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세상에 대해 죽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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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담임).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담임).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있습니다. 연구소 내 법의학과 부검실에서는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건의 시신을 부검합니다. 얼마 전 금강산 관광여행을 하다 북한 초병이 쏜 총탄에 맞고 죽은 박왕자 씨도 과학수사연구소에서 정밀부검을 하였습니다. 그러면 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같은 법의학 기관이 필요한 것일까요? 그것은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죽은 사람들의 시신분석을 통해 그 사인을 밝혀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죽은 자의 입을 열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죽은 자들과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당이나 점쟁이, 심령술사 같은 악령숭배자들이 바로 그들인데, 빙의 같은 경우 현상적으로만 보면 죽은 자가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 믿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그것은 정말 죽은 사람의 영혼이 아니라, 죽은 사람의 모습으로 가장하고 그들의 목소리로 위장한 귀신의 역사란 사실입니다. 귀신들도 제한되긴 했지만,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병든 자를 고치기도 하고, 과거를 족집게처럼 맞추기도 하고, 물체를 변형시키기도 합니다. 마지막 때가 되면 심지어 하늘로부터 땅으로 불을 내리기도 합니다(계 13:13). 그러므로 우리 믿는 자들은 그런 것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이란 죽게 되면 그 영혼이 예수님을 믿는 자는 즉시 천국으로 가고, 믿지 않는 자는 지옥으로 가게 되기 때문에 죽은 자는 절대 이 세상과 교통할 수 없으며 대화를 나눌 수가 없습니다. 죽은 자는 절대 말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면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 역시 죽은 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갈라디아서 5장 24절 말씀에 보면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세상에 대해 죽은 자들이라는 뜻입니다. 반면에 갈라디아서 2장 20절 말씀에 보면 그리스도인이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기에 나는 죽고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살아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에 대해 죽었지만, 십자가에 대해 살아 있는 자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이란 말입니다. 그러기에 욕심과 정욕, 자랑으로 가득 찬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살아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서는 그리스도의 향기나 복음의 능력을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동방교회 최고 성자인 마카리우스에게 어느 날 한 사람이 찾아 와 물었습니다. “마카리우스여! 세상에 대해 죽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그 때 마카리우스가 말합니다. “공동묘지에 가서 무덤속에 있는 죽은 자들을 향해 욕을 한바탕 퍼붓고 오게나.” 그 사람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카리우스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돌아 온 그에게 이번에는 욕설대신 칭찬을 하고 오라고 보냈습니다. 그는 이번에도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돌아온 그에게 마카리우스가 묻습니다. “자네가 욕을 하니까 죽은 자들이 화를 내던가?” “아닙니다.” “그럼 칭찬을 하니까 그들이 좋아 춤을 추던가?” “아닙니다.” “그렇다네. 세상에 대해서 죽는다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은 것이라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대해서 죽는 다는 것은 주위의 칭찬이나 자랑, 시기, 욕설, 모함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나의 욕심과 정욕, 자랑과 야망을 죽이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 십자가로 가득한 사람이 바로 세상에 대해 죽은 자들입니다. 죽은 자는 결코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시끄럽게 떠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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