다. 30여 차례에 걸친 고통스러운 수술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사고 발생 2년이 안 돼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을 간호하다 몸이 쇠약해져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은 참아내기 어려웠습니다. 정말 끝없는 절망의 연속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원망스러워서 모진 목숨 내려놓고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으로 나를 살리신 하나님의 뜻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멘으로 순종하자.” 그 후 할아버지의 삶이 180도 변했습니다. 모든 것에 감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피고름이 나고 딱지가 앉던 머리에서 새 머리카락이 돋아나온 것에 감사했고, 귀도 없는 일그러진 얼굴을 그 머리카락들이 조금이라도 가려 줄 수 있음에 감사했으며, 귀가 없어도 소리를 듣게 해 주심에 감사했습니다. 또 한쪽 눈을 실명했지만 남은 한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했고, 입술이 없어졌어도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를 전할 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감사가 넘치자, 식당이나 다방에서 거지로 취급해 무시하고, 버스 승차를 거부당하거나 강아지가 E.T. 같은 할아버지의 얼굴에 놀라 도망쳐도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경멸하고 무시할 때마다 웃으면서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 ‘이래 뵈도 내 몸이 요즘 돈으로 6천만원이 넘게 들여 성형한 몸이야. 비싼 몸인데 사람들이 잘 몰라보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할아버지는 청십자운동을 계속했고, 간질환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장미회’를 설립해 운영했고, 86년에는 아이들을 위해 두밀리자연학교를 세워 바르고 건강한 아이들을 키우는데 온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면서 수많은 강연을 했는데 그때마다 감사 전도사가 되어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파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우리가 가지고 온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딤전 6:7). 내 것이 아무 것도 없기에 우리는 어떤 환경과 처지에서도 감사해야 합니다. 감사할 때 은혜와 믿음이 더해지고 삶이 풍요로워지며 감동이 넘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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