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크리스천] 송하성 박사 (4) “구하라!”

|  

전교 1등, 대학에 두 번 떨어지다

고2 겨울은 제 인생을 바꾸는 겨울이었습니다. 정기오 목사님이 계시는 광주중앙교회에서 광주 시내 고등학교 학생 6백여명이 모이는 수양회가 있었습니다. 강사로 모신 대구 서문교회 이성헌 목사님은 외쳤습니다.

“여러분은 이 시대의 요셉들입니다. 큰 꿈을 가지십시오. 찬란하고 영롱한 꿈을 꾸십시오. 여러분들 중에 골목가게 주인이 되고자하는 꿈을 가진 이가 있습니까? 그러면 골목점 빵 주인 밖에 못됩니다. 더 큰 꿈을 가지십시오!”

저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까지 제 꿈은 은행이나 농협에 취직해서 밥이나 먹고 사는 것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정도의 꿈을 가진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먹고 살기 위한 방편은 될 수 있어도 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렸을 때부터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연상되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탈출구는 공부를 잘 하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대학교를 가기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돈이 없고 가난하다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아니하였습니다. 구하는 것을 하나님이 주시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고2 추석 때 아버지께 밤새워 제 꿈을 상의드렸더니 저의 진심을 이해하시고 진학 소원을 들어주셨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고자 하는 대학에 합격하면 첫 입학금은 대줄테니 그 이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벌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밤을 새워 대입 준비를 했습니다. 고교 입학은 전교 40등의 성적으로 했지만 졸업은 진학하려는 학생들 중에 수석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상업학교의 공부 한계와 실력 부족으로 인해 가고자 하는 대학의 입학시험에서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대학 시험에 떨어져 서울에서 학원을 다니며 재수를 했습니다. 재수를 하더라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학비가 부담이 됐습니다. 그래서 후암동에서 셋방살이를 하는 이모집에다 짐만 놔두고 남영동 네거리에 있는 집현전 독서실에서 잠을 잤습니다. 의자를 몇 개 붙여 침대를 삼든지 아니면 라면박스 몇 개를 눌러 깔아 몸을 눕혔습니다. 제 몸을 감싸고 있는 시험에 떨어졌다는 패배주의를 생각하면 몸이 힘든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수송동에 있는 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했습니다. 한 달 학원비가 만 오천원 이었는데 한 달에 이만원씩 아버지가 송금해 주셨습니다. 시골 상업학교를 나온 촌티 나는 재수생이 같은 반 서울 아이들과 친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첫 시험결과 영어는 76점으로 경기고 나온 이상중 군과 공동 1등을 했으나 상업학교에서 수업 수가 적었던 수학은 중, 상위정도에 머물렀습니다.

저는 독서실에서 용산고를 나온 재수생들과 친해졌습니다. 그러나 라면 한끼를 먹는 것도 돈을 생각해야 하는 처지에서 재수 생활은 암울하고 무기력했습니다. 가난했으나 순수하고 맑게 자라났던 소년에게 서울 생활은 혼돈과 피곤함을 더해 주었습니다.

주일이면 한경직 목사님과 박조준 목사님이 설교하는 영락교회에 나갔습니다. 그곳에 대학생들이 모이는 모임이 있었는데 재수생 입장에서 대학생들과 같이 어울리기 어려웠습니다. 어딜 가나 외톨이였고 손잡고 이끌어주는 사람 역시 한 명도 없었습니다. 광주에서 올라와 같이 재수하는 친한 친구 이강래, 송하진과 만나 서로 위로하다가 헤어지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학원 성적은 기본적인 실력은 갖추었기에 양호했습니다. 원하는 대학에 갈 만큼 좋은 성적이었습니다. 입시추위란 말이 실감날 만큼 추운 날, 다시 대학입시를 치뤘습니다. 중요한 문제 두어 개를 실수로 틀리는 등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떨어지기야 하겠느냐는 생각으로 합격자 발표 날짜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낙방이었습니다.

송하성 박사는

고등학교 시절 예수를 영접하고 ‘인생역전’의 신화를 이룬 인물. 성균관대 경제학과, 서울대학원 행정학 석사, 파리 소르본느대학원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미대사관 시절 조지타운대에서 국제변호사 자격을 따기도 했다.

22회 행정고시에 합격, 경제기획원 공보담당관, OECD 68차 경쟁법 정책위원회 한국대표, 주미대사관 경제외교관,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을 거쳐 현재 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경기대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다. 3선의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동생이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