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
SBS는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 3부 “남태평양의 붉은 십자가”(2008년 7월 12일 방영)에서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인 바누아트 공화국 주민들의 토착종교를 보도하면서 서구 기독교가 들어와 원주민과 토착종교와 문화를 말살했다고 왜곡하고 있다. 이 섬나라에 기독교를 선교한 영국 본토의 기독교는 오늘날 쇠퇴일로에 있으며, 이슬람교, 불교, 토착주민의 샤마니즘 종교가 유입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이슬람교, 불교 등 아시아 종교의 영국 유입은 지구촌이라는 문화의 국제화 과정에서 일어난 현상이며, 국부적으로 일어나는 미세한 현상일 뿐이다.
1. SBS 보도는 서구 기독교와 영국 청교도 선교사들을 타나섬 토착종교의 파괴자로 왜곡하고 있다.
영국 청교도들이 미개한 이 지역에 선교사로 들어와 병원과 학교를 세우고 청교도적인 엄격성으로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문화를 말살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첫째, 원주민들의 전통음료인 카바음료를 마시는 것을 금지하였다. 둘째, 이웃주민과의 소통인 수단인 춤을 금지하였다. 선교사들은 춤추는 문화를 미신으로 간주하였다. 필자는 선교사들이 본래 전통문화를 말살하고자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전통문화가 샤마니즘과 결합(카바음료는 영들과의 교통수단으로 사용)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금기(禁忌)는 미신에 결합된 전통문화를 억제한 것에 불과한 시도였다. 그것은 한국에 선교사들이 들어와 술, 담배, 마약을 금지한 것과 같다. 한국교회에서는 이것이 오늘날에도 긍정적으로 지켜지고 있다.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이곳 타나섬 주민들은 역사적 예수가 아닌 미국인 존 프럼(John Frum)을 메시아로 믿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가 1930년에 들어와 보수적 선교회를 개혁하여 타나 주민들이 전통적인 문화대로 사는 것을 허용하였기 때문이다. 존 프럼은 두 가지 일을 하였다고 한다. 첫째, 주민들을 영국 식민교회의 억압으로부터 해방하였다. 그는 미군들이 와서 자기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함으로써 이 섬에 들어왔다. 그는 메시아적인 예언가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미군들은 이 섬의 주민들의 전통문화에 간섭하지 않고 이 섬사람들을 해방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은 형제의 나라가 되었고 “붉은 십자가”가 상징으로 만들어 졌다. 둘째, 사유재산제도를 없애고 자급자족을 하도록 하였다. 그는 영국 식민주의자들이 가져다 준 돈이란 분열과 화를 초래한다고 믿었다. 존 프럼의 종교는 돈을 나누어가지는 것으로 가르치고. 원주민들의 힘을 되찾아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존 프럼이 개혁한 타나의 기독교는 전통적 기독교가 아니라 존 프럼을 메시아로 믿고 그의 재림을 기다리는 무당 기독교로 변질되었다. 이 마을에 존 프럼 마을이 생겼고, 존 프럼이 자기를 구원한다는 메시아 사상이 생겼고, 존 프럼 본부에는 붉은 십자가가 생겼고, 전통을 지키자는 슬로건과 추종자들이 등장하였다. 이들은 영국 선교사 교회가 만든 타나법에 투쟁하였다. 섬의 추장은 용암이 흘러 내리는 화산분화구의 꼭대기에 올라가 존 프럼의 영혼과 그의 가르침을 듣는다. 토착종교에서는 화산을 상징하는 “여호와”를 섬기나 이 신은 더 이상 구약의 야훼 하나님이 아니라 모든 것을 지으신 “큰 존재”라는 토착종교의 신을 뜻하고 있다. 이들은 60년간이나 존 프럼이 재림하여 화산이 보통산이 되고 세상에 평화가 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복음의 여과장치 없이 토착종교가 보존되면, 혼합기독교가 생겨나는 것이다. 타나섬의 존 프럼 재림주 신앙이 그런 혼합주의의 산물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타나 섬의 기독교는 역사적 예수를 구주로 믿는 전통적 기독교가 아니라 존 프럼을 메시야로 믿는 무속적 기독교로 변질돼 버린 것이다.
2. SBS 보도는 영국에서 자유주의화된 기독교의 쇠퇴만을 보도하고 복음주의 기독교의 성장과 발전은 빠뜨리고 있다.
오늘날 영국에서 전통 기독교는 쇠퇴하고 있다. 주말에 교회는 나이트클럽으로 변하고 있다. 십자가는 물병 든 흰곰으로 대체되고, 찬송가 대신 댄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4만7천여개 교회 당 가운데 1천3백여개 교회가 용도변경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교회당이 이슬람 사원으로 변하고, 영국인들은 신을 저버리고 있다. 주일 예배에는 늙은 사람들만 참석하고 있다. 젊음이들은 교회를 떠나고 있다. 세 가지 대체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첫째, 사마니즘이 기독교 신앙을 대체하고 있다. 영국 젊은이들은 북을 치면서 땅의 영혼을 깨운다. 땅에 있는 영국의 영혼을 깨운다. 토속신앙으로 되돌아 가고 있다. 예수를 샤먼으로 본다. 이들은 우리 스스로 구원을 얻는다고 믿는다. 신은 통제자이며, 압제자라고 본다. 젊은이들은 신을 싫어하고 있다.
