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 목사 선교일기 20] 지금처럼 ‘뜨거웠던’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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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번 집회 마치면 녹초 돼

1998년 4월 19일 주일, 사랑이 많은 M형제

아침 7시 30분 집회를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다. 부지런하고 부담이 많은 M형제는 5시쯤(밤 12시 반에 잤는데) 부스럭부스럭 일어나더니 어디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6시쯤 집회장소에 가보겠다고 나섰다. 오토바이로 20분 정도 거리인데 7시쯤 나를 데리러 다시 오겠다고 하면서 나갔다. 어디 가냐고 물으니까 어제 오토바이 사고난 두 형제(찰과상 정도였음)가 궁금하다고 했다. M형제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오전 집회하는데 찬송하면서 캄보디아 전통춤을 잘 추는 형제가 오늘은 서커스단에서나 볼 수 있는 줄타기를 하면서 찬송 시간에 춤을 췄다. 집회 중간에 밧줄을 집회장소 기둥에 잡아매길래 무슨 일을 하려나 했더니 아뿔싸! 기상천외한 일이 집회장소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배꼽을 잡는 사람에 다 모두 다 박수를 치며 즐겁게 웃는 얼굴들이었다.

사역하는 떡사라디는 그것을 말리지 않고 잘 격려해주고 있었다. 하여간 그 형제는 줄타기 경력이 대단한 사람인 것은 틀림없었다. 한번도 안 떨어지고 줄을 타면서 춤도 가락에 맞추어 잘도 추고 있었다.

이 세상 많은 교회들을 가 보았지만 줄타기하면서 춤추며 찬송하는 것은 캄보디아에서 처음 봤다.

오늘은 오전 7시 반, 오후 3시, 밤 7시, 세 번 말씀을 전했다. 다만 성령의 인도에 따라 전했다. 주로 성령과 몸에 대한 것이었고 마지막은 주로 생명에 관한 것이었는데 하나님의 영원한 뜻은 그분의 많은 아들들을 얻는 것이라는 데 초점이 있었다(엡 1:4-5).

밤 집회를 마치고 10시쯤 돌아오는데 명절은 다 끝나고 칠흙같이 어두운 곳을 찬송 인도하는 형제 오토바이로 나와 M, 셋이 함께 타고 달리는데 무지 위험하게 느껴졌다. 헤드라이트는 왜 이렇게 불이 약한지… 속도는 느리고 앞차가 라이트를 켜고 달려오면 앞이 전혀 안 보였다. 하여간 큰 다리 두 개를 지나고 광야 같은 길, 가로수 길 등을 거쳐 무사히 호텔에 돌아왔는데 M형제는 내일 새벽 5시에 형제들과 프놈펜으로 떠난다고 집회 장소로 갔고 나만 혼자 낯선 호텔에 남겨졌다.

여기가 어딘가? 몽꼴보라이라는 태국 접경지다. 하여간 이곳에서 좋은 청년들을 많이 얻으신 주님께 감사한다.

아까 집회 중간에 B형제라는 캄보디아 청년 집에 잠시 심방가서 어머니에게 복음을 전하고 약간의 헌금을 했다. 그녀는 눈을 곧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B형제의 아버지는 상당히 감동된 얼굴이었다. 그는 이미 이곳 교회의 장로 같은 위치에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개 두 마리가 갑자기 세게 짖는 바람에 매우 놀랬다.

몽꼴보라이에서 형제들이 주어서 두리안이라는 과일을 처음 먹어 봤는데 (한국 사람들은 카카(이태리 말로 똥) 냄새가 난다 하여 잘 안 먹는다) 맛이 독특하여 먹기가 어려웠다. 먹고 나서 계속 끄윽하고 냄새가 올라왔다. 그들은 두리안을 과일 중에 왕이라고 한단다.

4월 21일, 캄보디아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캄보디아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다시 귀국이다.

어젯밤 방콕에서 5-6시간 기다렸다가 밤새 비행기로 날아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프놈펜에서 30불을 잃어버렸다. 한동안 깨어 있지 못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다. 회개했다.

공항세 받는 여직원이 돈을 되돌려 주지 않은 것이고 나는 M형제와 이야기하고 헤어져야 하는 바람에 거스름돈 달라고 하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50불을 주고 30불 돌려받지 않은 것이다. 그 돈을 형제들에게 주었더라면…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 얼마나 귀한 돈인가? 또 한국에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한 형제가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주여, 주님이 도와주시옵소서.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 없다.) 다 주님께 맡깁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짧은 여행이지만 비행기 이착륙이 8번이나 되었는데 모두 다 안전하게 지켜주신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아멘. 영광 영광 아버지께!

미얀마에서

5월 14일, 열병 때문에 철수한 인도의 J형제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 왔다. 하나님 말씀을 전하러 온 열여섯번째 나라쯤 된다. 이곳은 처음이다. 사람들이 매우 순수하고 진지한 것이 참 좋다.