둘째, 불교센터가 생겨나고 있다. 티베트 승려들이 감정을 다루고 남을 아끼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수련을 통해서 자기 해탈을 길을 제시한다. 이제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종교를 선택한다. 종교는 쇼핑이 되어 버린다. SBS는 이것이 영국문화의 기독교의 모습이라고 보도한다.
셋째, 태어나면서 무신론자들이 증가한다. 세속주의협회(national secular society)가 생겨나 과학자, 의사, 교수, 지식인들이 소속되어 있다. 이들은 종교란 추악한 짓을 하기 위한 핑계로 만들었다고 본다. 성인들이 탈세례 절차를 밟고 있으며, 기독교에서 탈퇴하고 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60여개 국가에 선교를 한 영국이 이제는 비기독교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황보도는 일면적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영국 등 유럽에서 자유주의화되고 세속화된 기독교는 기독교적 정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문을 닫는 사태가 일어나곤 한다. 그 대신 영국인들이 성경을 그대로 믿는 생동적 신앙을 가진 복음주의 기독교로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국에서도 복음주의 기독교는 그대로 잘 성장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존 스토트(John Stott) 목사가 이끄는 복음주의 교회단체 등은 꾸준한 성장을 하고, 영향력을 주고 있다. 오히려 유럽대륙교회가 침체한 데 반해서 섬나라인 영국에서는 웨슬리 각성운동의 전통과 청교도전통이 아직도 약동하고 있다. 이런 교회운동에 대해서는 SBS 방송은 외면하고 있다.
3. SBS 보도는 미국의 복음주의 기독교가 번창하고는 있으나 사회 건강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왜곡하고 있다.
영국과는 달리 미국에서 기독교는 번창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미국은 현대적 문화 상황에 적응해나가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 젊은이들은 나이트 클럽 분위기에서 예배드리고 있다. 대형교회가 생겨나고 있다. 생동감이 있다. 미국의 개신교는 ‘문자 그대로 믿는 기독교’이다. 개신교는 현대 미국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접근, 흑인들이 교회에서는 통성기도한다. 일반적으로 세속적 가치가 높을수록 종교성이 약한데 미국에서는 예외이다. ‘지옥의 집’, ‘혼전성교 금지의 집’ 같은 곳도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 등 미국의 보수주의 지도자들이 복음주의 기독교를 믿고 있다. 세 가지를 보도한다.
첫째, 미국 아틀란타에서는 레스링교회가 있다. 레스링 쇼로부터 시작하여, 끝부분에 목사가 예수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설교를 한다. 목사가 레슬러 출신이다. 이처럼 미국교회는 미국인들에게 생동감있게 다가간다.
둘째, 미국 플로리다 해변에 Drive In 교회가 있다. 입구에는 포도주가 담긴 작은 컵을 받으면서 자가용 차들이 들어선다. 그리고 멀리서 목사가 차들을 향하여 설교한다. 이들은 차 안에서 라디오로 설교를 듣는다. 편한 복장으로 설교를 듣는다. 성찬식은 없다.
셋째, SBS는 미국에서는 종교가 사회의 건강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 사회의 건강이란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하여 지배를 받는다. 이런 미국에는 2백만명이 감옥에 들어 있으며, 수감자들이 유럽보다 2배나 높다. 자살률도 2배나 높다. 종교와 도덕성이란 반비례한다. 종교와 도덕성은 반비례한다. GNP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가 크다. 서유럽과 달리 국가의료보험이 없다. 미국에서도 복음주의 기독교가 성장일로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기독교가 사회에 건전한 영향을 주기 위하여 조지 포웰(Jerry Falwell)이 이끈 “침묵하는 다수자의 도덕운동”(Moral movement of silent majority)이 있어 왔다. 이들은 사회적인 빈부격차 좁히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 같은 세속성이 강력한 나라에서 기독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공헌을 하였다. 그런데 SBS 방송은 복음주의 기독교를 일방적으로 사회적 관심이 없는 종교로 몰고 있으며, 마치 토착종교가 바른 종교인 것처럼 자유주의 기독교의 시각에서 보고 있다.
21세기의 문화적 특징에는 원시적인 것, 토착종교가 복귀하는 경향이 있다. SBS 보도도 이러한 포스트모던 사회의 문화적 특성을 태평양에 위치한 타나섬의 종교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전통적 기독교는 서구의 종교니까 쇠퇴하고 원주민의 토착종교가 되살아 나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전통종교의 복귀를 주장하는 포스트모던 문화적 시각에서만 맞추어 기독교를 쇠퇴하는 것으로 보고 원시적이고 샤먀니즘이 바른 종교인양 왜곡하고 있다.
사도행전은 사도 바울의 소아시아 선교여행을 기록하면서 바울이 소아시아 지역의 토착종교의 무당들과 영들을 예수의 이름으로 쫓아내고 이들에게 복음을 전파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예컨대, 이고니온 지역에서 사도 바울과 바나바가 앉은뱅이를 일으키는 기적을 성령의 능력으로 행하니까 토착인들은 바나바를 제우스, 바울을 헤르메스로 숭배하고자 한다. 그러나 바울은 이를 거절하고 이들에게 천지를 지어신 하나님만을 섬기라고 복음을 전한다(행 14:8-18). 기독교 선교는 토착문화를 말살하는 것이 아니라 토착문화에 들어있는 미신적인 것을 말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초기 선교에서는 의도치 않게 토착문화의 훼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오늘날 서구 선교신학은 이러한 사실을 반성하면서 토착문화와 언어와 풍습을 최대한 살리려는 복음전파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