미얀마에서 수고하는 H형제는 이제 26세쯤 된 젊은 형제이다. 이제 바야흐로 젊은이들의 시대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인도의 J형제는 열병이 나서 죽을 뻔했다가 입원하고 살아났는데 한국에 들어왔다. 델리 상황은 Y형제가 책임을 지는 수밖에 없다. 형제는 철수했다. 수고를 뒤로하고.

5월 15일, 가마솥 같은 더위, 하루 네 번 집회

더위가 말하기를 내가 누구인지 한 번 알려주겠다 하는 식으로 몽골 말로는 ‘보쯔니 찌그눌르’식 더위(보쯔―양고기로 만든 만두 이름), 즉 만두 찌는 가마솥 같은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20-30분 동안 택시 타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아스팔트가 햇볕으로 달궈져 온도가 40℃라도 50-60℃ 같이 느껴졌다. 바짓가랑이가 땀으로 치렁거려 입을 수 없고 호흡할 때마다 뜨거운 공기가 몸 전체를 화끈거리게 하고 골치가 아파오고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2년 전 델리에서 경험한 더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오늘 오전 두 번 말씀을 전했다. 미얀마 사람들은 베트남과도 태국과도 캄보디아와도 인도와도 다른 또 하나의 특이한 민족이었는데 말씀을 순수하게 잘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늘 오후 4시, 저녁 7시까지 하루에 도합 4번 집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내일은 오전 2번, 오후 2시, 7시, 역시 네 번이다. 나는 H형제에게 2시 집회를 4시로 옮길 것을 제안했는데 2시는 하루 중 제일 더울 때이기 때문이다. 일 년 중 5월, 하루 중 1-2시 가장 더운 날씨이다.

H형제가 날 젊은 사람으로 여기나 보다. 아무튼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미얀마에서 주님의 교회 역사가 시작되었다. 4번의 메시지를 전하고 저녁에 돌아와 누우니 잠자기 위해 조금도 애쓸 필요 없이 그냥 녹아 떨어졌다.

5월 16일, 노(老)자매님의 통역

▲미얀마 지도. 미얀마 사람들은 베트남과도 태국과도 캄보디아와도 인도와도 다른 또 하나의 특이한 민족이었는데, 말씀을 순수하게 잘 받아들이고 있었다.

첫날 형제들에게 몇 명쯤 참석할 것이냐고 물었을 때 40-50명이라고 했었는데 오늘 어제 양일의 인수는 100명을 넘었다.

그들은 매우 말씀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고 특이한 것은 노(老) 자매님(68세)이 나의 통역을 맡았다는 것이다. 처음 자매님이 단상에 올라왔을 때 당황했다. 그러나 점점 통역해 가면서 ‘이 분이 보통이 아닐세’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다를까 그녀는 이곳 인도하는 사역자의 영적인 어머니와 같은 존재고 과거 젊을 때 내과 의사였다고 한다.

땀은 어떻게 흘러내리는지 손수건이 흥건히 젖어서 더 이상 닦아내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집회 끝나고 그들과 함께 미얀마식 식사를 하고 호텔에 돌아와서 이곳 인도하는 형제와 교제를 나누었는데 그는 참으로 하나님이 그분의 간증을 위해 택한 그릇이라고 느껴졌다. 확실히 주님은 한 무리를 미얀마에서 얻으셨다.

“주여! 진실로 감사하며 또한 당신은 참으로 우리를 긍휼로 대하십니다.”

5월 18일 주일, 교회에 대해 전하다

마지막 메시지를 다 전했다. 한국에서 1년 흘릴 땀을 3-4일간 다 흘린 것 같다.

오늘은 교회에 대해서 전했다. 교회란 무엇인가? 그리스도의 몸, 하나님의 집, 그리스도의 신부, 새 예루살렘이다. 100-120명 정도 모였다.

유동근 목사는

▲자리가 없어 복도에까지 앉아서 말씀을 듣고 있는 미얀마 집회 모습.

대전고와 충남대·대학원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유니온 대학에서 M.Div, 퍼시픽 신학대학에서 Th.M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서울선교교회 담임목사, 벧엘서원 발행인, 미국 퍼시픽 신학대학 교수, 칼빈성서신학연구원장, 국제선교신학원(IMC) 대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연합총회 총회장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모세오경·바울서신 강해서(총 20권) 등이 있다.

저자는 1991년부터 몇몇 동역자들과 함께 몽골,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네팔, 미얀마, 에디오피아, 잠비아, 이태리,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선교를 주로 해온 선교사이며 복음전도자다. 위에서 소개되는 선교일기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지금도 매년 저자와 그 일행은 일년에 한 번 이상 세워진 교회들을 순방하며 진리의 말씀을 공급하고, 교회들을 굳게 세우며 전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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